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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사회·통합과학 도입 두 달…교사 60% “융합사고력 기르는데 도움 안 돼”

서울 강남의 한 일반고 A교사(물리교사)는 올해부터 고교 1학년이 필수로 배우는 통합과학 수업을 맡았다. 통합과학은 국·영·수와 동일하게 한 학기에 4단위(주당 4시간)로 구성됐다. 하지만 A교사는 일주일에 한 번만 수업에 들어간다. 수업 내용에 따라 화학·생물·지구과학 교사와 번갈아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규칙성과 시스템’이란 주제에서 ‘중력의 법칙’은 A교사가, ‘대기의 순환’은 같은 학교에서 지구과학을 담당하는 교사가 가르친다.
 
A교사는 “교과서와 과목은 ‘통합’돼 있지만, 수업은 ‘과목 쪼개기’로 이뤄진다”며 “이런 수업방식이 ‘학생들의 융합사고력을 키우자’는 통합과목 도입 취지에는 맞지 않지만, 어쩔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교사가 자신의 전공이 아닌 내용을 가르치다 잘못된 개념을 알려줬을 때의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그는 이어 “학교 현장은 준비가 제대로 안 됐는데, 통합과목을 성급하게 도입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15 개정교육과정 도입으로 올해 고1은 학교에서 필수로 통합사회·통합과학을 배운다. 모든 학생이 인문·사회·과학·기술에 대한 기초 소양을 기르게 해 창의력과 융합능력을 갖춘 미래 시대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취지다. 기존에는 고교 내에서 인문계 학생은 사회만, 자연계 수험생은 과학만 배우는 ‘편식’이 많았는데, 이를 개선하고 문·이과 벽을 낮추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통합과목은 학생들의 융합사고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될까. 중앙일보는 통합과목 도입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교원단체인 한국교총과 함께 지난 14~16일 고교 교사 105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교사들은 통합과목의 융합교육 효과에 대해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통합과목이 학생들의 융합사고력을 향상시킨다’고 답한 교사는 40명(39.1%)이었다. 60%가 넘는 교사들이 ‘그렇지 않다’(37명, 35.2%) ‘모르겠다’(27명, 25.7%)고 답했다. 통합과목 도입이 문·이과 장벽을 없애는 데 기여할 것이라 기대하는 교사는 24명(22.9%)으로 더 적게 나타났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통합과목의 가장 큰 문제는 수업 자체가 과목별로 쪼개져서 이뤄진다는 데 있었다. 응답자 가운데 60명(57.1%)이 “학교에서 2~4명의 교사가 번갈아 가며 통합과목 수업을 진행한다”고 답했다. 통합사회를 예로 들면 ‘인간과 공동체’라는 단원에선 ‘시장과 금융’은 경제교사, ‘인권과 헌법’은 법과 정치 교사, ‘정의와 사회 불평등’은 윤리교사가 가르치는 식이다.
 
익명을 요청한 경기도 한 일반고의 사회교사는 “교육부에서는 교사 한명이 전 과목을 가르치라고 안내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 있는 학교가 얼마나 되겠냐”며 “같은 사회교사라도 전공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분야를 융합해 가르칠 수 있는 교사는 찾기 어렵다. 보통 전공이 아닌 내용은 일반 성인 수준의 지식밖에 전달해 줄 수 없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통합과목이 교사 역량에 따라 수업 격차가 크다는 의견에 대해선 대체로 동의하는 시각이 많았다. 설문에 답한 교사 10명 중 9명이 “통합과목은 교사 역량에 따라 수업 질이 천차만별”이라고 답했다. 서울 덕성여고 이봉수 사회교사는 “이전보다 교사의 자율성을 훨씬 강화됐기 때문에 교사의 역량에 따라 수업 완성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능력 있는 교사는 탁월한 수업을 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교사는 평이한 수업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응답자의 절반 정도(48명·45.7%)는 통합과목이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키운다고 생각했다.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낮춰 스스로 적성과 진로를 개발하게 돕자는 2015 개정교육과정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다. 신동원 휘문고 교장(과학교사)은 “통합과학은 교과서만 놓고 보면 중학교 때 내용이 70% 정도 돼 쉬워 보인다. 하지만 토론·발표·탐구활동·프로젝트 등 학생이 수업에서 해야 할 역할이 늘었기 때문에 학습부담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직원들이 올해 고1 학생부터 신설된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교과서를 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교육부 직원들이 올해 고1 학생부터 신설된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교과서를 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학교에서 융합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선 ‘입시 위주의 교육 시스템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29명, 27.6%)이 가장 많았다. 수능의 문·이과 통합(20명, 19%), 대입의 문·이과 통합(19명, 18.2%), 교사 역량 강화(13명, 12.4%) 등이 뒤를 이었다. ‘통합과목 도입이 필요하다’는 교사는 6명(5.7%)으로 가장 적었다.
 
하경환 서울 양정고 지리교사는 “통합과목의 도입 취지에 맞게 토론식으로 수업해도 중간·기말고사를 보기 때문에 학생들은 암기식으로 공부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와 같은 입시·시험 위주 교육제도에선 ‘창의·융합 과목’이 신설된다고 해도 학생들의 미래역량을 기르는데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남화 한국교원대 물리교육과 교수는 “교육제도는 하루아침에 바꿀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통합과목이 학교에 제대로 정착할 수 있게 돕는 것도 중요하다”며 “한 달에 한 번 정도 교과 간 경계가 없는 융합프로젝트를 통해 학생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는 체험 위주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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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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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