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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적 긴장 높이기? 北 '풍계리 몽니' 포석은

23~25일 중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겠다고 약속한 북한이 한국 취재기자단 명단 접수를 거부하면서 몽니를 부리고 있다. 남북 대화 중단 엄포(17일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 위원장), 북·미 정상회담 무산 위협(16일 김계관 외무성 1부상) 등을 통해 조성한 긴장 국면을 이어가는 분위기다.
 
풍계리 취재를 맡은 한국 기자단은 취재기자의 명단과 함께 취재 범위·절차와 안전 상황 등에 대한 질문들을 통일부에 전달했고, 통일부가 판문점 채널을 통해 북한에 문의했으나 20일 현재 아무런 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한동안 잠잠했던 대남 비방 공세까지 재개했다. 2016년 여종업원 집단 탈북과 관련,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대변인은 19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에게 “남조선 당국은 반인륜적 만행을 인정하고, 우리 여성 공민들을 지체 없이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라”며 송환을 요구했다. 북한의 대남 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태영호 전 주영 북한 공사의 국회 강연을 비난하며 “탈북자 버러지들의 망동에 특단의 대책을 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일에는 민간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삼았다.
 
2016년 중국의 북한 식당에서 근무하던 종사자 13명이 동남아를 거쳐 국내에 입국하던 모습(왼쪽 사진)과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오른쪽 사진) [사진 통일부ㆍ연합뉴스]

2016년 중국의 북한 식당에서 근무하던 종사자 13명이 동남아를 거쳐 국내에 입국하던 모습(왼쪽 사진)과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오른쪽 사진) [사진 통일부ㆍ연합뉴스]

 
하지만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계획 자체를 취소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정부 안팎의 공통된 견해다. 북한 당국은 19일 미 ABC·CNN방송과 AP통신에 풍계리 취재를 위해 22일 오전 베이징의 주중 북한 대사관에 집결할 것을 공지했다고 복수의 외신 기자들이 전했다. 북한은 사증 발급 비용으로만 1명당 1만달러(약 1082만원)를 요구했다고 한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인 38노스는 19일(현지시간) “풍계리 핵실험장 서쪽 갱도 인근 언덕에 4줄에 걸쳐 목재 더미가 쌓여 있는 듯한 모습이 민간 위성에 관측됐다. 기자들이 폭파 장면을 지켜볼 수 있는 전망대를 준비하는 것 같다”고 보도했다.
 
외국 기자들을 이송하기 위해 원산-길주 간 철로를 보수하고 열차 시험운행을 하는 정황도 포착됐다. 북한의 대외 선전 매체 ‘조선의 오늘’은 20일 “이것(풍계리 핵실험장 폭파)은 조선반도 비핵화를 위해 우리 공화국이 주동적으로 취하고 있는 대단히 의의있고 중대한 조치”라고 분위기를 띄웠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19일(현지시간) 북한이 폐기를 결정한 풍계리 핵실험장의 15일 촬영된 위성사진을 근거로 공개 폐기 관측을 위한 전망대가 설치 중이라고 보도했다. [사진 38노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19일(현지시간) 북한이 폐기를 결정한 풍계리 핵실험장의 15일 촬영된 위성사진을 근거로 공개 폐기 관측을 위한 전망대가 설치 중이라고 보도했다. [사진 38노스]

 
북한이 그러면서도 겉으로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남궁영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이 김계관 담화를 통해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를 거부했는데, 이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만 포기하고 핵은 인정받는 인도나 파키스탄 모델을 추구하겠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폭파 장면을 전세계에 공개하며 다시 평화 모드로 전환할 때 극적인 효과를 높이기 위해 긴장을 끌어올리려는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선 북한이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가입 선언 등 파격적 약속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북한은 이미 지난달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실효성은 의문이다. 또 CTBT에 가입하더라도 여전히 임계전 핵실험(폭발 핵실험 없이 시뮬레이션으로 동일한 결과를 얻는 실험)은 할 수 있다.
 
22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중국의 후원을 받아 주도적으로 의제를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것 같다. 한국을 향해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양보를 받아내는지 보겠다’고 하는 것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북한으로선 주한미군이나 한·미 연합훈련을 한·미 정상회담 의제로 다루길 바라는 것 같은데, 우리로선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유지혜·윤성민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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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