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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이라 서러운 어린 미혼모, 월세 계약도 안 돼요

기자
배인구 사진 배인구
[더,오래] 배인구의 이상가족(51) 
저는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됐습니다. 학교에 다니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고 선생님들도 저를 불편해하시는 것 같아 배가 많이 부르기 전에 자퇴했습니다. 솔직히 아이를 낳아도 되는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낙태를 생각한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낙태는 할 수 없었고, 입양을 보내더라도 낳자는 생각에 출산을 결심했는데 막상 낳고 보니 막막합니다.
 
어린 나이에 임신을 했습니다. 낙태를 생각해봤지만 입양을 보내더라도 낳자는 생각에 출산했는데 막상 낳고 보니 막막합니다. [중앙포토]

어린 나이에 임신을 했습니다. 낙태를 생각해봤지만 입양을 보내더라도 낳자는 생각에 출산했는데 막상 낳고 보니 막막합니다. [중앙포토]

 
만약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가라면 아마 저는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심할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미혼모로 사는 것도 힘든데 저 같은 미성년 미혼모는 더 힘이 듭니다. 
 
복지 지원을 받으려고 해도 주민등록증이 있어야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임신하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국민행복카드를 받는 것도 부모님의 동의가 필요했습니다. 심지어는 제 아이의 출생신고 역시 부모님의 동의가 있어야 할 수 있었습니다.
 
부모님은 화를 많이 내셨고, 미워하셨지만 다행히도 저를 버리지는 않았습니다. 저도 엄마가 되고 보니 얼마나 부모님께서 힘들여 저를 키웠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부모님께 많이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저같이 일찍 엄마가 된 친구들에 비하면 저는 운이 매우 좋습니다. 제 친구 중에는 집을 나와 지하방을 얻어 사는 친구도 있는데 미성년자라서 방 월세 계약도 제대로 하기 힘들었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가까스로 사촌 언니나 친구의 언니 이름으로 계약하고 살다가 이사를 해야 하는데 사촌 언니나 친구 언니의 행방을 알지 못해 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없어 월세를 차감하는 방법으로 억지로 그 방에서 더 살았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아이를 낳았다고 철이 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으로부터 버림받은 친구들이 성년이 아니라는 이유로 법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고 힘겹게 사는 것을 보면 속이 상합니다. 
 
 
배인구 변호사가 답합니다
우리 사회는 혼인관계가 성립되지 않았는데 부모가 되는 것을 터부시했습니다. 그래서 비혼한부모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비혼한부모를 위한 법과 제도는 그리 체계적이지 못합니다.
 
성인인 비혼한 부모도 사회적인 지원을 받는 것이 어려웠는데, 미성년인 비혼한 부모는 오죽하겠습니까. 민법은 미성년자라 하더라도 혼인하면 부부 공동생활의 독자성을 인정하기 위해 성년으로 의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민법 제826조의2). 그런데 위 규정에서 혼인은 법률혼, 즉 혼인신고를 한 경우를 의미합니다.
 
미성년자라도 혼인신고를 한 경우 성년으로 의제한다. 하지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아이를 기르는 미성년 비혼부모는 성년으로 의제되지 않는다. [중앙포토]

미성년자라도 혼인신고를 한 경우 성년으로 의제한다. 하지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아이를 기르는 미성년 비혼부모는 성년으로 의제되지 않는다. [중앙포토]

 
한편 민법은 미성년자는 제한능력자로 일률적으로 규정하고 재산상의 법률행위를 독립해 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만 19세가 되면 성년이 되어 재산상 법률행위를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데, 그 전날까진 아무것도 할 수 없죠.
 
혼인하면 성년으로 의제하면서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지만 아이까지 기르고 있는 비혼부모는 성년으로 의제되지 않습니다. 굉장히 작위적이죠. 민법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혼인신고의 여부만으로 획일적으로 성년의제의 효과를 인정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고 봅니다.
 
프랑스는 만 16세가 되면 법원에 부모의 친권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도록, 즉 독립적으로 법률행위를 할 수 있도록 신청할 수 있다고 합니다.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미성년 비혼부모가 자녀를 양육하면서 받는 어려움이 법과 제도의 개선으로 조금씩 나아지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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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