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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 한국어 가르친 미국 학자가 본 '언어 제국주의'

[김환영의 책과 사람](8)
《외국어 전파담》저자 로버트 파우저 독립학자 인터뷰

로버트 파우저(Robert J Fouser)는 ‘독립학자(independent scholar)’를 표방한다. 그는 자유롭게 연구하고, 연구한 성과를 자유롭게 쓰는 삶을 꿈꾸고 실천한다. ‘전 서울대 교수’이기도 한 그에게 교수 타이틀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그가 새 책 《외국어 전파담》을 냈다. 그래서 그를 《미래 시민의 조건》에 대한 인터뷰(https://news.joins.com/article/21043929)와 중앙일보 논설위원실 페이스북라이브(https://www.youtube.com/watch?v=KjV4PUN8xbU)에 이어 세 번째로 인터뷰했다.
 
《외국어 전파담》은 ‘외국어의 정치학’, ‘외국어의 국제정치학’을 다룬 책이다. ‘지배자는 피지배자의 언어를 알아야 한다’ ‘피지배자는 지배자의 언어를 알아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책이다.

외국어 전파담, 저자 로버트 파우저, 혜화1117

외국어 전파담, 저자 로버트 파우저, 혜화1117

 
조선왕조 사람들이 한문을 공부한 이유, 대한민국 사람들이 영어를 공부하는 이유는?
‘언어 제국주의’, ‘언어 패권’의 문제와 밀접하다. 21세기에도 왜 ‘언어 민족주의’와 ‘언어 세계주의’가 필요한지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큰 책이다.
 
사전과 문법이 언어의 전파에 어떤 기능을 했는지 밝히고 있는 책이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예컨대 서양어로 이슬람 경전 《꾸란》이 처음 번역된 것은 1143년 스페인인데, 출간 자금을 지원한 것은 가톨릭 교회였다. 또 ‘역사상 가장 성공한 언어 회복 운동’인 히브리어 살리기가 이스라엘 독립 이후 어떻게 전개됐는지에 대해서도 나온다.
 
파우저 독립학자는 ‘외국어’라는 말의 역사가 의외로 짧다는 점을 지적한다. 사실 영어에서 ‘foreign’이라는 말이 생긴 것은 14세기, ‘foreigner’라는 말이 생긴 것은 15세기다.
 
파우저 독립학자는 매우 솔직한 사람이다. “이번 《외국어 전파담》이 그야말로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됐다. 몇 부 정도 팔린다고 예상하는가?”라고 묻자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다음이 인터뷰 요지.
  

- 1982년 여름, 36년 전에 한국에 처음 왔다. 독일어를 처음 배운 것은 미국에서가 아니라 1990년 남산 독일문화원에서다. 일본에서 한국어를 가르쳤고 이번 《외국어 전파담》을 비롯해 우리말로 책을 쓰고 있다. 그렇게 ‘특이한 언어 인생’을 사는 이유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 저는 언어 그 자체를 좋아한다. 독일통일이 한국에 있을 때 이뤄졌기 때문에 독일어에 대한 관심이 생겨 독일문화원에서 독일어를 공부했다.
일본에서 한국어를 가르친 것은 학술적인 이유에서다. 제게 모국어가 아닌 언어, 외국어로 배운 한국어라는 언어를 가르치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이 책을 한국어로 쓴 이유는 한국 독자들과 조금 더 깊은 소통을 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긴 분량의 교양서를 한국어로 쓰면 저의 한국어 실력을 향상하는 계기도 된다고 생각했다.”
 
- 외국어 학습에는 배경에는 ‘언어의 정치학∙국제정치학’이 깔려있지만, 외국어 공부의 개인 차원도 있다.
“제 경우에는 외국어 공부가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호기심을 충족시키며, 시야도 넓히는 기회다. 외국어로 책을 읽고 다른 관점에서 같은 현상을 볼 수 있는, 어떤 교양의 측면도 강하다. 세계관을 넓히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저는 아침에 매일매일 빠짐없이 모닝 커피 하면서 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 한국의 보수 신문과 진보적인 신문, 일본 닛케이∙아사히 신문을 본다. 여러 신문을 읽으면서 시각이 넓어진다. 특정 언어 한가지로만 읽으면 그 시각에 무의식적으로 흡수되는데 다양한 언어를 통해 정보를 접하면 시야가 넓어진다. 아침에 한국어∙일본어∙영어로 신문 읽는 시간이 제게 굉장히 귀중한 시간이다.”
로버트 파우저 독립학자

로버트 파우저 독립학자

- 미래 세계에서 외국어의 의미는?
“책 끝에 인공지능(AI) 문제도 이야기했다. AI 때문에 단순히 정보를 얻기 위한 외국어는 더는 필요 없다. 시야 넓히기, 소통 같은 특별한 목적을 위해 앞으로는 외국어가 아니라 ‘추가 언어’가 필요하다. 대한민국에 시집온 베트남 출신 며느리가 많다. 대한민국에서 베트남어는 ‘추가 언어’다. 미국 LA 코리아타운의 한국어는 외국어가 아니라 ‘추가 언어’다.”
 
- 책의 끝부분에서 외국어 학습법∙교수법의 역사를 정리했다. 여러 언어를 학습하고 구사하는 입장에서 무엇이 제일 효과적이었는가?
“본인에게 맞는 외국어 학습법은 본인이 발견해야 한다. ‘의식’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의식’이 없다. 독립 학습자(independent learner)로서 학습할 수 있는 마음의 자세를 앞으로 어떻게 키울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다.
모어(母語)에서 해방되지 않으면 외국어를 배우기 힘들다. 언젠가는 외국어라는 바다에 떨어져야 한다, 몰입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없지만, 중요한 것은 모어를 통해서 생각하지 않고, 외국어를 사용하는 시기가 와야 한다. 집중이 필요하고 집중에 필요한 환경이 필요하다.”
 
-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강조할 말씀은?
“방대한 내용이지만, 외국어에 대한 이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외국어가 사라지고, 외국어가 ‘추가 언어’로 변하는 AI 시대를 맞아 독자와 함께 생각하는 기회를 얻는 게 제 소망이다.”
 
김환영 지식전문기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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