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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현옥의 금융산책] 이번엔 홍콩? 달러 페그제 부메랑돼 긴축 발작 불러오나…

홍콩은 안전한 항구였다. 무역과 금융 거래에서는 그랬다. 통화 가치가 안정된 덕이다. 튼튼한 닻은 1983년 도입한 달러 페그제다.
 
페그제란 한 나라의 통화가치를 특정 국가의 통화가치에 고정하고 정해진 환율로 교환할 것을 약속한 제도다. 홍콩 통화는 미국 달러당 ‘7.75~7.85홍콩달러’에서 움직인다.  
 
달러 페그제는 소규모 개방 경제인 홍콩에는 필수 불가결한 제도였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데다 금융 허브가 되려면 통화 가치 안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미국 달러(이하 달러)에 고정된 홍콩달러는 변동성이 적어 믿을 만한 통화로 여겨졌다. 97년 중국으로 주권 반환과 아시아 외환위기, 2008년 세계금융위기도 버텨낸 건 달러에 묶인 덕분이었다.
 
분위기가 바뀐다. 안전한 항구가 위험한 항구가 될 위기다. 홍콩 경제의 든든한 닻이던 달러 페그제가 덫이 될 수 있어서다.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로 인해 달러 페그제가 홍콩 경제에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홍콩의 중앙은행 격인 홍콩금융관리청(HKMA)은 환율을 고정하고 자본 유·출입에 따라 국내 통화량을 조정한다. 자본 유출로 홍콩달러 값이 하락하면(환율 상승) 외환보유액(달러)을 동원해 홍콩달러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통화가치를 방어한다. 반대로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홍콩달러를 팔고 달러를 사들인다.
 
홍콩달러 가치가 달러당 7.85홍콩달러까지 떨어진 16일 홍콩 외환시장에는 20억 달러(2조1600억원)가 쏟아졌다. HKMA가 달러를 내다 팔고 15억7000만 홍콩달러를 사들여서다.
 
신흥국 ‘긴축 발작’의 여파가 번져가며 통화 가치가 급락하자 HKMA가 ‘홍콩달러 구하기’에 나섰다. 홍콩달러가 자유 낙하하기 시작한 지난달부터 따지면 16번째 개입이다.
 
홍콩 심포니 오브 라이트

홍콩 심포니 오브 라이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HKMA가 홍콩달러 사수를 위해 시장에 내다 판 달러만 67억 달러에 이른다. 지난 2월 이후 홍콩의 외환보유액은 90억 달러나 줄었다. 통화가치 방어를 위해 소진한 것이다.
 
페그제를 지켜야 하는 HKMA의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달 현재 외환보유액은 4344억 달러다. 통화값 방어를 위한 실탄은 아직 충분하다. 그렇다고 마음 놓을 수는 없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페그제를 지키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쏟아붓다 보면 (홍콩 내) 유동성이 말라 결국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달러 페그제를 지키기 위해 금리 인상에 나서면 홍콩 경제는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가계 빚 부담이 늘고 저금리 기조 속에 호황을 누려온 부동산 시장이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홍콩달러화 대출의 절반이 부동산과 관련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차입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홍콩은 급격한 자금 유출 속에 통화가치를 지키기 위해 강력한 긴축 정책을 택했다. 당시 홍콩의 금리는 23%까지 치솟았다. 그 충격에 98년 경제성장률은 5.9%나 하락했다.
 
지난해 홍콩 투자자들이 매입한 레든홀 빌딩과 스카이 빌딩. 무전기처럼 생긴 스카이 빌딩(오른쪽) 뒷편이 스카이 빌딩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홍콩 투자자들이 매입한 레든홀 빌딩과 스카이 빌딩. 무전기처럼 생긴 스카이 빌딩(오른쪽) 뒷편이 스카이 빌딩이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 안에서는 35년간 이어져 온 달러 페그제가 운명을 다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면 홍콩이 감당해야 할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스위스는 2015년 페그제를 폐지했다. 유로화 가치 하락 속에 통화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쓰다 결국 손을 들었다.
 
홍콩이 쉽게 백기를 들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만만찮다. 노먼 찬(陳德霖) HKMA 총재는 지난달 “홍콩달러의 안정을 유지하고 대규모 자금흐름에 대응할 충분한 능력이 있다”며 페그제 폐지를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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