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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바이올린으로 남녀 정사 묘사한 ‘크로이체르 소나타’

[더,오래] 박완, 전세아의 시시콜콜 클래식(2)
팝페라 테너이자 뮤지컬 배우인 박완과 콘서트를 기획하는 프로듀서 전세아는 부부다. 음악은 부부가 함께 나눌 수 있는 세상 무엇보다 아름다운 매개다. 음악가의 극적인 상황부터 오케스트라 악기 속 숨은 메시지와 윤활유가 되는 소소한 이야기까지 시시콜콜한 클래식 음악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야기를 알고 음악을 들으면 재미와 감동이 배가 된다. 사랑하는 사람과 손잡고 함께 들을 수 있는 오붓한 시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쓴다. <편집자>
 
2010년 모스크바 극장 무대 위 중앙에 4m 길이의 큰 그네가 걸려있고 남녀가 아슬아슬하게 외줄을 타듯 그네 양 끝에 서서 연기를 한다. 그네가 흔들리는 것만큼 삶도 흔들린다. 서로에게 다가가려 하지만 그네의 평행선은 절대로 맞닿지 않는다. 주인공인 남자가 칼로 찌른 순간 쓰러진 여자의 몸 위로 하늘에서 붉은 천이 하염없이 떨어진다.
 
주인공인 남녀의 만남과 결혼, 오해와 죽음 등 극은 독백으로 진행된다. 무대 뒤편에는 피아노와 바이올린 연주자가 크로이체르 소나타를 연주하고 있다. 한·러수교 20주년을 맞아 초청받은 5명의 배우와 클래식 연주자의 무대였다.
 
2010년 '크로이체르 소나타' 공연 사진. 남자주인공(장재호)와 여자주인공(지니)의 모습. [사진 박완]

2010년 '크로이체르 소나타' 공연 사진. 남자주인공(장재호)와 여자주인공(지니)의 모습. [사진 박완]

 
어느 모임이든 술자리에서 결혼관과 인생관은 빠지지 않는 이야깃거리다.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부정적인 결혼관을 느껴볼 수 있는 색다른 클래식과 소설 한 편을 준비했다.
 
위험한 음악이 금기 소설을 낳았다. 빠르고 거칠게 튀어나오는 바이올린 선율을 광폭한 느낌의 피아노가 맞선다.
 
조심스럽게 한 음 한 음을 깊게 눌러 연주하며 서로에게 망설이듯 다가선다. 두 대의 악기는 서로에게 마음을 내어주는가 싶다가도 남남처럼 한 치의 틈도 보여주지 않는다. 날카롭게 이어지는 바이올린 선율과 피아노는 음을 짧게 연주하는 방식으로 화려한 기교를 선보이며 신경질적인 공포감을 조성한다. 톨스토이의 소설 『크로이체르 소나타』를 토대로 만든 음악극이다. 
 
베토벤 음악 영감받은 톨스토이의 『크로이체르 소나타』 
루트비히 반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9번 작품번호 47번의 ‘크로이체르’다. 톨스토이는 베토벤의 이 음악에 영감을 받아 소설 『크로이체르 소나타』를 발표했다. 집필 당시 많은 논란을 불러왔던 소설은 한동안 출판 금지됐고, 미국 출판 시장에서는 논의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30대 젊은 베토벤이 쓴 음악을 들은 60대의 톨스토이는 음악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톨스토이는 이 곡을 듣고 음악이 사람의 정신에 주는 악한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음악을 윤리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설의 줄거리는 이렇다. 질주하는 객차 안에서 남자주인공인 포즈드니셰프는 아내가 바이올린 연주자와 바람을 피워 자신을 배신했다고 생각하고 살해한 이야기를 회상형식으로 풀어낸다. 소설 속 주인공은 파국을 맞은 자신의 결혼 생활을 차갑게 이야기해나간다.
 
포즈드니셰프는 아내와 바이올린 연주자가 크로이체르 소나타를 연주하는 장면을 회상하며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서로 엎치락뒤치락 화려하고 긴박하게 연주하는 것을 마치 남녀의 정사처럼 표현한다. 음악적 교감만으로 부적절한 관계를 확신하는 질투 가득한 불신의 감정이 소용돌이친다.
 
"그들은 베토벤의 ‘크로이체르 소나타’를 연주했습니다. 처음 나오는 프레스토를 아세요? 아시냐고요!” 그는 소리쳤다. “으……! 이 소나타는 정말 무시무시한 음악입니다. 특히 이 부분은 더욱 그렇습니다. 아니 음악은 정말 무시무시한 것입니다. 그게 도대체 뭔가요?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음악이 도대체 뭐지요? 음악이 하는 일이 뭡니까? 왜 그런 일을 하는 겁니까? 음악이 영혼을 고양한다고 하는 말은 모두 헛소리이고 거짓입니다! 음악은 무서운 작용을 합니다." 톨스토이 『크로이체르 소나타』 중.
 
아내의 불륜에 파국 맞은 소설 속 주인공  
 여자주인공과 바이올린 연주자가 연주하며 서로를 탐닉한다. [사진 박완]

여자주인공과 바이올린 연주자가 연주하며 서로를 탐닉한다. [사진 박완]

 
주인공 자신은 비도덕적인 삶을 살면서 아내에게는 정숙함을 요구하며 성적 대상으로 삼는 부조화와 사랑을 믿지 않고 의심만 키워나가는 삭막한 현실 등을 톨스토이는 음악에서 읽어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은 질주하듯 절정에 다다르고 극적인 마무리를 하며 음악은 끝이 난다.
 
"그제야 ‘크로이체르 소나타’의 연주를 끝내고, 누구의 작품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매우 파렴치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정열적인 소품을 연주하면서 그들 얼굴에 떠오른 표정이 생각났습니다." 톨스토이 『크로이체르 소나타』 중.
 
대부분의 소나타 연주곡이 특정 악기 하나가 주를 이룬다면 이 곡은 두 악기가 같은 비중으로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도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이 곡에 대한 비화 하나. 크로이체르 소나타는 베토벤이 당시 프랑스 출신의 유명한 바이올린 연주자 크로이체르에게 헌정한 곡이어서 크로이체르 소나타라고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크로이체르는 이 곡이 난폭한 곡이라고 하대해 평생 한 번도 연주하지 않았다고 한다.
 
박완 뮤지컬 배우, 전세아 크로스오버심포니 오케스트라 프로듀서 cultureqooo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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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