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타까지 면제하며 급하다더니
추경안 중 6개 기금 3848억원
국회 승인 없이도 자체 사용 가능
GM사태 수습 지원금 등 포함
추경은 경제의 영역이다. 그러나 국회를 거치다 보니 항상 정치적으로 흐른다. 이번에도 그랬다. 야당은 드루킹 특검을 주장하며 심의를 거부했다.

18일 국회 본청에서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들이 추경과 특검법 본회의 처리 여부 등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있다.
사실 ‘진짜 급한 문제’였다면 애초에 정부는 다른 방법을 쓸 수 있었다.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은 총 3조9000억원 규모다. 일반회계가 2조6000억원, 기금이 1조3000억원이다.
일반 회계는 당연히 국회 승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기금은 경우에 따라 정부가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국가재정법 제70조는 ‘기금의 경우 해당 항목 지출금액의 변경 범위가 20%(금융성 외 기금) 또는 30%(금융성 기금) 이하면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대통령령으로 정한 방법으로 변경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국무회의를 통해 처리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번 추경안과 관련해 국회에 제출된 기금운용계획 개정안은 총 13개다. 이 중 변경범위가 20% 또는 30% 초과해 필수적으로 국회 승인을 받아야 하는 건 ‘중소기업창업 및 진흥기금’ 단 하나밖에 없었다.
나머지 12개는 국회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기금이라도 일반회계에서 나가는 돈이 기금의 수입으로 잡히면 국회의 승인을 받는 것이 국회 예우 차원에서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정부가 3월 발표한 청년 일자리 대책의 핵심이었던 청년내일채움공제나 청년 추가고용장려금이 포함된 고용보험기금도 자체적으로 변경할 수 있는 기금이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회 승인 의무가 없어도 기금의 세부사업을 변경할 땐 국회에 보고하는 것이 관례”라고 말했다.
사실 이번 추경안에 포함된 사업 중 10개는 예비타당성 조사(예타)을 받지 않았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재정지출이 500억원 이상인 신규사업은 미리 예타를 받아야 한다. 2015년 이후 정부는 매년 추경을 편성했지만 예타 면제 사업이 포함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추경안을 제출하면서 정부는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 등을 위하여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이란 예타 면제 요건을 동원했다.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야당도 문제지만 정부와 여당도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야당 탓을 하는 건지 돌아볼 일이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