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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이 몽니 부릴수록 비핵화 진정성만 의심받을 뿐

북한이 남북 고위급회담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무기 연기를 통보해 와 남북관계가 일시 어려움을 맞고 있다. 북한은 어제 새벽 한·미 연합공군훈련인 ‘맥스선더 연습’을 문제 삼아 회담을 갑작스레 연기하겠다고 통보해 왔다. 북한은 지난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때엔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인 키리졸브연습이 진행 중이었지만 “이해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보다 규모가 작은 공군의 맥스선더 연습을 두고 북한이 꼬투리를 잡은 것이다. 북한은 또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명의로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는 미국을 비난했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CVID) 비핵화를 비판하는 담화를 낸 것이다. 김 부상은 나아가 “6월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을 재고할 수도 있다”고까지 위협했다.
 
북한의 이 같은 돌출 행동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시도로 판단된다. 한국을 지렛대 삼아 미국을 압박하려는 포석도 엿보인다. 전형적인 심리전이다. 하지만 한·미 정부는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처했다. 통일부는 “북측이 연례적인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이유로 고위급회담을 연기한 것은 4·27 선언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성명을 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빈센트 브룩스 연합사령관과 만나 훈련을 계획대로 추진키로 했다. 백악관도 긴급대책회의를 소집하는 등 일부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미 국무부는 “(북·미 정상)회담 계획을 계속 세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맥스선더 연습은 한·미 공군이 조종사 기량을 높이기 위해 매년 한반도에서 하는 방어적 훈련이다. 지난 11일부터 2주 동안 진행되는 이 훈련에는 예년과 비슷한 100여 대의 양국 전투기가 동원되며 이미 한반도에 배치돼 있는 스텔스 전투기 F-22도 참가한다. 하지만 한·미는 한반도 비핵화가 논의되는 현 상황을 감안해 장거리 전략 폭격기 B-52는 이번 훈련에 참가시키지 않았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한미군 주둔에 반대하지 않겠다고 해놓고 연합훈련을 문제 삼는 행태는 몽니를 부리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여기에다 북한 비핵화가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한·미 동맹의 근간인 한·미 연합체제가 존재하는 한 통상적인 방어 훈련은 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과거 1, 2차 핵위기 때도 이와 비슷한 행동을 종종 해 왔다. 상황이 자기 쪽에 불리하게 돌아가면 사사건건 트집 잡아 핵무기 비확산체제(NPT) 탈퇴 또는 플루토늄 추출, 핵실험, 미사일 발사 등을 시도했다. 어제 김계관 제1부상이 담화를 통해 미국의 북핵 폐기 방식을 비난한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북한엔 CVID식의 완전한 비핵화 외에는 길이 없다. 김 위원장이 직접 서명한 판문점 4·27 선언이 그 상징 아닌가. 북한은 비핵화의 진정성을 의심 받는 일탈 행동을 접고 다시 비핵화 협상의 길로 돌아오길 바란다. 더 이상 삐딱선을 타거나 심통을 부리는 것은 북한의 입지만 곤란하게 만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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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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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