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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여자는 꼼꼼, 남자는 씩씩"? 고쳐야 할 편견이죠

2017 성평등 시범학교로 선정됐던 충북 북이초등학교 교사들이 연수 협의를 하던 모습이다. (사진=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2017 성평등 시범학교로 선정됐던 충북 북이초등학교 교사들이 연수 협의를 하던 모습이다. (사진=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성교육은 따분해요. 왜 하는지 모르겠어요."
 
소중 독자 여러분 중에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성평등 교육이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는데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지난해 1년 동안 초등학교 학생·교사·학부모 2800명을 대상으로 성교육을 하기 전과 후에 성평등 의식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조사했어요. 그 결과, 저학년 학생일수록 그리고 여자보다 남자에게서 의식 개선 효과가 높았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이는 출발점이 달랐기 때문인데요. 고학년보다 저학년이, 여자보다 남자가 성평등 교육 전 점수가 낮아 상승폭이 컸던 거죠.
 
조사는 성평등 시범학교를 대상으로 했어요. 성평등 시범학교에서는 양성평등을 실천하기 위해 교과목 수업 시간,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 등에 다양한 성평등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죠. 2017년에는 충북 북이초·울산 무거초·경북 금장초 등 3곳이 선정됐어요. 
4점 척도로 조사하여, 4점에 가까울수록 성평등의식이 높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자료=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4점 척도로 조사하여, 4점에 가까울수록 성평등의식이 높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자료=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성평등 교육 후 1~3학년 학생들의 성 의식 수준은 평균 3.48점으로 교육 전 2.96점보다 0.52점 올랐어요. 고학년(4~6학년)은 3.49점에서 3.66점으로 올랐습니다. 저학년과 고학년의 출발점이 달랐던 만큼 상승폭도 저학년이 컸던 건데요. 성별로는 남학생의 의식 수준이 2.82점에서 3.38점으로 0.56점 상승해 0.5점 오른 여학생보다 상승폭이 컸습니다. 특히 인식 변화가 컸던 항목은 ‘남자는 용감하고 씩씩해야 한다’(2.41→3.26), ‘힘들고 위험한 일들은 여자 대신 남자가 해야 한다’(2.59→3.36)였어요.
 
교육 전 성평등 의식 점수가 낮았던 학생들에게서 의식 개선이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는다면 올바른 성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거든요. 이에 대해 초등성평등연구회 솔리 선생님은 "당연한 결과"라고 설명했어요. "학급에서 성평등 수업을 진행하면 학생들에게서 의미있는 변화가 나타나곤 했습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 제가 맡은 학급도 그렇죠."
초등성평등연구회 솔리 선생님이 학급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용했던 교육 자료 일부다. (사진=솔리 선생님 제공)

초등성평등연구회 솔리 선생님이 학급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용했던 교육 자료 일부다. (사진=솔리 선생님 제공)

현재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5학년 학급을 가르치는 솔리 선생님은 과거 2학년 학생을 지도했던 경험도 들려줬어요. “여자라고 다 꼼꼼한 게 아니고 남자라고 무조건 씩씩한 게 아니라는 걸 설명해줬죠. 그러자 한 학생이 하는 말이, 어른들한테서 '여자애가 왜 덜렁거리니'라는 말을 자주 듣는데 다음에 또 그러면 ‘덜렁거리는 거랑 남자·여자는 관련이 없어요’라고 하겠다는 거예요. 어른들이 강요하는 남성성·여성성 때문에 학생들이 힘들어할 때가 있어요. 아니라고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그런 것뿐이지 올바로 지도해줄 사람만 있으면 달라질 수 있어요.” 그는 또 "저학년에서 고학년으로 올라가는 동안 '꼭 그래야만 하는 건 아니야'라는 말을 어디선가 듣게 되면, 다른 관점에서 판단해보게 되고 이를 통해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편견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초등성평등연구회 솔리 선생님이 성평등 교육 시 쓰는 자료. 여학생(B), 남학생(A) 모델을 제시하고 옷을 고르게 한다. 학생 대부분 파란 옷이 남자, 분홍 옷이 여자라고 대답한다. 이때 일부 학생이 모델이 입지 않은 옷에 있는 A·B 작은 글씨를 발견하고 반대 의견을 내면 관찰려을 칭찬하고 남자 색, 여자 색이 따로 없음을 가르친다.(그림=솔리 선생님 제공)

초등성평등연구회 솔리 선생님이 성평등 교육 시 쓰는 자료. 여학생(B), 남학생(A) 모델을 제시하고 옷을 고르게 한다. 학생 대부분 파란 옷이 남자, 분홍 옷이 여자라고 대답한다. 이때 일부 학생이 모델이 입지 않은 옷에 있는 A·B 작은 글씨를 발견하고 반대 의견을 내면 관찰려을 칭찬하고 남자 색, 여자 색이 따로 없음을 가르친다.(그림=솔리 선생님 제공)

솔리 선생님은 학생들이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는 방향도 제시했죠. “단순히 ‘남녀는 똑같고, 차별하면 안 돼’에서 나아가 '*소수자'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어야 해요. 고학년이라면 소수자가 사회·경제적으로 어떤 차별을 겪는지 구조적으로 알아야 하죠. 민주적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나이니까요. 변화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선생님은 물꼬만 터주는 거예요. 나머지는 친구들의 몫이죠. 건강한 토론을 자주 하는 것도 도움이 될 거예요. 또 일상에서 소수자 비하 용어를 들었을 때 그냥 듣고 넘겨서는 안 돼요. 듣기 싫다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합니다.”
탁틴내일 강덕임 선생님. (사진=소년중앙 자료사진)

탁틴내일 강덕임 선생님. (사진=소년중앙 자료사진)

탁틴내일 성문화센터 강덕임 선생님도 성평등 인식 개선을 위해 친구들이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자는 의견이었죠.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올바른 성가치관이 퍼질 거란 기대였어요. 강 선생님은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정말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며 “교실에서 ‘남자가 ○○’ 혹은 ‘여자가 ○○’ 따위의 표현부터 쓰지 말아야 해요”라고 강조했죠. 또 “고정관념은 대단히 오래 학습된 거라 단번에 바꾸기 어렵지만 요새 ‘미투’ 운동을 보면 희망이 보여요”라며 “억울한 일을 당한 이 혹은 소수자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건이 그나마 마련될 기반이 이제 막 생겨난 것 같아요”라고 말했습니다. 선생님은 무엇보다 친구들이 서로를 배려하고 소수자의 마음을 배려하는 문화가 형성되면 더 멋진 세상이 될 거라고 덧붙였어요.
 
*소수자(少數者): 한자어를 그대로 풀이하면 '수가 적은 사람'이지만, 단순히 많고 적음을 떠나 '약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사회적 약자라고도 표현하죠. 우리나라에서는 장애인·여성·이주노동자·결혼이민자 등이 '소수자'의 입장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솔리 선생님이 꼽은 '교실에서 하지 말아야 할 말'
 
① 정체성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말 (예시: "너 장애인이냐""너 게이냐""너 여자냐""너 남자냐")
소수자 또는 한 사람의 정체성을 비하 대상으로 삼은 위험한 말이죠. 본인의 이름을 저 문장에 대입해서 다른 친구들이 기분 나쁜 상황에 사용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예를 들어, 이름이 오월이라면 "너 오월이냐"라고 괜히 시비를 걸어 상대를 조롱하며 말하는 거예요. 매우 기분 나쁜 표현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죠. 절대 써서는 안 되는 말입니다.
 
② 왜곡된 성인식·음란물에서 탄생한 신조어 (예시: "보이루""앙기모띠")
어원이 무엇인가와는 별개로, 초등학생 대상 설문조사에서 '듣기 싫은 말'에 손꼽히는 말들입니다. 특정 성별을 비하하는 말이라는 사실을 알고 쓰는지와 무관하게, '기분 나쁜 말'이라는 거예요. 일부 학생들은 일종의 반항심 또는 왜곡된 영웅심리에서, 흔히 얘기하는 '센 척'을 하느라 이 말을 사용하죠. 이런 유행어를 만들어 낸 유튜브 등 1인 방송은 대부분 폭력적인 행동·말·문화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 방송의 말을 따라 하는 건 문제가 된다는 것도 생각해봐야 해요. 
초등성평등연구회 교사들이 상징으로 사용하는 깃발이다. (사진=솔리 선생님 제공)

초등성평등연구회 교사들이 상징으로 사용하는 깃발이다. (사진=솔리 선생님 제공)

초등성평등연구회
공교육 현장에서의 소수자 혐오, 성차별 관행에 문제의식을 느낀 초등 교사들의 모임으로 지난 2016년 발족했다. 전국에서 모인 초등 교사 20여 명은 매달 정기모임을 가지고 교육 현안에 대해 논하며 아이디어를 나눈다. 교과서 속 성 불평등 사례 찾기, 젠더적 관점에서 미디어 콘텐트를 분석하고 비판적으로 수용하기 등 아이들과 함께 생각하고 질문하는 성평등 수업 개발에 주력한다. 활동 가치를 인정받아 제7회 이돈면 인권상을 수상했다.
 
탁틴내일
여성·아동·청소년이 스스로 중심이 돼꿈을 현실화하고, 사회를 더 밝게 변화시킬 수 있는 디딤돌을 마련하고자 지난 1995년 3월 1일 창립된 사회단체다. 청소년 기본권이 보장되는 사회 환경을 조성하며 이들이 스스로 삶을 이끌어 갈 환경을 구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글=강민혜 기자 kang.minhye@joongang.co.kr, 도움말=초등성평등연구회 솔리 선생님, 탁틴내일 강덕임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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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