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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기의 시시각각] 안철수·김문수 열흘간 할 일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민주주의에는 두 개의 브레이크가 있다. 헌법과 선거다. 권력이 탈선하거나 폭주할 때 작동한다. 박근혜 권력의 탈선은 헌법이 막아냈다. 이명박 정권은 선거가 제동을 걸었다. 취임 2년 만에 치른 2010년 지방선거. 16개 시·도지사 선거전에서 6(집권당):10(야당+무소속)으로 참패하자 이 대통령은 권력의 세 기둥인 당·정·청 인물을 확 갈았다. 정책 기조도 ‘비즈니스 프렌들리’에서 ‘친서민’으로, 세종시 행정도시 문제도 반대에서 찬성으로 조정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 1년은 과거 어떤 정권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거대한 변화의 시기였다. 이 변화를 어떤 이들은 경이로운 눈빛으로 찬탄하지만 또 다른 이는 정권의 탈선과 폭주로 걱정한다. 6·25 이래 안보 시스템인 한·미 동맹, 주한미군, 정전협정에 중대한 변화가 예견되고 기업과 시장 중심의 자유경제 체제가 노조와 정부 주도의 사회적 경제체제로 전환하고 있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판과 체제가 뒤집어지는 일련의 변화들이 현행 헌법의 테두리를 넘어서는 것은 아닌지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대통령의 가장 큰 책무는 헌법과 국가 체제를 수호하는 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까지 정책 기조가 탈선인지 아닌지, 혹시 폭주는 아닌지 헌법과 국체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진 것인지 등에 대해 유권자의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 국민이 승인하면 그대로 쭉 가는 것이고, 국민이 브레이크를 걸면 속도를 조절하거나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
 
그동안 여론조사 기관에서 발표한 문 대통령 지지율 70~80%는 국가 지도자로서 그의 보기 드문 겸손하고 서민적인 인성(人性)에 대한 평가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1년의 정책 능력, 노선의 올바름에 대해 기계식 자동응답시스템 같은 인기투표 방식으로 평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책·노선 평가는 오직 유권자가 투표소에 들어가서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포함해 여러 가지를 숙고해 선택하는 선거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거기서 다수의 평가를 얻어야 반대파가 수긍한다.
 
선거가 정권 심판에 충실하려면 구도가 1:1로 간명해야 한다. 지금처럼 1여·3야 구도는 유권자의 다양한 정치적 취향을 반영하기엔 좋다. 그러나 집권세력의 폭주나 탈선, 위헌성을 경고하는 데는 효과가 없다. 다야(多野) 구도에서 표의 분산에 따른 뻔한 결과를 예단하고 투표장에 안 나가는 유권자가 많기 때문이다. 2010, 2014년 지방선거에서 야권이 승리해 권력에 경고음을 날릴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주요 지역에서 후보 단일화의 성공이었다. 후보 단일화는 유권자의 정치적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성숙한 정치 방식이 아닐 수 있지만 집권세력의 교만과 독주를 견제하는 데 이만한 수단도 없다.
 
문재인 시대의 야권은 허약하고 볼품없으며 분열적이다. 이렇게 찌질한 야당들을 본 적이 없다. 당 대 당 차원에서 후보 단일화 작업이 불가능할 정도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국민 관심이 가장 높은 서울시장 후보만이라도 단일화하기를 제안한다. 안철수(바른미래당)와 김문수(자유한국당) 두 유력한 후보가 교황 선출 때처럼 문 걸어잠그고 한 방에 들어가 합의볼 때까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당이 시원찮으면 후보라도 현명해야 하지 않겠나. 필자가 개인적으로 안철수나 김문수를 선호하는 건 아니다. 박원순으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 노선을 유권자가 얼마만큼 지지하고, 얼마만큼 반대하는지 알고 싶다. 오는 31일이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이니 안철수·김문수의 후보 단일화 운동엔 열흘의 시간이 주어져 있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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