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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넌 누구냐]④학종은 어쩌다 괴물이 됐나

4. 정부의 양적확대 집착에 변질된 학종
‘금수저’ 전형이라 불리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올 8월 나올 대입개편안의 핵심 내용 중 하납니다. 공정성과 투명성을 어떻게 높이느냐가 관건이죠.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 초재선 의원들은 학종 폐지를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수능과 내신 위주로 대학입시를 단순화하자고 제안했죠.  
 
 지금은 학종이 입시 문제의 주범인 것처럼 비치고 있지만 처음엔 수능 중심의 ‘줄세우기’ 입시를 개선할 ‘좋은’ 제도였습니다. 정부 당국은 물론 많은 교육전문가들이 학종 도입을 지지했고요. 이름은 다르지만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선 ‘학종’과 같은 입시 방식이 이미 보편화 돼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한국에서만 학종이 ‘괴물’로 불립니다. 분명히 처음엔 좋은 의도를 갖고 시작했을 텐데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요? 오늘 ‘대입 넌 누구냐’는 학종이 어떻게 ‘깜깜이’ 전형으로 변질됐는지 그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학종1

학종1

 학종의 원래 이름은 입학사정관제였습니다. 학종의 모델로 삼은 미국 대학에선 입학사정관들이 주로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객관식 시험으로 학생을 줄 세우지 않고 다양한 가능성을 보고 뽑자는 취지였습니다. 2007년 처음 도입된 후 단계적으로 확대됐죠. 특히 서울대가 입학사정관제에 적극적 입장을 보이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됐습니다.  
 
 2008년 이명박정부가 출범하자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 현 교육부)는 입학사정관제 실시 대학에 거액의 예산을 지원하기 시작합니다. 시행 첫해 20억 원이었던 재정지원 규모를 2008년 157억 원, 2009년 236억 원, 2010년 350억 원 등으로 대폭 늘립니다.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은 ‘입학사정관제 100%’ 발언을 해 논란이 일기도 했죠.  
 
 “임기 말까지 상당한 대학들이, 거의 100%가 입학사정관제 또는 농어촌 지역균형선발제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 KBS 2009년 7월 27일 제20차 라디오·인터넷 연설) 대통령의 갑작스런 ‘100% 발언’이 논란되자 당시 이주호 교과부 차관은 “속도 조절은 하겠지만 입학사정관제가 성공하면 많은 교육 문제가 해결되는 만큼 가장 우선순위에 두겠다”고 설명했죠.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하지만 당시 교과부가 양적 확대에만 지나치게 집중하면서 내실을 다지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의 한 사립대 입학사정관은 “정부가 대학에 사업비만 던져놓고 입학사정관으로 뽑는 학생들만 늘리려 했다”며 “제도의 원래 취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고 말합니다.  
 
 시행 초기부터 입학사정관을 지낸 이미경 서울여대 특임교수는 “미국 유명대학에서 교육평가를 전공했던 신진학자는 3개월 만에 한국의 입학사정관을 오해한 것 같다며 울면서 떠나기도 했다”고 토로했습니다. (베리타스 알파, 2017년 7월9일, 사정관이 말하는 학종의 불편한 진실)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비판이 많아지자 2013년 출범한 박근혜정부는 명칭을 학종으로 바꿉니다. 그러면서 평가내용을 고교 교육과정 내 활동으로 제한하고 학교 밖의 수상실적 기재를 금지했습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러자 일선 고교에서는 각종 대회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학종에 반영할 수 있는 활동이 한정되다 보니 나온 고육지책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자율형사립고나 서울 강남의 학교 등 좋은 교육여건을 가진 학교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또 일부에선 명문대 진학 가능성이 큰 학생의 스펙을 쌓아주기 위해 맞춤형 교내대회까지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학종에선 교사가 작성한 학생부 내용이 중요한데, 그 질이 천차만별이라는 겁니다. 학생의 발달사항과 잠재적 가능성을 꼼꼼히 기재하는 교사가 있는 반면, 학생더러 알아서 써오라는 교사도 있습니다. 일부 학생들은 사교육업자의 컨설팅을 받아 학생부 기재 내용을 ‘설계’하기도 하죠.
 
 더욱 씁쓸한 것은 학종에선 부모의 ‘개입’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겁니다. 교수인 부모가 자신의 논문에 자녀를 공저자로 등록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지난 3월 교육부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49개 대학 138건의 논문이 부모와 자녀가 공저자로 돼 있었습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김병욱 더불어민주당이 입수한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 A교수는 2012~2013년 고교생 자녀를 자신의 국제학술지 등재 논문에 공저자로 기재했습니다. 그는 연구 수치와 결과를 기록하는 데 자녀가 도왔다고 주장했습니다. 부산대의 B교수도 2016년 ‘논문 철자를 교정했다’는 이유로 고3 자녀를 국제학술지 등재 논문의 공저자로 기록했고요. 연세대의 C교수는 자신이 속한 학회의 봉사활동에 중학생 자녀를 참여시킨 뒤 해당 활동을 바탕으로 자기 논문에 공저자로 올렸습니다.  
 
 이처럼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직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학종은 공정하지 못한 ‘금수저’ 전형이란 낙인이 찍혔습니다. 지난해 8월 수능 절대평가 개편안이 연기된 직접적 원인도 그 때문이었고요. 수능이 절대평가로 바뀌면 학종의 비중이 훨씬 커질 것이란 우려에서 말입니다.
 
 처음 학종도 분명히 좋은 의도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군사작전 하듯 조기에 성과를 내려하다보니 자리를 잡기도 전에 폐해만 커졌습니다. 현재 문제 해결의 키는 국가교육회의로 넘어가 있습니다. 이번만큼은 근시안적인 성과주의를 벗어나 장기적이고 본질적인 입시 개편안이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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