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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속도, 카자흐 투명성 담나…베일 뒤 '트럼프식 모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북한이 리비아식 핵포기 모델에 반발하자 미국이 ‘트럼프식 모델’을 들고 나왔다. 아직 정확한 실체가 파악된 적이 없는 모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6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1부상이 북·미 정상회담 재고를 언급한 담화를 발표한 이후 트위터에 24시간 동안 10건의 글을 올렸지만, 북한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이날 백악관에서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 만나기에 앞서 기자들이 관련 질문을 던졌지만 “북한으로부터 직접 어떤 결정도 통지받은 바 없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봐야 한다”,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하지만 “여전히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하는가”라는 질문엔 “그렇다”고 했다. 김계관으로부터 ‘사이비 우국지사’라는 비난을 받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하겠지만 회담의 목적, 즉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에서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북한이 격렬히 반발하는 리비아식 모델이라는 표현은 피했지만 북한의 보유 핵무기, 핵 프로그램, 핵 개발 능력 등 ‘핵 폐기 3종 세트’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원칙에는 변함이 없는 셈이다. 최근 방미해 볼턴 보좌관을 직접 만난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미국이 핵 뿐 아니라 생화학 무기에서도 CVID를 관철하려는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국은 방법론에서는 여전히 물음표를 남겨 두고 있다. 트럼프식 모델을 처음 언급한 샌더스 미 백악관 대변인도 “정해진 틀(cookie cutter)은 없다”고 했다. 관련 사정에 밝은 대미 소식통은 “미국은 과거 협상이 실패한 원인 중 하나로 북한에게 너무 빨리 최종 매입 가격을 읽혀버렸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이번에는 북한이 혼란스럽도록 끝까지 패를 숨기는 협상 전략을 쓸 것”이라고 전했다.
 
외교가에서는 베일에 가려진 트럼프식 모델이 리비아 모델과 카자흐스탄 모델의 장점을 모두 담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리비아 모델의 장점은 속전속결이다. 리비아는 2003년12월 완전한 핵포기를 선언했고, 절차가 최종 완료될 때까지 22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다.
 
성공의 토대는 핵 협상의 일괄 타결과 빠른 사찰ㆍ검증이었다. 핵ㆍ미사일 프로그램 관련 주요 장비, 문서, 설계 정보의 미국 반출→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무기 사찰 및 폐기→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폐기 등 3단계가 신속하게 이뤄졌다. 1단계 조치 뒤인 2004년 4월에는 경제 제재 일부를 해제하고 6월엔 리비아에 미국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등 중간 단계의 보상도 이뤄졌다.
 
최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언급한 카자흐스탄 모델의 장점은 완전하고 투명한 폐기다. 구 소련이 붕괴하자 카자흐스탄은 1990년대 초 자발적 핵 포기를 선언했다. 서방의 경제 지원을 받기 위해서였다. 카자흐스탄은 이후 핵무기 1400여기를 러시아로 반출했다. 또 미국·러시아와 협력해 세미팔라틴스크 핵실험장을 완전 폐기했다. 정화 작업까지 20년 가까이 걸렸지만 전과정이 세계에 투명하게 공개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이 리비아·카자흐스탄 모델에서 북한에 적용 가능한 것을 염두에 두고 협상 과정에서 새 모델을 만들어나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계관 담화를 계기로 미국에선 회의론도 퍼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현지시간)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CVID 성사를 기대하면서 자신에게 이미 노벨평화상을 수여했지만, 북한이 발끈하고 나선 것은 김정은 정권이 거의 분명히 그런 합의를 하지 않을 것임을 일깨워줬다”고 지적했다. 또 “김정은은 이번 협상을 점진적 단계마다 보상을 받는 다단계 프로세스로 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유지혜·박유미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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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