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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한의 퍼스펙티브] 인터넷 댓글 조작 영향력, 과대 평가돼 있다

디지털시대 사회 통합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드루킹’ 인터넷 댓글 조작 사건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댓글 조작 자체만을 본다면 정당 차원의 조직적 개입이 있었거나 반대급부를 노린 금품 개입이 아니라면 민간인에 대한 처벌 근거는 약하다. 처벌 근거가 될 ‘댓글조작방지법’은 국회에 계류 중이므로 현재 인터넷 여론 조작 자체에 직접 적용될 현행법은 없다. 통신 운영을 방해할 목적으로 아이디(ID)를 위조하거나 매크로를 이용해 기술적으로 조작하여 정보통신망을 교란했다면 정보통신법 위반을 적용할 수 있다.
 
그런데 드루킹 댓글 조작이 대중에게 영향을 미쳤을까 하는 법적 혹은 정치공학적 측면에 앞서 살펴봐야 할 질문이 있다. 과연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스마트 환경은 정치적 사회 참여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까.
 
스마트 환경의 등장과 사회의 변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인터넷이 일상화된 지 25년이 넘었고 과거의 수퍼컴퓨터급 기능을 장착한 스마트폰이 애플의 아이폰을 필두로 일반인의 주머니에 들어온 지도 10년이 지났다. 미디어의 발달은 항상 소통 양식의 변화를 가져왔듯 디지털 미디어의 확산은 양방향적 소통을 가능케 했다. 소통이란 말하기와 듣기가 균등하게 조화를 이루는 것이며 소통의 부재는 대개 일방향적인 전달에서 발생한다.  
 
쌍방향 정보 전달이 가능해진 인터넷 소통은 사회 참여를 촉발해 정책 제안, 선거 캠페인 활동 참여, 정치인과의 소통 등 직접적 시민 참여를 가능하게 만들었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온라인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확산시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정치적 사회 참여는 세계적 추세다. SNS는 2008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선거 승리의 주된 요인으로 여겨졌다. 2011년 이집트의 반정부 민주화 시위, 그리고 한국의 2016년 촛불 집회와 대통령 탄핵에 이르기까지 정치 정보는 인터넷과 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기도 했다. TV가 처음 등장했던 초기 신문을 대체한 TV가 정치적 관심을 저하시킨다는 주장이 있었듯 새로운 매체의 역할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곤 했다. 그러나 신기술을 탑재한 새로운 매체는 항상 시대를 반영하여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해왔다.
 
댓글은 사회적 승인 도구
 
현실에서는 인터넷 포털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해 댓글 수를 조작함으로써 기사 노출을 높이려는 시도로 악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인터넷 정보에 의견을 제시하는 통로인 댓글은 사회적 승인 단서(social endorsement cues)로 작동한다. 사회적 규범에 의해 영향을 받는 인간은 타인의 댓글이나 ‘좋아요’ 같은 공감 반응을 관찰하면서 사회적으로 승인받는 행동에 대해 판단하게 된다. 이때 사회적 지지를 받는 의견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댓글과 추천은 스마트 시대에 정보 동의 수준을 나타내는 사회적 영향력의 척도로 여겨진다.
 
기사보다 오히려 댓글이 기사의 내용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간접적 사회 정보로 작용해 여론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도 있다. 타인의 생각과 흐름을 읽기 위해 정보 확인 차원에서 기사보다 댓글에 더 비중을 두는 경향도 있다. 댓글은 의견을 개진하는 것을 넘어 긍정적으로 작동한다면 활발한 토론 문화를 만들 수 있다.
 
개방과 폐쇄의 아이러니
 
그러나 정치적 사회 참여를 통해 자유로운 공론의 장이 조성될 것이라는 기대와는 반대로 현재의 인터넷과 SNS는 ‘선택적 노출(selective exposure)’의 부작용을 겪으며 소통의 양극화를 심화시킨 측면이 있다. 유사한 의견을 가진 사람과만 정보를 교환하며 정치적 폐쇄성이 강화되는 것이다. 진보 성향의 SNS 사용자는 같은 성향의 사용자들과 집단을 이루어 진보 언론의 내용을 공유한다. 마찬가지로 보수 성향의 사용자 역시 보수적 정보를 공유하며 둘 사이의 폐쇄적인 벽이 높아진다.
 
우리 사회의 스마트 환경이 정치적 사회 참여를 포함한 사회 통합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 필자의 연구팀은 연세대 바른ICT연구소의 지원을 받아 우리나라 1300명, 미국 500명 참가자를 대상으로 비교 연구를 했다.
 
한국과 미국 모두 여러 형태의 사회 갈등 중 정치적 갈등이 온라인상에서 가장 큰 문제라고 인식했다. 갈등을 야기하는 요인이 정치 및 언론 사이트에서 얻은 정보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동시에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사회 구성원이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사회 통합이 가능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가지고 있었다.
 
절대적 수치의 의미는 더 해석되어야 하지만 상대적으로 볼 때 인터넷·SNS에 오른 기사에 대한 관심은 한국이 미국보다 월등히 높았다. 한국 응답자의 60.7%가 관심이 있다고 응답했지만 미국은 49.1%였다. 이러한 관심과는 달리 동의하는 글에 추천을 누르는 표현 행동은 한국이 24.5%인데 반해 미국은 62.1%에 달했다. 반대를 누르는 것 또한 한국 20.6%, 미국 41.0%로 큰 차이가 났다. 즉 정치 정보에 대한 관심은 한국이 더 높지만 표현하는 행동에서는 훨씬 낮았다.
 
6개월 간격으로 열린 한국 17대 대통령 선거와 미국의 45대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양국 모두 50% 가까운 응답자가 스마트폰을 통해 대선에 관심을 가지고 공약을 접한 데 비해 참여에서는 큰 차이를 보였다. 스마트폰을 통해 정치 정보를 타인에게 공유(한국 35.0% 대 미국 66.9%), 정치 집회에 대한 의견을 개진(21.6% 대 38.0%), 직접 집회에 참여(19.4% 대 28.5%)한 경험 모두 유의미하게 한국이 낮았다.
 
관심은 크나 참여는 적은 한국
 
미국 응답자의 31.7%가 습득한 정보를 통해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고 응답했지만 한국은 14.6%에 그쳤다. 한국에서 20대는 약 20%가 새로 접한 정보를 통해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고 응답했지만, 60대 이상은 5%에 불과했다. SNS 정보에 영향받지 않는다고 보고한 참여자들의 말이다.
 
“젊은 층은 변할 수 있겠지만 우리 세대는 잘 변하지 않을 거예요. 하루아침에 SNS 영향으로 후보 선택이 바뀌지는 않을 것 같아요.” (여·52세)
 
“지지하는 후보가 바뀌지 않습니다. 어차피 제가 판단하는 거니까.” (남·40세)
 
스마트 시대 정치 참여와 관련하여 심각한 사회문제로 지목된 것이 ‘가짜 뉴스(fake news)’다. 거짓 정보를 사실로 포장하거나 없는 일을 만들어 유포하는 가짜 뉴스는 선정적 목적을 가진 ‘뉴 옐로우 저널리즘’으로 불린다. 대중은 자극성으로 인해 가짜 뉴스를 진짜 뉴스보다 더 많이 확산시키는 경향이 있다. 19대 대선 기간의 국내 정치 정보를 팩트 체크한 결과 약 50% 정도가 가짜 뉴스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밝혀지기도 했다.
 
스마트 시대의 그림자, 가짜 뉴스·불신·피로
 
가짜 뉴스가 스마트폰을 매개체로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던 배경에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 있다. 유권자는 정보를 취득하기 전에 이미 신념을 가지고 있어서 이에 따라 정보를 선택하고 때론 사실을 왜곡해서 신념에 맞추는 것이다. 특히 같은 성향의 정치적 동질 그룹 안에서 가짜 뉴스가 공유되고 확대 재생산되는 경향이 있다.
 
가짜 뉴스가 양산된 데는 뉴스 제작의 진입장벽이 낮아진 이유도 있다. 누구나 기존 언론과 비슷한 형태의 콘텐츠를 제작·유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유권자들에게 더 많은 양의 다양한 선택권을 줌으로써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촉진할 수도 있으나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인터넷을 통해 얻는 정보에 대한 불신감 역시 존재한다.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는 SNS를 통한 정보에 신중한 입장을 나타내는 경향이 보였다. 정치 뉴스에 대한 피로감도 상당해 “정치 뉴스가 날아오면 바로 삭제해요”, “첫 내용을 봐서 정치적 내용이다 싶으면 바로 덮어요”같은 응답도 있었다.
 
인터넷 정보에 대한 과도한 의존 그리고 그 영향력에 대한 과대 평가도 주의할 필요 있다. 한 심층 인터뷰 참여자는 “스마트폰과 SNS가 없었다면 탄핵은 어떻게 됐을까. 국민은 모르고 지나갔을 것 같아요”라고 응답했지만, 4·19 혁명도, 1987년 6월 항쟁도 스마트폰과 전혀 상관 없다. 각 시대의 변혁이 그 시대 소통 수단을 통해 이뤄진 것이다.
 
개방인가 폐쇄인가
 
댓글 조작은 포털 시스템의 헛점을 노려 영향력을 미치려 했다. 그러나 그것은 동일 집단 내 사회적 승인을 통해 내적 파급력을 가졌을 뿐이며 확증 편향을 가진 그들만의 폐쇄 공간 속 태풍일 뿐이었다. 즉 닫힌 집단 내에서 그렇게 믿는 사람에게만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사교(邪敎)의 작동 원리와 비슷한 폐쇄성이다.
 
사회 통합이란 사회가 기계적인 획일화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공통의 질서와 연대·신뢰 위에서 개인과 조직의 다양성이 역동적인 조화를 이루고 함께 살아가는 것을 뜻한다. 다양성을 자유롭게 주장하는 정치 참여는 사회 통합을 위한 중요한 요소다. 일방향적 미디어가 정치 정보를 전하던 과거와 달리 개방적 상호 소통을 통해 다양성을 공론화할 수 있는 기술의 시대가 이미 왔다. 개방성이 인터넷의 본질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소통을 거부하는 폐쇄적 댓글은 다름과 어울리는 개방적 댓글 문화로 향해야 한다. 스마트 시대에 어울리는 스마트한 정치 참여 문화가 필요하다.
 
송인한 연세대 사회복지학 교수·사회참여센터장·리셋 코리아 보건복지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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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