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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회사 정년 버티는 것 보다…부업 권하는 日일자리 혁명

기자
이형종 사진 이형종
[더,오래]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1)
한국이 빠르게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초고령사회에서는 인생 80세 시대와 다른 삶의 방식이 전개된다. 기존의 국가 시스템과 사회 제도 등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보다 앞서 초고령화 사회를 경험하고 있는 일본의 다양한 현상을 들여다보며 해답을 찾아보면 어떨까. <편집자>
 
 
『사사에상』은 전후 30년 동안에 걸쳐 아사히 신문에 연재됐던 장편 만화다. 등장인물에 나오는 사사에의 아버지 나미히라는 54세다. 1950년대 일본 남성의 평균수명은 58세. 나미히라는 55세에 정년을 맞이하고, 3년 후엔 다른 사람처럼 생을 마감하는 그런 시대였다. 현재 한창 일하는 50대 중년의 이미지와 크게 다르다.
 
2017년 일본 여성의 평균수명은 87세, 남성 81세에 달한다. 1950년대에 비해 30세가 더 길어졌다. 이에 따라 인생 설계 방식도 크게 바뀌고 있다. 오래 살게 되니 그만큼 더 오래 일해야 한다. 적어도 70세까지 일하는 것이 보통인 시대다. 60세에 은퇴하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은퇴생활은 이제 옛날 만화에서나 볼 수 있을 것이다.


고령자 기준 75세 이상으로 해야
일본 사이타마현 하토야마(鳩山)정의 하토야마 뉴타운 거리의 노인과 주민들. [중앙포토]

일본 사이타마현 하토야마(鳩山)정의 하토야마 뉴타운 거리의 노인과 주민들. [중앙포토]

 
수명 연장에 맞춰 일본 노년학회는 65세 이상으로 정한 고령자의 정의를 75세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는 생산가능인구 연령을 5세 더 높여 15~70세로 정했다. 미래엔 고령자 일자리가 더 많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그렇게 하라는 의미다.
 
오래 일하는 구조뿐만이 아니다. 일하는 방식도 크게 바뀌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일억총활약플랜’, ‘일본재흥 2016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일하는 방식을 확 바꾸자는 게 아베 정권의 의도다. 2016년 9월 ‘일 방식 개혁 실현회의’를 발족해 어떻게 하면 텔레워크(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회사 이외의 장소에서 근무하는 것), 부업, 겸업 등 유연한 일 방식을 도입할 수 있을까 머리를 맞대고 있다. 
 
올해 초에는 정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출산, 육아, 간병 등 인생의 단계에 맞춰 일하는 방식을 바꾸자는 얘기다. 달리 말하면 일하는 방식을 유연화하면서 그만큼 오랫동안 일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의미다.
 
일본 유관 부처도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경제산업성은 4차 산업혁명이 빠르게 진행되는 환경에서 개인이 자신의 능력, 적성, 의향에 맞게 일하기 위해 교육과 인사정책, 노동시장, 고용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후생노동성은 미래에는 독립한 개인이 자율적으로 일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기업에 취업한다는 의식이 희박해지기 때문에 ‘겸업’과 ‘부업’을 당연하게 인식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인간 수명은 늘고, 기업 수명은 줄고
『라이프 시프트』의 저자 린다 그라튼(Lynda gratton). [사진 WIKIMEDIA COMMONS]

『라이프 시프트』의 저자 린다 그라튼(Lynda gratton). [사진 WIKIMEDIA COMMONS]

 
지난해 일본에서는 린다 그라튼(Lynda Gratton)의 『라이프 시프트(LIFE SHIFT, 2016년)』라는 책이 베스트셀러로 올랐다. 책에 따르면 2007년 일본에서 태어난 아이의 50%가 107세까지 살 수 있다. 문제는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고 있는데 기업의 수명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2014년 동경상공회의소 조사에서 기업의 평균수명은 23.5년이었다. 기술혁신과 인수합병(M&A) 등 사업재편으로 환경변화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70세까지 일하는 사회가 되면 직업 수명은 약 50년이다. 기업 수명의 2배가 된다. 이제 한 회사에서 정년까지 커리어를 마감하는 일 방식이 통용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책은 100세 시대가 되면 새로 지식과 기술을 배우는 탐구자(Explorer), 독립적으로 일하는 독립 프리랜서(Independent producer), 다른 활동을 병행하는 병행 커리어(Portfolio stage) 등으로 커리어 방식이 바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후생노동성은 다양한 인재가 개성을 살려 일할 수 있는 미래의 일 방식을 제안했다. 인공지능(AI) 등 빠른 기술혁신으로 시간과 공간, 연령과 성별이라는 장벽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에 일 방식에도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한다. 
 
개인의 일하는 방식이 바뀌면 기업의 형태, 노동정책에도 혁신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어떻게 인생을 설계할 것인지는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된다. 장수시대의 앞선 롤 모델도 없다. 적어도 70세까지 일하려면 언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일본의 라이프 커리어 전문가 아키히코는 회사에서 승진을 포기한 시점부터 서서히 준비하라고 말한다. 그는 변화무쌍한 장수시대에 한 회사에 무작정 매달려 정년까지 견디는 게 과연 바람직하냐고 의문을 제기한다. 승진이 안 될 것 같으면 슬슬 전직준비를 시작하란 얘기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다른 일에 눈을 돌리고, 추후에 직접 일을 할 수 있도록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승진 안 될 것 같으면 전직 준비를
일본 도쿄시 고토센터에 마련된 고령자 구인 정보 게시판 앞에서 한 여성 고령자가 일자리와 교육훈련 정보를 찾아보고 있다. [중앙포토]

일본 도쿄시 고토센터에 마련된 고령자 구인 정보 게시판 앞에서 한 여성 고령자가 일자리와 교육훈련 정보를 찾아보고 있다. [중앙포토]

 
재직시절부터 자신의 기술과 경험을 닦는데 투자하는 것이 두 번째 커리어를 만드는 데 중요하다는 것이다. 회사 차원에서도 직원을 사내 실업자로 양산하지 않고, 기술습득이나 전직 지원을 통해 다음 커리어를 설계하도록 돕는 구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전문능력이 있으면 나이와 관계없이 기업에서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회사는 생명보험회사 라이프네트다. 이 회사는 60세가 넘는 사람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다. 섬세한 기술력이 필요한 제조업체들은 정년을 맞은 시니어 인재를 붙잡고 있다. JEED(독립행정법인 고령∙장애인 고용지원기구)의 조사에 따르면 다수의 성장기업은 우수한 시니어 인재를 성장부문에 투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채용했다.
 
창업도 한 방법이다. 보통 샐러리맨은 50대 창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위험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70세까지 일하려면 자의 반 타의 반 창업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창업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연습하고 아이디어를 정립하는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몸으로 익혀볼 시간도 가져야 한다. 회사에서 월급을 받으면서 장기적으로 준비하란 거다. 철저히 준비한 후에 퇴직 후 자녀가 독립할 때가 사업을 시작할 좋은 기회다. 현역시절에 익힌 경험과 기술, 풍부한 인맥이 최대 무기다.
 
이형종 한국금융교육원 생애설계연구소장 acemn04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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