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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풍계리 취재진 명단 접수 거부... 사흘 연속 한미에 어깃장

함북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장면을 취재하기 위해 방북하려던 한국 취재진의 명단 접수를 북한이 18일 거부했다. 남북 교착 상태가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판문점을 통해 취재진 명단을 북측에 통지하려고 했지만, 북측이 통지문을 접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북한은 23~25일 중 핵실험장을 폐기하겠다고 밝힌 뒤 한국·미국·영국·중국·러시아 취재진에게 보여주겠다고 했다. 특히 15일에는 통신사와 방송사 각 1곳씩 모두 8명의 취재진을 초청하겠다고 했다. 
 
북한이 명단 접수를 거부한 이유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핵실험장 폐기 계획 자체를 취소한 것인지, 남측 기자단에게 보여주지 않겠다는 뜻인지는 두고봐야 한다"며 "최근 한국과 미국을 향해 불만을 드러낸 연장선일 수 있다"고 말했다.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 정상회담을 향해 순항하던 북한이 태도를 바꾸기 시작한 건 16일부터다. 북한은 16일 예정됐던 남북고위급 회담을 회담시작 9시간 30분 전에 일방적으로 취소하며, 그 이유를 연례적인 맥스선더(Max Thunder) 한미 공군 연합훈련 때문이라고 했다. 같은 날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담화를 내고 볼턴 백안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리비아식 북핵 해결법을 언급하며 "북·미 정상회담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17일에는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나서 "엄중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현(문재인)정권과 다시 마주앉는 일이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18일 취재진 명단 접수 거부에 앞서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한 당 중앙군사위원회 개최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북한의 태도변화에 ‘시진핑 배후론’을 언급했다. [APㆍ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북한의 태도변화에 ‘시진핑 배후론’을 언급했다. [APㆍAFP=연합뉴스]

북한의 갑작스런 태도변화에 한국 정부는 17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판문점 선언 이행 의지를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17일(현지시각) “카다피 모델은 완전 초토화(absolute decimation)였다. 만약 (북한과 비핵화)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그(리비아) 모델이 발생할 것”이라면서도 “리비아 모델은 우리가 북한에 대해 생각하는 모델이 전혀 아니다”며 ‘한국모델(a South Korean model)’을 제시했다.   
이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중앙포토]

이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중앙포토]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리비아 협상은) 카다피를 지키기 위한 협상이 아니었다. 우리는 카다피에게 ‘오, 우리가 당신을 보호해주겠다. 군사적 힘을 제공하겠다’라는 말은 절대 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북핵 협상은) 김정은과 하는 것이다. 그는 자기 나라를 이끌고 있고, 그의 나라는 매우 부강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의 북한 달래기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남북 고위급회담 취소→북미 정상회담 취소 가능성 언급→현 정부와 대화 거부 시사→군 관련 회의(당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 공개→풍계리 취재진 명단 거부 등으로 반발수위를 높이고 있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 김영수 서강대(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 로열 패밀리를 비판한 태영호 전 영국공사의 기자회견에 자극받은 듯하다”며 “최고지도자를 신성시하는 북한에서 로열패밀리 비난에 반발하지 않으면 추후 처벌이 따를 수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비핵화 해법으로 북·중이 제시한 단계적, 동시적 해법을 북한이 협상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이 한·미를 동시에 위협하면서도 그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점에서다. 
 
북한의 반발엔 남북관계 복원 속도에 반발하는 군부등 강경파를 다독이려는 차원일 수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최근 북한의 태도는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는 모습”이라며 “북한의 의도 분석과 함께 상황관리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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