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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으로 시작해 여성으로 끝난 2018 칸영화제

왼쪽부터 이창동 감독, 올해 황금종려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배우 아시아 아르젠토. [AFP·AP·로이터=연합뉴스]

왼쪽부터 이창동 감독, 올해 황금종려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배우 아시아 아르젠토. [AFP·AP·로이터=연합뉴스]

올해 제71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은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만비키 가족’에 돌아갔다. 이창동 감독의 ‘버닝’은 평단의 극찬, 특히 스크린 데일리가 각국 평론가들에 취합한 별점에서 역대 최고점을 받았으나 본상은 수상하지 못했다. 대신 국제영화비평가연맹(FIPRESCI)상과 신점희 미술감독의 벌칸상으로 비공식 2관왕에 올랐다.
 
초반부터 성 평등을 요구하는 여성 82명 행진이 벌어졌던 이번 영화제는 19일(현지시간) 폐막식에선 더욱 직설적인 메시지가 터져 나왔다. 여우주연상 시상자로 나온 이탈리아 배우 아시아 아르젠토의 짧은 연설은 폐막식이 열린 뤼미에르 대극장을 압도했다.  
 
아르젠토는 미투 운동을 촉발한 할리우드 유명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을 겨냥, “1997년 칸에서 강간당했다. 나는 21세였다. 이 영화제는 그의 사냥터였다”며 “와인스타인은 다시는 여기서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그를 감싸고 범죄를 덮었던 영화계로부터 기피당해 평생 불명예 속에 살 것”이라 말했다. 또 “오늘 밤 이 자리에도 자신의 행동에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와 있다. 본인들은 알 것이고, 더 중요한 건 우리가 안다는 것”이라며 “더는 당신들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말해 응원의 큰 박수를 받았다.
 
올해 수상작은 사회비판적 성향이 두드러졌다. 2등상인 심사위원대상은 미국 스파이크 리 감독의 ‘블랙클랜스맨’에 돌아갔다. 1970년대 백인우월주의 비밀결사 ‘KKK’에 잠입한 흑인 경찰의 실화를 풍자적으로 그리며 지난해 버지니아주 샬롯빌에서 발생한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유혈 소요사태 화면을 마지막에 삽입, 트럼프 시대의 미국을 겨냥했다. 심사위원상은 레바논의 열악한 난민 현실을 실제 시리아 난민 출신 아역의 연기를 통해 그린 나딘 라바키 감독의 ‘가버나움’이 받았다.
 
정치적 이유로 이란 정부에서 영화 연출을 금지당한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사회파 로드무비 ‘쓰리 페이스’로 이탈리아 앨리스 로르와처 감독의 ‘라자로 펠리체’와 공동 각본상을 받았다. 수상은 칸에 못 온 파나히 감독 대신 딸이 했다. 감독상은 1950년대 냉전시대를 무대로 가슴 아픈 러브스토리를 그린 폴란드 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의 ‘콜드 워’가 차지했다.
 
올해 심사위원장 케이트 블란쳇은 “훌륭한 경쟁작이 많아 결정이 고통스러웠지만, ‘만비키 가족’은 모든 면에서 뛰어났다”고 말했다. ‘만비키 가족’은 할머니의 연금과 좀도둑질로 연명하는 가족이 추위에 떨던 소녀를 받아들이며 벌어지는 이야기. 가족의 비극에 일본의 오늘을 투영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나이가 들면서 ‘가족’에 대한 시선도 달라진다. 60, 70대에도 계속 가족영화를 찍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영화가 황금종려상을 받은 것은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우나기’ 이후 21년 만이다.
 
누벨바그 거장 장 뤽 고다르 감독은 실험영화 ‘이미지의 책’으로 특별 황금종려상에 호명됐다. 여우주연상은 카자흐스탄 영화 ‘아이카’(감독 세르게이 드보르체보이)의 사말 예슬야모바, 남우주연상은 이탈리아 영화 ‘도그맨’(감독 마테오 가로네)의 마르첼로 폰테가 가져갔다.
 
공식 폐막식에 앞서 ‘버닝’으로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받은 이창동 감독은 “‘버닝’은 현실과 비현실, 있는 것과 없는 것,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탐색하는 미스터리”라며 “여러분이 그 미스터리를 가슴으로 안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신점희 미술감독이 받은 벌칸상은 촬영·편집·음향 등을 아우르는 기술상으로, 한국 영화인의 수상은 2년 전 ‘아가씨’의 류성희 미술감독에 이어 두 번째다. 유태오가 전설적 로커 빅토르 최를 연기한 러시아 영화 ‘레토’는 본상은 못 받았지만 칸사운드트랙재단이 수여하는 영화음악상을 받았다. 
 
칸(프랑스)=나원정 기자 na.won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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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