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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 가계부]난 순금만 써…함평군의회 배지값 60만원

 
국회의원 배지 17개가 모여야 이 배지 하나 값이다. 바로 전남 함평군 의원의 순금배지다. 이들은 올해 8대 의회 개원을 맞아 개당 60만 원짜리 금배지 예산을 편성했다.
 
기초의원은 내가 사는 곳의 조례를 만들고 예산을 정하는 이들이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이들의 살림과 씀씀이가 어떤지 잘 모른다. 그래서 중앙일보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기초의회 226곳의 4년 치 가계부(예·결산서)를 들여다봤다. 의원 해외출장비와 옷값 지출 검증에 이어 세 번째는 '금배지값'이다.
[풀뿌리 가계부] 시리즈
7대 군의회가 시작된 2014년 전남 함평군의회는 378만원을 들여 의원 배지 7개를 제작했다. 개당 54만원씩이다. 8대 의회가 열릴 올해에는 다시 개당 60만원씩, 420만원을 의원 금배지 제작 예산으로 잡았다. 여의도의 국회의원들은 3만5000원짜리 도금 배지를 찬다. 함평군 의원 배지값이 국회의원 배지값의 17배다.
 
고가의 배지 제작 예산을 편성한 이유를 직접 물었다. 함평군 의장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부의장은 "올해 배지 예산에 대해서 아직 파악을 못 했다"고 답했다. "의회가 통과시킨 예산안 아니냐"는 질문에는 "다음 대에 사용하는 거라 관심 없이 넘긴 것 같다"며 "너무 비싼 배지를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감시 사각지대'에서 금을 사랑한 기초의원들 
기초의원들의 '진짜 금' 배지 착용이 알려진 것은 2016년이다. 경찰이 경북 봉화군의회의 업무추진비 지출 관련 비리를 수사하던 중 봉화군 의원들이 개당 40만 원짜리 금배지를 맞춘 지출 내용이 나왔다.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가 실태 조사에 나섰다. 7대 기초의원들이 얼마짜리 배지를 달고 있는지, 현황을 파악했다.
당시 조사에서는 단가 46만원의 순금 배지를 제작한 경북 청송군의회가 전국 기초의원 배지값 1위를 차지했다. 7대 의회 개원 때 54만 원짜리 배지를 맞춰 함평군의회가 '사실상 1위'였지만 함평군의회는 도중에 배지 디자인을 바꾸느라 은도금 배지를 다시 맞춘 상태였다. 함평군은 도금 배지 가격(1만5000원)을 신고해 행자부의 '골든 리스트'를 피해갔다. 이들 외에도 17곳의 기초의회가 도금이 아닌 '진짜 금' 배지를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행자부는 각 시·도에 공문을 보내 기초의원 배지 제작 시의 유의사항을 통보했다. "일반 국민의 상식에 부합하는 정도의 가격으로 제작"하고, 잃어버려서 다시 지급해야 할 경우는 의원이 배지값을 내게 하라는 것이다. 행자부가 제시한 '국민의 상식에 부합하는 가격'은 국회의원 배지 가격인 3만5000원 이하였다.
중앙정부가 말려도 순금 2돈 배지
기초의회들은 달라졌을까? 226곳 기초단체 예산서를 모두 살펴봤다. 226곳 중 94곳의 기초단체는 다음 대에 얼마짜리 의원 배지를 맞출 것인지 예산서에 적었다. 금을 사랑한 의회는 여전히 존재했다. 전남 함평군·신안군·강진군, 경기 양평군, 경북 김천시·영천시, 부산 기장군은 개당 27만~60만원의 배지 제작 예산을 잡아놓았다. 순금 1~2돈으로 배지를 만들 수 있는 가격대다. 2년 전 행자부가 보낸 공문은 이들에게는 영향력이 없었다.  
예산서에는 적혀 있지 않았지만, 고가의 배지를 만들 것으로 예상하는 기초의회도 있다. 전남 해남군에는 기초의원이 순금 배지를 달 수 있는 근거가 있다. '해남군의회기 및 의원 배지 등에 관한 규칙'에는 배지의 재질에 대해 '금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경북 청도군과 상주시 역시 의원 배지에 관한 자치규칙에 '18K 금'이라고 배지 재질을 명시했다. 행자부가 고가 의원 배지 제작을 자제하라는 공문을 보낸 후에도 이들은 금배지를 만들겠다는 이 조항을 개정하지 않았다. 
 
국회와 지방의회에는 각각 배지에 관련된 규칙이나 조례가 있다. 하지만 '국회기 및 국회 배지 등에 관한 규칙'에는 재질에 대한 언급은 없다. 다른 기초단체 역시 재질에 대한 언급이 없거나, '은(동)으로 만들어 도금한다'고 명시한 곳이 대부분이다.
 
임기를 끝내는 기초의원에게 고가의 기념패를 만들어줄 예산을 잡은 기초단체도 있다. 전남 강진군과 영암군은 '7대 의원 재직 기념패 제작비'로 의원 1인당 100만원씩의 예산을 편성했다. 전남 장성군 역시 임기가 끝나는 군의원들에게 개당 80만 원짜리 기념패를 안겨줄 계획인 것으로 예산서에 드러났다.
 
※디지털 스페셜 '탈탈 털어보자, 우리 동네 의회 살림' 에서 내가 사는 시·군·구 의회 씀씀이 내역을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링크(https://news.joins.com/digitalspecial/298)를 클릭하거나, 주소창에 링크를 붙여넣어 주세요.
 
[풀뿌리 가계부] 시리즈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디자인=임해든, 김한울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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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