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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 아들 죽이고 192일 만에 사면” 어버이날 아이 잃은 父의 청원

민재가 사망한 곳. [사진 A씨 제공]

민재가 사망한 곳. [사진 A씨 제공]

“민재는 주변 모두에게서 사랑받던 아이였습니다. 카페 누나가 아이가 예쁘다며 손에 사탕을 들려주기도 할 정도로 낯도 가리지 않고 밝았었어요.”
 
“5월 8일 어버이날 아이를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어버이날에 아이를 떠나보내야 했다”는 한 아버지의 사연이 올라왔다. 민재아빠 A(41)씨는 “특별사면 재검토를 청원한다”며 글을 올렸다.
 
글에 따르면 A씨 아들 민재는 5살이던 지난 2016년 5월 6일 외조부를 만나러 강원도 횡성에 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눈을 감았다. 의사 소견은 외상으로 인한 두개골 골절 및 뇌 손상에 따른 사망. 의사는 병원을 찾은 A씨에게 “이미 손 쓸 틈도 없이 사고 당시 그 자리에서 (아이가) 사망했다”고 말했다.
 
A씨는 청원 글에서 “5월 8일 어버이날에 사랑하는 아들을 떠나 보내야했다”며 “민재가 그렇게 좋아했던 엄마·외할머니·형과 인사도 못 한 채 갑자기 떠났을 거라 생각하니 가슴이 아려왔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사고 후 A씨는 사고 가해자를 고소했다. 1심 법원은 민재를 죽게 한 B(59)씨에게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 법원은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특별준수사항으로 정한 보호관찰을 받도록 하고 160시간의 사회봉사 및 40시간의 준법운전강의 수강도 명령했다. 2심 재판부는 “사고 경위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과실이 적지 아니하고 피해자 유족들이 큰 심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던 중 A씨는 지난주 B씨의 담당 보호관찰관으로부터 “B씨가 신년 특별사면으로 형이 정지됐다”는 말을 들었다.  
 
A씨는 청원 글에서 “B씨는 유족에게 어떠한 사과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1심보다 2심 판결이 무거워졌고, 2심 결과가 나온 지 채 6개월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B씨가) 특별사면된 것이 정당한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특별사면 재검토를 통해 잘못된 사면은 바로 잡아야 한다”며 “범죄자 개별적으로 신중하게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국가가 지켜주지 않으면 피해자와 유족은 누구에게 보호받아야 하나요.”
A씨는 16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청원 글을 올린 이유에 대해 “당장 바뀌지 않을 것을 안다. 그러나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촛불을 들고 싸웠던 사람이지만 이번 일로 인해 ‘정권이 바뀌었으나 세상이 바뀌기에는 아직 너무 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별사면이야말로 법률의 허점을 드러내는 제도라고 생각한다”며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게 특별사면 대상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부 규정에 따라 심사” vs “다각적 검토 필요”
헌법 제27조는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면·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9일 6444명을 특별사면했다.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형의 집행을 면제해주거나 형 선고의 효력을 없애주는 조치를 말한다. 일반사면은 특정 죄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처벌을 면해 주는 것인 반면 특별사면은 사면 대상을 하나하나 정한다. 때문에 특별사면을 두고서는 늘 잡음이 있었다. 정부는 이번에 특별사면을 단행하면서 “일반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정상적인 사회생활로 조기에 복귀하도록 기회를 부여하는데 취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16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B씨가 어떤 사유로 특별사면을 받았는지는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사면심사위원회가 내부 규정에 따라 심사를 한 결과”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 판단에 따라 (특별사면) 기준이 달라진다. 구체적인 조건만 맞는다면 특별사면 대상이 된다”며 “유족의 마음은 이해한다. 특별사면을 받았다고 해서 죄를 면제받는 것이 아니니 그렇게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민사상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A씨의 청원에는 18일 오전 현재 4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의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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