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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시장에 밤마다 중국 쇼호스트가 나오는 이유는

스마트폰 인터넷 중계로 13억 중국 시장 노리는 동대문 K패션 
 
"会不会太短了?你和我的个子差不多所以肯定能穿“ (너무 짧지 않냐고요? 저랑 키가 비슷하니 충분히 입을 수 있어요.)  
"白色衬衣和这个也搭吗?那我现在穿给你看" (흰색 블라우스랑 어울리는지 궁금해요? 지금 바로 입어볼게요.)
 
지난 16일 오후 8시 서울 동대문시장의 한 패션 도매 쇼핑몰. 4층 한 켠에서 두 여성이 삼각대 위에 세워진 스마트폰과 마주보며 중국어로 쉴 새 없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들 뒤엔 원피스와 바지·블라우스 등이 빼곡히 걸린 행거 2개가 전부다.  
 
원피스를 입고 있던 한 명이 스마트폰 화면에 뜬 무언가를 읽더니 어디론가 사라진다. 니트와 바지로 갈아입고 다시 등장해 이야기를 이어간다. 조금 뒤 “방금 2명이 이 옷을 구입했다”는 말이 들린다.  
 
 
동대문 의류시장에 불어온 'V커머스' 바람 
 
동대문 패션업계에 'V커머스'(Video-Commerce) 바람이 불고 있다. V커머스는 동영상을 활용한 전자상거래를 뜻한다. 지금까지 국내 V커머스가 미리 만든 영상을 활용하는 수준이었다면 동대문의 V커머스는 인터넷 생방송이 핵심이다.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방송을 보며 물건을 살 수 있는 일종의 ‘인터넷 홈쇼핑’인 셈이다. 
 
이들은 국내가 아닌 13억 중국 소비자를 겨냥한다. 방송국과 고가의 첨단 방송 장비를 갖춘 기존 TV홈쇼핑이 국내의 제한된 케이블 네트워크 시장에서 제품을 판매하지만, 스마트폰과 인터넷만 있으면 되는 V커머스는 간단하지만 사실상 전 세계를 시장으로 두고 있다. V커머스는 TV홈쇼핑의 미래다. 머잖아 TV가 온전히 인터넷으로 들어가는 때가 되면 V커머스가 TV홈쇼핑의 자리를 대신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동대문 라이브 방송의 플랫폼은 중국 ‘타오바오 쯔보(淘宝直播)’다. 타보바오는 중국의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오픈마켓으로, 이용자만 5억 명이 넘는다. 개인과 개인이 거래하는 방식인데 이 시장의 90%는 타오바오 차지다. 동대문 한 구석에서 세계 최대 규모인 중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셈이다.
 
2016년 알리바바가 성장 전략으로 타오바오에 실시간 인터넷 방송 코너 ‘쯔보’ 를 만들었다. 개인이 상점을 열어 라이브 방송을 하는데 4시간 방송에 최대 1000만명이 들어올 만큼 중국 내 반응이 좋다. 인터넷 유명인을 뜻하는 ‘왕훙’ 중 한 명은 2시간에 33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중국 인터넷 쇼핑몰 타오바오의 라이브 방송 코너의 모바일 화면. 요일별로 무슨 브랜드가 나오는지 편성표 형식으로 볼 수 있다.

중국 인터넷 쇼핑몰 타오바오의 라이브 방송 코너의 모바일 화면. 요일별로 무슨 브랜드가 나오는지 편성표 형식으로 볼 수 있다.

 
타오바오 라이브 방송으로 중국 소비자에 판매 
 
동대문 패션이 쯔보에 진출하는 방식은 대부분 판매 대행업체를 통해서다. 타오바오에 경쟁력 있는 상점을 가진 업체가 이들의 물건을 대신 방송하고 판매와 배송까지 담당한다. 한국에서 개인 사업자가 쯔보에 입점하려면 절차가 매우 까다로운 데다 100만개 이상의 상점 사이에서 경쟁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쯔보 판매 대행업체인 DMI컴퍼니는 중국의 사드 보복을 계기로 이 사업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 타오바오에서 해외의류 직구 매출 1위인 상점을 운영하던 중 사드 보복으로 한국 옷을 팔기가 점점 어려워지자 라이브 방송을 돌파구로 택했다. 2016년 초 백화점 여성복 브랜드를 대상으로 시작했던 인터넷 방송을 올해부터 동대문까지 확장했다.  
 
서울 동대문 유어스 쇼핑몰에서 판매 대행업체의 진행자가 스마트폰를 이용해 중국 현지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서울 동대문 유어스 쇼핑몰에서 판매 대행업체의 진행자가 스마트폰를 이용해 중국 현지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한재진 DMI컴퍼니 대표는 “중국에선 인터넷 라이브 판매가 이미 익숙한 상황이었고 사드 이후 광고도 제한적이라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이 전략을 택했다”고 말했다.
 
DMI가 동대문에서 판매 대행을 맡은 곳은 DDP패션몰(구 유어스 쇼핑몰) 340여개 점포 가운데 60군데다. 백화점에 입점한 여성복 브랜드 100여곳도 담당한다. 하루 9시간 반, 일요일을 빼놓고 매일 방송하는데 낮에는 백화점 여성복 매장에서, 밤에는 동대문의 스튜디오나 개별 매장에서 한다. 업체가 고용한 진행자가 요일별 편성표에 맞춰 방송하고 보통 하루에 3~4개 매장이 참여한다. 매출은 하루에 1500만원 정도다.
 
타오바오 쯔보 라이브 판매방송의 모바일 화면. 판매자가 옷에 대해 설명하면 화면 왼쪽 아래에 참여자들이 실시간으로 궁금한 점을 질문할 수 있다. 맨 아래 분홍색 네모를 누르면 제품 목록을 보여주고 원하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화면으로 이동한다. [화면제공 DMI컴퍼니]

타오바오 쯔보 라이브 판매방송의 모바일 화면. 판매자가 옷에 대해 설명하면 화면 왼쪽 아래에 참여자들이 실시간으로 궁금한 점을 질문할 수 있다. 맨 아래 분홍색 네모를 누르면 제품 목록을 보여주고 원하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화면으로 이동한다. [화면제공 DMI컴퍼니]

 
궁금한 점 실시간으로 질문…"오프라인 수준의 신뢰 제공"
 
인터넷 라이브 판매는 기존 온라인 쇼핑보다 고객에게 제품 정보를 자세히 전달할 수 있다. 방송을 보던 고객들이 궁금한 점을 올리면 방송창에 실시간으로 질문 내용이 뜨고 판매자는 바로 답을 해준다. 옷의 가슴둘레를 물어보면 줄자를 들고 직접 측정하거나 다른 색상을 보여 달라면 갈아입는 식이다. 매장 매니저나 디자이너가 옆에서 답변을 도와주기도 한다.
 
박정규 DMI 컴퍼니 방송신사업 대표는 “중국 소비자들은 소위 ‘짝퉁’에 대한 불신이 깊어 같은 브랜드도 해외직구를 선호하고 TV 홈쇼핑도 믿지 않는다”며 “제품을 그 매장에 가서 실시간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오프라인 수준의 신뢰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참여한 매장은 매출 증가를 가장 큰 효과로 꼽는다. 백화점에 입점한 한 여성복 브랜드 매니저는 “하루에 4시간 방송으로 4000만원어치를 팔기도 했다”며 “브랜드 홍보 효과도 크고 정상가로 판매해 손해도 없어 만족한다” 고 말했다. 윤관섭 DDP패션몰 상인회 자문위원은 “의류 도매사업은 보통 계절을 앞서 파는데 라이브로 개인에게도 팔면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졌다”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 유어스 쇼핑몰 매장에서 한 방송 판매자가 스마트폰를 이용해 타오바오 쯔보에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서울 동대문 유어스 쇼핑몰 매장에서 한 방송 판매자가 스마트폰를 이용해 타오바오 쯔보에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한류효과 넘어선 브랜드 경쟁력 향상 기대"  
 
아직까지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한류다. 동대문 한 신진 디자이너가 만든 셔츠는 한장에 20만원이었지만 슈퍼주니어 김희철이 입은 옷이라는 타이틀로 방송시작과 거의 동시에 준비한 수량이 다 팔렸다. 백화점의 50만원 짜리 가죽 재킷은 소녀시대 제시카가 입은 옷이라며 130장이 팔리기도 했다. 타오바오에서 파는 옷이 3만~4만원대가 보통인 점을 고려하면 라이브 방송이 끌어내는 구매력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업계에선 이 같은 플랫폼이 새로운 판매 창구를 열어줌과 동시에 한국 의류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유용한 방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재진 대표는 “아직 중국 내 한국 의류의 브랜드 파워가 약하기 때문에 우수한 품질의 옷을 소개해 인지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며 “향후 베트남 등 다른 지역까지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나현 기자 kang.na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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