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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강쇠와 옹녀가 넘던 지리산 인월~금계 고갯길

기자
김순근 사진 김순근
[더,오래] 김순근의 간이역(23)
5월의 지리산둘레길은 전원미가 물씬 느껴진다. [사진 김순근]

5월의 지리산둘레길은 전원미가 물씬 느껴진다. [사진 김순근]

 
여행은 언제 떠나느냐가 중요하다. 계절이 안겨주는 색의 변화에 분위기가 달라지는 곳이라면 더욱 그렇다. 지리산 둘레의 마을들을 이어주는 지리산 둘레길은 계절 분위기를 많이 타는 곳이다. 그중 인월~금계의 3구간이 대표적인 곳이다.
 
지리산 자락의 수려한 산세와 산골 마을, 계단식 논, 고전 속 배경지 등 자연과 인문적 요소가 결합한 이곳은 연초록의 숲과 기화요초가 만발하고 상큼한 풀 내음 물씬 풍기는 봄 길이다. 특히 이 구간의 백미로 꼽히는 지리산 주 능선 전망과 계단식 논의 특징이 잘 살아나 기억에 오래 남을 아름다운 풍경을 안겨준다.
 
지리산 둘레길은  3개 도(전북, 전남, 경남)에 걸쳐있는 지리산의 둘레를 따라 옹기종기 모여 사는 120여개 마을을 마을 길, 논둑길, 농로, 숲길, 옛길, 고갯길 등을 이어 만들어진 장장 295km의 도보 길이다. 체력에 따라 하루 또는 이틀에 걸쳐 걸을 수 있도록 총 22구간으로 나누어져 있다.
 
강호동과 이승기가 걷던 길
인월~금계 구간은 지리산 자락과 어우러진 다랑논이 백미다. [사진 김순근]

인월~금계 구간은 지리산 자락과 어우러진 다랑논이 백미다. [사진 김순근]

 
이 중 3구간에 속하는 인월~금계는 전북 남원시 인월면 인월리와 경남 함양군 마천면 의탄리를 잇는 둘레길로, TV 프로그램 ‘1박 2일’에서 강호동과 이승기가 걷던 길이다.
 
옛 인월교에서 시작해 중군마을(2.1km)~수성대(2.9km)~배너미재(0.8km)~장항마을(1.1km)~서진암(2.5km)~상황마을(3.5km)~등구재(1km)~창원마을(3.1km)~금계마을(3.5km)까지 총 20.5km, 7~8시간이 소요된다. 지리산 주 능선과 다랑논 위주로 탐방하고 싶다면 장항마을과 서진암 사이에 있는 인월 매동마을에서 시작해도 된다. 이 경우 4~5시간 정도 소요된다.
 
논두렁, 밭두렁의 산골 마을 둘레길을 걷다 보면 아련한 기억 속 고향의 봄을 떠올릴 수 있고 지리산 주 능선이 바라보이는 탁 트인 전망에 호연지기를 느끼고, 경사진 비탈을 따라 조성된 계단식 다랑논에서 전원미의 진수를 발견할 수 있다.
 
마을길, 논길, 제방길, 숲길 등 다양한 길을 걸을수 있는 지리산 둘레길. [사진 김순근]

마을길, 논길, 제방길, 숲길 등 다양한 길을 걸을수 있는 지리산 둘레길. [사진 김순근]

 
3구간에는 모두 6개의 산촌을 지난다. 옛 산촌의 모습은 많이 사라졌지만 산속으로 들어갈수록 도시의 때가 덜 묻는 산골 마을 정취가 살아난다. 전통찻집과 옛 정취를 살린 주막 쉼터도 많이 생겼다.
 
수백 년 수령의 느티나무가 넉넉하게 가지를 펼치고 있는 마을 어귀 당산 터는 탐방객의 쉼터다. 저만치 걷다 아득한 고향의 향수에 뒤돌아보면 고개를 넘어가는 길손의 안녕을 기원하는 듯 산바람에 가지들이 정겹게 흔들린다.
 
길을 걷다 보면 주변에 두릅, 고사리, 취나물, 약초 등을 많이 볼 수 있다. 산골이라 자연적으로 자라는 것으로 오해해 채취하는 이들도 있는데 모두 주민들이 재배하는 농작물이다.
 
지칭개 군락. 둘레길을 걷다보면 다양한 야생화를 만날수 있다. [사진 김순근]

지칭개 군락. 둘레길을 걷다보면 다양한 야생화를 만날수 있다. [사진 김순근]

 
지리산 둘레길은 대부분이 주민들의 도움과 양해로 만들어진 만큼 농작물을 무단채취하거나 시끄럽게 떠드는 등 피해를 주는 행동을 삼가는 게 길을 열어준 주민에 대한 예의라 할 수 있겠다.
 
다랑논길을 걷는 탐방객들. 잠시 동심으로 돌아간다. [사진 김순근]

다랑논길을 걷는 탐방객들. 잠시 동심으로 돌아간다. [사진 김순근]

 
3구간의 하이라이트는 지리산 주 능선 전망과 다랑논이다. 지리산 주 능선은 인월 매동마을을 지나 잘 조림된 소나무숲 길을 오르면서부터 보이기 시작해 등구재를 넘어 창원마을로 내려갈 때까지 지리산 주 능선의 전망을 즐기는 재미가 곳곳에 기다린다. 장쾌하게 펼쳐지는 능선을 바라보노라면 마치 고난의 순례자 길을 걷는 순례객인 양 엄숙함마저 밀려든다.
 
천왕봉이 조망되는 상황마을도 그렇듯 지리산 능선이 보이는 마을마다 전망 좋은 둘레길 주변에는 어김없이 주막이 자리 잡고 있다. 표고버섯 전이나 파전에 막걸리를 걸치며 지리산 능선을 바라보니 시인 묵객이 따로 없는데 시상은 야속하게 머릿속에만 맴돈다.
 
등구재를 중심으로 싱그러운 연두색의 숲길이 이어진다. [사진 김순근]

등구재를 중심으로 싱그러운 연두색의 숲길이 이어진다. [사진 김순근]

 
3구간에서 가장 힘든 지점을 꼽으라면 등구재다. 오르막 경사가 제법 있다. 대신 시원한 산바람과 우거진 숲이 힐링을 준다. 전라도와 경상도를 잇는 등구재는 상황마을(전북 남원)과 창원마을(경남 함양) 사이에 있는 해발 700여m의 고개로 거북이 등처럼 생겼다고 해 등구재로 불린다.
 
시집가는 새색시가 가마타고 넘던 오도재
옛날 창원마을 등 함양 사람들이 오도재를 넘어 남원 인월장으로 가기 위해 소끌고 봇짐지고 넘나들었고, 영호남으로 시집가던 새색시가 가마 타고 지나던 고갯길이었다. 근대화의 흐름 속에 엄청강변을 따라 새길이 나면서 인적이 뜸했으나 지리산 둘레길이 개통되면서 다시 마을과 마을을 잇는 소통의 길이 됐다.
 
등구재는 판소리 열두 마당 중 변강쇠타령의 변강쇠와 옹녀와도 연관 지을 수 있다. 변강쇠와 옹녀가 말년에 마천 등구마을에 정착하는데 창원마을 건너편에 실제 등구마을이 있다. 인월장으로  가기 위해 이 고개를 넘나들었을 변강쇠와 옹녀를 떠올려 보는 것도 여행의 재미를 더해주는 기분 좋은 상상이다.
 
특히 변강쇠와 옹녀가 마천과 인월을 오갔기 때문에 인월 장항마을 인근에는 변강쇠, 옹녀와 관련한 남근 등 조각들이 세워져 있는 등 둘레길 3구간이 변강쇠와 옹녀와 관련된 장소임을 암시하고 있다.
 
상황마을 주변에 넓게 펼쳐진 다랑논. [사진 김순근]

상황마을 주변에 넓게 펼쳐진 다랑논. [사진 김순근]

 
3구간의 하이라이트 다랑논 
3구간은 지리산 둘레길 개설 초기에 ‘다랭이길’로 불릴 정도로 다랑논이 많다. 산자락을 따라 좁고 길게 형성된 계단식 다랑논은 벼가 익는 가을과 모내기를 앞두고 물을 가득 담은 봄 풍광이 특히 아름답다.
 
요즘 모내기를 앞두고 물을 가득 담은 다랑논들이 제각각 푸른 하늘을 품고 차곡차곡 펼쳐진 풍경에 “한국에도 이런 곳이 있었네”라며 감탄하는 말이 절로 나온다.
 
다랑논은 상황마을로 들어서면서 풍요롭게 펼쳐진다. 다랑논을 만들기 위해 돌을 쌓아 만든 축대는 마치 돌담처럼 정겹고 좁은 다랑논 길을 줄지어 걸어가는 형형색색 도시인들의 모습마저 또 다른 자연이 된다.
 
신록으로 뒤덮인 등구재를 넘어 창원마을에 들어서면 다랑논과 지리산 능선과 어우러진 멋진 풍경이 반긴다. 내려가면서 바라보는 풍경이라 더욱 장관이다.
 
전망 좋은 당산나무 쉼터에서 잠시 숨을 돌리며 자연과 인문이 어우러진 멋진 풍경을 감상하는 것을 잊지 말자.
 
창원마을 느티나무 쉼터에서 바라보는 지리산 주능선과 다랑논의 조화가 멋지다. [사진 김순근]

창원마을 느티나무 쉼터에서 바라보는 지리산 주능선과 다랑논의 조화가 멋지다. [사진 김순근]

 
인월~금계 구간 둘레길 정보
인월에는 지리산 둘레길 인월센터(063-635-0850), 금계에는 함양안내소(055-964-8200)가 있어 둘레길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인월이나 금계의 출발지점에 주차한 뒤 버스나 택시를 이용해 되돌아가면 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남원이나 함양에서 각 인월, 마천행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남원고속버스터미널(063-625-5391), 남원시외버스(063-633-1001), , 인월버스터미널(063-636-2000), 함양버스터미널(055-963-32810, 함양지리산고속(055-963-3745)
 
김순근 여행작가 sk4340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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