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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칸영화제] 이창동 감독 "요즘 세대 분노하되 원인 몰라"

17일(현지시간) 제71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버닝' 기자회견에서 외신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이창동 감독.[EPA=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제71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버닝' 기자회견에서 외신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이창동 감독.[EPA=연합뉴스]

“이 시대 젊은이들은 뭔가 표현할 수 없는 마음속 분노를 가지면서 현실에선 무기력한 모습이다. 뭔가 공정치 못하단 생각에 분노하지만 과거와 달리 분노의 대상이나 원인을 분명히 알 수 없다는 게 요즘 세대가 가진 문제다.”
17일(현지시간) 제71회 칸영화제에서 열린 ‘버닝’ 기자회견에서 이창동 감독의 말이다. 전날 경쟁부문 진출작 중 열여섯 번째로 상영된 영화엔 찬사가 많았다. 다만 실체가 명확지 않은극중 미스터리는 의문도 남겼다. 외신에선 이에 대한 질문이 집중적으로 쏟았다. 
한 이탈리아 기자가 올해 경쟁부문 초청작 중 ‘분노’란 주제가 유난히 많다고 묻자, 이에 감독은 “지금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이 종교‧국적‧계급 상관없이 각자의 이유로 분노를 품고 있다”면서 “세상은 더 세련되고 편리해지지만 정작 자신에겐 미래가 없는, 그런 처지에 놓인 젊은이들에겐 이 세계 자체가 하나의 미스터리로 보이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2018 칸영화제 현지 첫 반응
17일(현지시간) '버닝' 이창동 감독과 주연배우 유아인, 스티븐 연, 전종서가 제71회 칸영화제에서 기자회견에 앞서 취재진의 카메라 앞에 나섰다.[EPA=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버닝' 이창동 감독과 주연배우 유아인, 스티븐 연, 전종서가 제71회 칸영화제에서 기자회견에 앞서 취재진의 카메라 앞에 나섰다.[EPA=연합뉴스]

 영화엔 세 주인공에 대한 설명도 많지 않다. 이날 이창동 감독에 따르면 종수(유아인 분)는 농촌 출신의 가난한 작가 지망생으로 “마음에 분노를 품은 무기력한 젊은 세대”를 표현했다. 출구를 잃은 그의 분노는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 분)가 실종된 걸 계기로 해미의 주위를 맴돌던 벤(스티븐 연 분)에게로 향한다. 포르쉐를 모는 벤은 “모든 것을 다 가진, 어쩌면 자신을 신처럼 생각하는 인물”이란 설명이다.  
아버지의 녹슨 트럭을 모는 종수와 대비되는 벤의 포르쉐에 대해선 “종수에겐 뭔지 알 수 없고 바라고 원하지만 자신의 손에 닿지 않는 어떤 것”이라며 “어쩌면 젊은 세대가 분노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의 상징으로 그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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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의 중심을 이루는 남성 캐릭터들에 비해 유일한 여성 캐릭터 해미가 다소 주체적이지 못하고 피상적으로 다가와서일까. 현지 반응 중엔 “다소 구시대적인 성(性) 정치학을 보여준다”(필름스테이지)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이창동 감독은 홀로 아프리카 여행을 다녀온 해미가 주변을 의식 않고 노을 속에 춤추는 장면을 들며 “겉보기엔 두 남성의 대결처럼 보이는 영화지만, 여성 캐릭터 해미(전종서 분)야 말로 그들 사이에서 혼자 삶의 의미를 찾고 있는 인물로 그리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17일(현지시간) '버닝' 배우 전종서가 제71회 칸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며 미소짓고 있다. [ EPA=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버닝' 배우 전종서가 제71회 칸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며 미소짓고 있다. [ EPA=연합뉴스]

원작은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헛간을 태우다』. 이창동 감독은 “일본 NHK방송이무라카미씨의 단편소설을 영화화 해달라고 요청한 데서 출발했다”면서 “젊은 감독에게 기회를 주고 저는 제작하려 했는데 여러 사정상 연출을 맡았다. 지금 원작은 공동 각본한 오정미 작가 제안”이라 했다. 또 “세상이 주는 고통에 좌절한 아버지의 분노가 아들의 분노로 옮겨가는” 설정은 미국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윌리엄 포크너의 1939년 동명 소설도 토대가 됐다고 했다.  
한편, 이창동 감독과 작업은 배우들 모두 처음. 이번에 스크린 데뷔한 전종서는 “해미의 외로움이 저와 닮았다”면서 “촬영하며 즐거웠던 마음이 영화에 잘 담겨 행복하다”고 했다. 유아인이 “감독님이 이 세계의 신이라고 생각하며 연기에 임했다”면서 “배우로서 때가 벗겨진 것 같다”고 하자 이창동 감독은 쑥스러운 듯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스티븐 연은 이창동 감독과의 촬영이 “친밀한 배움의 시간이자, 용기를 얻고 스스로 자유로워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돌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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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열린 제71회 '버닝' 기자회견에서 이창동 감독이 "함께해서 영광이었다"는 배우들의 말에 쑥스러운 듯 얼굴을 가리고 있다. [나원정 기자]

17일(현지시간) 열린 제71회 '버닝' 기자회견에서 이창동 감독이 "함께해서 영광이었다"는 배우들의 말에 쑥스러운 듯 얼굴을 가리고 있다. [나원정 기자]

칸영화제에선 후반부에 상영되는 작품일수록 수상 가능성이 더 높다는 불문율이 전한다. ‘버닝’은 황금종려상이 가려질 19일 폐막식을 사흘 남기고 현지에 첫 공개됐다. 감독과 배우들은 현지시간 18일 한국 취재진과도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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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프랑스)=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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