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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깜깜이’ 교육감 선거…“단일화 아닌 정책 대결해야”

6·13 전국동시지방선거가 27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교육감 선거는 마땅한 이슈나 정책 대결 없이 보수·진보 진영별 단일화를 둘러싼 정치 공방만 반복돼 유권자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교육 소통령’으로 불리는 서울교육감 선거마저 대형 이슈의 실종으로 유권자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깜깜이 선거’로 진행돼 ‘그들만의 리그’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교육감 선거 예비후보로 곽일천 전 서울디지텍고 교장, 박선영 동국대 법학과 교수, 이준순 전 서울교원단체총연합회(서울교총) 회장, 조영달 서울대 사범대 교수, 조희연 현 서울시교육감, 최명복 한반도평화네트워크 이사장 (가나다순) 등 6명이 등록돼 있다. 
6월 13일 치러지는 서울교육감 선거에 출마를 확정한 예비후보자들. 왼쪽부터 박선영, 조영달, 조희연 후보(가나다 순). [뉴시스, 중앙포토]

6월 13일 치러지는 서울교육감 선거에 출마를 확정한 예비후보자들. 왼쪽부터 박선영, 조영달, 조희연 후보(가나다 순). [뉴시스, 중앙포토]

 
이들 가운데 진보진영 단일후보인 조 교육감과 중도를 표방한 조영달 교수를 제외한 4명의 후보는 모두 보수 진영이다. 앞서 보수측 단일화기구의 모바일 경선에서 박 교수가 1위에 올랐으나,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후보자와 기구 간 갈등으로 인해 법적 다툼이 이어지고 일부 후보자들이 독자 출마 가능성을 내비치는 등 내홍이 격화되고 있다.
 
문제는 교육감 선거까지 한달도 채 남지 않은 현 시점까지 이같은 단일화를 통한 진영별 후보 결집 등 인위적인 선거 대결 구도만 이슈가 될뿐, 후보자 간 정책과 공약 대결은 실종됐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정작 유권자들은 후보자의 교육 철학이나 행정적 전문성·자질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지역 교육의 황제’라 불릴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가진 교육감 선거가 여지껏 정책 승부 없이 단일화 이슈만으로 진행돼 온 것은 대단히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배 교수는 “전국 시도교육감은 한해 60조원 이상의 예산, 60만명 이상의 교원 인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지역 초·중등 교육 권력의 수장”이라며 “유권자들은 교육감 후보자가 어떤 정파·단체·이념에 속해있는지가 아니라, 교육정책·행정의 전문가이자 교육자로서 자질과 역량을 갖춘 전문가인지를 검증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이를 판단할 기회가 없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재철 한국교총 대변인도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는 무상급식, 혁신학교 등 교육 이슈를 놓고 교육감 후보들이 치열하게 정책 공방을 벌여 유권자가 후보자의 자질과 전문성에 대한 검증을 하는 것이 다소나마 가능했다”면서 “유독 이번 선거에서는 교육적인 이슈·정책 대결은 사라지고, 보수·진보 단일화 논란뿐이라 역대 최악의 ‘깜깜이 선거’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선거 날짜가 가까워올수록 교육감 후보의 정책과 공약이 선명해지고 이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도 높아질 거라 기대하며, ‘깜깜이 선거’라는 우려는 시기상조라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교육계의 대다수 인사들은 “교육감 선거는 뒤로 갈수록 후보자가 누군지도 모르는 정보 부재 현상이 심화되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교육감 선거가 자치단체장 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다보니, 선거일에 다가올수록 유권자의 관심은 시장·도지사 선거 쪽으로 쏠려 교육감에 대한 관심은 더욱 낮아진다는 것이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후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수록 유권자들은 후보의 인지도에 따라 투표를 하기 쉬운데, 이 같은 경향이 현재로서는 현직·진보성향의 후보 쪽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후보자의 대중적 인기와 교육적 역량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교육감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선출할 때 이같은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리서치가 한국일보와 KBS의 의뢰로 지난 11~12일 실시한 서울시교육감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41.9%가 '교육감 후보로 누가 적합한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또 현역인 조희연 예비후보가 33.7%로 압도적인 지지율 수위를 차지했다. 그밖의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하면 된다. 이런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신진 후보들의 인지도가 낮은 데다 이들의 공약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유권자도 적어, 대중적 인기와 진영에 따른 선택이 공고해진 때문”이라 분석했다.
서울교육청 청사 [중앙포토]

서울교육청 청사 [중앙포토]

 
대형 이슈와 이에 대한 정책 공방이 사라진 이번 교육감 선거를 깜깜이가 아닌 '세부적인 정책 평가' 선거로 바꾸는 분기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교육감 후보 공약 평가를 위한 시민운동인 ‘2018 서울교육감 시민선택’을 발족한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연구소 소장은 “이전 교육감 선거 때는 무상 급식 등 교육 복지에 대한 대형 이슈가 선거판을 완전히 장악해, 교육감 후보자들의 초중등 교육에 전문성을 디테일하게 확인·검증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면서 “오히려 거대 이슈와 이에 따른 정치적 공방이 사라진 이번 선거에서 학교 교육에 대한 후보자 각자의 생각을 세부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소장은 “세부적인 평가와 검증을 위해서는 후보자들의 정책이 구체적이어야 하는데, 선거를 채 한달도 남겨놓지 않은 현시점까지 여전히 ‘학생의 꿈과 끼를 키우겠다’와 같은 선언만 나열하거나 구체적인 정책 발표를 계속 미루고 있는 후보들이 있다는 점은 큰 문제고 개선돼야 할 사항”이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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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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