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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엔 창문 덮는 대형 현수막, 지하철 명함 돌리기 없어요”

한국은 2006년부터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외국인에게 지방선거 문호를 개방한 국가다. 영주권을 취득한 지 3년이 지난 외국인들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이 주어진다. 지방선거는 ‘국민’이 아니라 ‘주민’의 권리라는 취지에서다. 2006년 6726명, 2010년 1만2878명, 2014년 4만8428명에 이어 다음달 13일 지방선거엔 10만6526명의 외국인이 투표에 참여한다.
 
이처럼 외국인 투표권자 10만 명 시대를 맞아 중앙일보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외국인이 본 6·13 지방선거’라는 주제로 토크쇼를 공동 진행했다. 토크쇼에는 JTBC 예능프로그램 ‘비정상회담’ 멤버로 널리 알려진 알베르토 몬디(이탈리아)와 다니엘 린데만(독일), 파란 눈의 선관위 직원인 루크 부처(영국)가 참여했다. 이들은 이번 투표에 참여하진 못하지만 그동안 한국 사회를 예민하게 관찰해 온 외국인이다. 사회는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맡았다. 토크쇼는 18일 정오 중앙일보 7층 대회의실에서 두 시간가량 진행됐다.
 
JTBC ‘비정상회담’ 출연진 등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이 18일 오후 서울 서소문동 중앙일보 본사에 모여 6·13 지방선거에서 외국인 투표권자들의 선거 참여를 놓고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다니엘 린데만(독일), 알베르토 몬디(이탈리아),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사회자), 루크 부처(선관위 직원, 영국). [장진영 기자]

JTBC ‘비정상회담’ 출연진 등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이 18일 오후 서울 서소문동 중앙일보 본사에 모여 6·13 지방선거에서 외국인 투표권자들의 선거 참여를 놓고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다니엘 린데만(독일), 알베르토 몬디(이탈리아),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사회자), 루크 부처(선관위 직원, 영국). [장진영 기자]

각국의 지방선거 분위기는 어떤가.
“독일에선 일요일에 주로 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하는데,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이 한국보단 높다. 투표율 70%를 넘는다.”(다니엘)

“이탈리아는 통일된 지 160년밖에 안 돼 중앙정부에 의지하기보다 지방정부가 더 중요하다고들 생각한다. 대부분 지방정부에서 결정한다. 지방세 비율도 높고. 총리는 국민이 아닌 의회에서 선출하는데 지방 권력은 유권자가 직접 뽑으니 관심도 더 크다.”(알베르토)

“영국은 사실 관심이 더 없다. 5월 3일에 지방선거를 했는데 투표율이 35% 정도 나왔다. 시·도지사부터 시장·군수까지 한꺼번에 뽑는 한국과 달리 영국은 동시에 안 한다. 한 해는 시장, 또 한 해는 구청장을 뽑는 식이다. 한국보다 홍보도 안 한다. 그래서 투표율이 낮은 것 같다.”(루크)
 
그래서 한국의 선관위에서 일하는 건가.(웃음) 한국의 선거 분위기는 어떤가.
“한국 와서 깜짝 놀란 게 노래 부르고 춤추면서 축제처럼 선거운동을 하더라. 이탈리아에선 불법일 거다.”(알베르토)

“그렇게 하면 영국 사람들은 안 뽑을 수 있다. 안 좋아할 것 같다.”(루크)
 
지하철 출구에서 인사하고 명함 건네는 게 유럽에선 없나.
“전혀 없다.”(셋 모두)

“선거 관련 부스를 만들어놓는 정도다. 아침에 운동하는데 창문에 엄청나게 큰 현수막을 달아놨더라. 밖이 안 보인다. 유럽에선 불법이다.”(다니엘)

“이탈리아에서는 선거 참여자에게 똑같이 홍보할 기회를 공평하게 줘야 한다는 게 원칙이다.”(알베르토)

“한국에선 선거운동 기간이 짧아서 그렇다. 공식 선거운동이래 봐야 14일 정도니까 시간이 별로 없다. 영국은 60~70일 정도로 길어 처음부터 여유가 있다.”(루크)
 
이번 지방선거에선 대부분의 투표소에서 7장의 투표지를 받게 되는데 너무 많지 않나.
“이탈리아는 (투표지가) 최대 두 장 정도다. 그런데도 어르신들은 어떻게 투표하는지도 잘 몰라 광고로 설명을 많이 한다.”(알베르토)

“독일도 두 명 정도를 뽑는다.”(다니엘)

“영국도 한국처럼 선거가 많은데 따로 떼서 거의 매년 하니까 투표율이 낮다. 한 번만 제대로 공부해서 투표하는 게 낫다고 본다.”(루크)
 
어르신들은 7장 투표하는 게 어려울 수도 있겠다.
“이탈리아는 그런데 한국 어르신들은 스마트폰도 잘 쓰시고 다른 것 같다.(웃음)”(알베르토)

“한국 어른들은 투표의 가치를 훨씬 더 많이 아는 것 같다.”(다니엘)
투표와 개표는 어떻게 진행되나.
“영국에선 옛날 방식대로 한다. 투표할 때 연필로 표시하고 개표도 손으로 한다. 도장을 찍고 기계로 개표하는 한국과 다르다. 해외에서도 참관을 많이 온다.”(루크)

“연필로 한다. 깔끔하게 십자를 그리거나 찍고 싶은 정치인의 이름을 쓸 수 있다. 개표는 수작업이다.”(알베르토)

“하나 더, 영국에선 투표하러 갈 때 ID카드도 필요 없다. 그냥 이름만 말하고 투표해도 된다.(웃음) 처음 투표할 때는 서로가 다 아는 이웃이라 그랬는데 이후에도 법이 안 바뀌어 아직 그대로 한다.”(루크)
 
선거 관련해 가장 큰 키워드 중 하나가 가짜뉴스다. 다른 곳도 그런가.
“지난해 가장 ‘핫’한 게 가짜뉴스였다. 이탈리아에 ‘오성운동’이라는 정당이 있다. 개그맨이 창립한 건데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다 팔로어가 늘자 정당으로까지 발전했다. 온라인 뉴스와 웹사이트 활용을 잘하는데 동시에 가짜뉴스를 많이 낸다는 소문이 있었다.”(알베르토)

“독일에서도 ‘독일을 위한 대안’이라는 정당이 성희롱·성폭행 사건을 난민들이 저질렀다고 가짜뉴스를 내보냈다가 확인 안 된 사실로 알려져 엄청난 욕을 들었다.”(다니엘)

“영국에서도 EU(유럽연합) 탈퇴를 놓고 가짜뉴스가 난무했다. 새로운 미디어법이 필요한지 토론이 진행 중이다.”(루크)
 
한국에선 선거 연령이 쟁점 중 하나인데 다른 곳은 어떤가.
“유럽에선 만 16세로 낮추자는 주장도 나온다. 오스트리아가 그렇게 한 것으로 안다. 고등학생도 성인으로 보기 때문이다. 실제 파업 참여도 하고 토론도 하는 등 정치적 활동을 많이 한다.”(알베르토)
 
한국의 선거를 보면서 이런 건 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있나.
“얘기했듯이 홍보 현수막을 너무 크게 달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게 유럽 사람 입장에선 이해하기 힘들다.”(다니엘)

“공약을 좀 더 알 수 있게끔 선거운동 기간을 좀 더 길게 줘야 한다.”(루크)
 
한국 유권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올해는 한국에서 선거를 치른 지 70년이 되는 해다. 큰 의미를 느끼며 투표하면 좋겠다.”(루크)

“안창호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했다. ‘참여하는 사람은 주인이고 그렇지 않은 자는 손님이다’라는 말이다. 여러분 꼭 투표하세요.”(다니엘) 
 
정리=권호·권유진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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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