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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유의 직격 인터뷰] “110억 그루 심고 북한판 고건·손수익 등용해야”

아시아녹화기구 정광수 상임대표의 북한 민둥산 없애려면 …
정광수 아시아녹화기구 상임대표는 15일 ’북한의 민둥산이 늘어나고 조림 여건이 악화하고 있어 복구 기간을 10년 정도로 최대한 단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정광수 아시아녹화기구 상임대표는 15일 ’북한의 민둥산이 늘어나고 조림 여건이 악화하고 있어 복구 기간을 10년 정도로 최대한 단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4·27 남북 정상회담’의 첫 번째 남북협력사업으로 북한 민둥산에 나무를 심는 산림녹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청와대가 이달 초 ‘판문점 선언 이행추진위원회’ 회의를 열고 산림협력 연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키로 한 것이다. 청와대는 “산림녹화는 인도주의적 사업이어서 유엔의 대북 제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1970년대 치산녹화(治山綠化) 사업으로 전국의 강산에 푸른 옷을 입히는 데 성공한 우리의 경험과 노하우를 북한에 전수하겠다는 것이다. 한반도 산림녹화사업(Green Korea Project)을 추진하고 있는 민간단체 ‘아시아녹화기구’의 정광수(65) 상임대표를 만나 효과적인 협력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남북협력 1호 사업으로 산림 분야가 꼽혔다.
“1호일 수밖에 없다. 논란거리가 없고 비정치적이고 비군사적인 사업 아닌가. 산림협력은 북한이 가장 필요로 하는 분야다. 우리는 치산녹화를 통해 값진 경험과 기술력을 확보했다. 몽골·중국 등 13개 국가에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는데 북한 지원은 당연하다.”
 
산림협력 TF에 민간도 들어가나.
“산림청이 10여 명으로 자체 TF를 구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게 청와대가 밝힌 TF의 실체라면 문제가 있다. 북한의 산림황폐는 연료난·식량난·경제난이 얽혀 있어 입체적 접근이 필요하다. 그런데 산림청 TF라면 단편 처방만 가능할 것이다. 균형감 있는 방안을 마련하려면 민·관 공동의 범정부 TF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유엔의 대북 제재가 계속되고 있는데 실질적인 협력이 가능할까.
“산림협력은 특수성이 있다. 북한은 산림이 헐벗어 홍수·가뭄·산사태 피해가 크다. 90년대 중반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에 수십만 명이 아사한 것도 원초적으론 산림황폐에 기인한다. 전 세계가 기후변화 대응에 노력하고 있는데 유엔이 인정한 유일한 탄소흡수원이 바로 산림이다. 따라서 북한의 산림복구는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고 주민의 생명도 지키는 1석2조의 사업이다.”
 
북한의 산림 황폐화 실태가 어떤가.
“2008년에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인공위성 사진을 판독해 보니 정말 심각했다. 북한의 산림 면적은 국토의 73%인 899만㏊다. 그런데 이 중 서울시 면적의 47배인 284만㏊(32%)가 황폐화됐다. 벌목으로 나무가 없어진 민둥산이 50%(141만㏊), 다락밭 등 개간지가 46%(132만㏊), 사방공사가 필요한 침식지가 4%(11만㏊)였다. 더 심각한 건 황폐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99년 조사 때 163만㏊였는데 9년 사이 121만㏊가 증가했다.”
 
북한의 산림이 망가진 이유는.
“60년대까지는 남북이 똑같이 헐벗었다. 일제의 산림수탈과 한국전쟁 등 불행한 역사의 상처였다. 70년대 남북의 정책 차이가 산림 모습을 갈랐다. 우리는 73년부터 치산녹화사업에 나서 성공했다. 유엔으로부터 ‘2차 대전 후 국토녹화에 성공한 유일한 나라’로 평가받았다. 반면 북한은 76년부터 농지확대를 위해 대대적으로 산지 개간을 했다. 90년대 초 동구권 사회주의가 붕괴되고 경제난·식량난·연료난이 가중되면서 산림이 망가지기 시작했다.”
 
북한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챙기고 있긴 하다. 김 위원장은 2012년 4월 ‘10년 안에 벌거숭이산을 모두 수림화하라’고 지시했다. 2014년 11월에는 ‘벌거벗은 산림을 그대로 둘 수 없다. 전당·전군·전민을 총동원해 산림복구 전투를 벌이라’고 지시했다. 현재 산림복원 10개년 계획(2014~2023)을 추진 중인데 민둥산 168만㏊에 65억 그루를 심는 게 목표다.”
 
잘 진행되는 것 같지는 않다.
“나무는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키우는 게 더 중요하다. 그런데 북한에선 심은 나무가 1년도 안 돼 대부분 땔감으로 사라진다. 다락밭 복구도 식량난에 시달리는 주민 저항이 있어 한계가 있다. 몇 가지 기본 조건이 필요하다. 묘목을 충분히 확보하고, 계획 조림으로 활착률을 높이고, 나무가 자랄 때까지 보호하고, 주민 이익과 연계하고, 땔감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그런데 조직과 인재활용, 주민참여 유도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북한의 산림조직은 어떻게 되어 있나.
“3곳으로 분산돼 있다. 임업생산은 임업성, 산림녹화는 국토환경보호성, 산림보호는 인민보안성이 맡고 있다. 응집력이 떨어지고 비효율적이다. 우리는 치산녹화 때 내무부 산림청으로 일원화했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강력한 행정력을 발동했다.”
 
지도자의 리더십과 실무자의 열정도 중요한 것 같은데.
“치산녹화를 성공으로 이끈 3인이 있다. 국토녹화를 지시한 고(故) 박정희 대통령, ‘제1차 치산녹화 10개년 계획’을 수립한 고건(81) 전 총리(당시 내무부 새마을 담당국장), 그리고 5년 8개월 동안 녹화사업을 집행한 손수익(87) 당시 산림청장이다. 박 대통령은 전폭 지원을 하며 현장을 챙겼고, 고 전 총리는 계획을 입안하고 실행을 감독했다. 40세에 경기도지사로 승승장구하다 산림청장으로 좌천성 발령을 받은 손 청장의 집념은 대단했다. 한마디로 독종이었다. 박 대통령이 ‘임자가 전권을 갖고 해봐’라고 당부하자 ‘산 산 산! 나무 나무 나무!’란 표어를 붙여놓고 녹화 계획을 4년이나 앞당겼다. 김 위원장이 민둥산을 없애려면 북한판 고건·손수익이 필요하다. 그런데 누가 진두지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주민참여는 어떻게 유도해야 하나.
“이익이 있어야 동기유발이 된다. 그런데 북한 주민은 아무 대가 없이 부역으로 동원된다. 우리는 조림사업을 주민소득증대와 연계해 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냈다. 북한도 그래야 성공할 수 있다.”
 
산림협력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까.
“산림복구 주체는 어디까지나 북한이고 우리는 보조 역할만 해야 한다. 그러려면 다섯 가지 조건이 있다. 북한이 수용 가능한 분야와 지역부터 단계적으로 협력하고, 단편·간헐적이 아닌 종합·지속적 사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정부와 민간, 남북 간 균형적인 역할분담과 양묘·조림·연료·식량을 연계한 통합계획도 필요하다. 그런 뒤 분야별 성공모델을 만들어 지역완결 원칙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효율적으로 추진하려면 남북 대표가 참여하는 ‘남북산림협력위원회’ 구성이 필요하다.”
 
북에 제시할 만한 구체적인 복안이 있나.
“284만㏊의 황폐지 중 민둥산이 50%, 다락밭이 46%, 사방대상지가 4%다. 차별적인 복구가 필요하다. 대규모 민둥산 복구는 우리 기업이 참여해 상생협력사업으로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 우리 기업이 북한에 나무를 심고 대신 탄소배출권을 획득하는 방안이다. 우리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 대비 37%이다. 이 중 25.7%는 국내 감축, 11.3%는 국외에서 탄소배출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북한 조림사업이 우리의 온실가스 감축에도 기여할 수 있다.”
 
다락밭 등 조림이 어려운 곳이 많다.
“소규모 황폐지와 다락밭은 임농복합방식(Agroforestry)을 적용해 복구하는 게 좋다. 경사지에 나무를 열식(列植)하고, 그 사이에 농작물을 간작(間作)하는 방법이다. 식량·연료·산림녹화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사방대상지 복구는 산지 상부에서 하단부까지 계통 사방을 실시하되 남한은 전문가와 장비, 북한은 인력을 분담하는 게 효율적이다.”
 
묘목이 얼마나 필요할까.
“보통 1㏊에 3000~6000그루를 심는다. 북한은 10년 동안 168만㏊에 65억 그루를 심는 게 목표다. 이를 단순 환산하면 284만㏊ 복구에 약 110억 그루가 필요하다.”
 
그 많은 묘목을 어디서 공급하나.
“묘목은 녹화할 지역 부근에서 생산하는 게 가장 좋다. 하지만 북한은 양묘장 자체가 부족해 묘목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양묘장 조성도 지원해야 하지만 자체 역량을 확보할 때까지는 우리가 공급해 줄 필요가 있다. 철원·화천·고성 등지에 북한 지원용 양묘장을 조성하는 이유다.”
 
벌거숭이산을 없애려면 얼마나 걸릴까.
“우리는 1차 치산녹화 10년 동안 100만㏊가 목표였는데 6년 만에 108만㏊를 조림했다. 연평균 18만㏊를 심었다. 그 기준을 적용해도 16년은 걸린다. 북한의 황폐지가 늘어나고 조림 여건도 악화할 수 있어 복구 기간을 10년 정도로 최대한 단축해야 한다. 지금이 적기다.”
 
그런 일이 가능할까.
“김 위원장의 의지가 중요하다. 만약 김 위원장이 북한 산림복구에 성공한다면 치산녹화 신화를 일군 박정희 대통령처럼 불멸의 업적을 남기게 될 것이다.”
 
북한에 다녀온 적이 있나.
“세 번 다녀왔다. 2004년과 2005년엔 개성공단과 그 주변에 나무를 심었다. 산이 뼈대만 남아 곡괭이로도 팔 수 없었다. 흙이 척박해 복구 때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고건 전 총리가 아시아녹화기구를 설립한 것으로 알고 있다.
“동북아 사막화 방지와 한반도 녹화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2014년 순수 민간단체로 설립했다. 고 전 총리가 운영위원장으로 운영을 총괄하고, 500여 기관·단체·개인이 참여하고 있다.”
 
북한 녹화에도 관심이 있는가.
“북한 녹화계획 연구와 대북 협력을 병행하고 있다. 대북 사업은 2015년 북측 아태위원회와 협력해 황해북도 사리원의 임농복합 시범단지 조성을 지원했다. 사리원에 시설 양묘장 3개 동을 짓고 종자와 묘목도 지원했다. 현재는 북한과 같은 모델의 통일양묘장을 철원에 조성 중인데 묘목 150만 그루를 생산할 계획이다.”  
 
정광수는 …
1953년 강원도 춘천생. 춘천고와 강원대 임학과를 나와 서울대에서 산림자원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79년 기술고시에 합격하고 30여 년을 산림청에서 근무한 정통 ‘산림맨’이다. 임업정책국장과 산림자원국장, 국립산림과학원장을 거쳐 2009년 1월부터 2011년 2월까지 산림청장을 역임했다. 그 뒤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과 강원대 산림자원학부 교수로 재직했고, 2017년 12월부터 아시아녹화기구 상임대표로 일하고 있다.
 
양영유 논설위원
 
※이 취재에는 황병준 인턴기자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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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