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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슨 10% 가격에 성능 비슷 … 또 ‘대륙의 실수’ 차이슨

‘품질이 낮은 중국산답지 않다’는 의미로 ‘대륙의 실수’라고 불리는 중국의 정보기술(IT) 제품들이 한국에서 빠르게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보다 훨씬 싼 가격에 기대 이상의 성능을 갖춘, 이른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워 소비자의 구매 심리를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잔 고장이 잦고 애프터서비스(AS)는 신뢰하기 어려운 만큼 구매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쇼핑몰 한 곳 판매만 1년새 28배
 
‘대륙의 실수’ 차이슨의 공세

‘대륙의 실수’ 차이슨의 공세

최근 ‘대륙의 실수’ 대표 주자는 ‘차이슨’이다. 차이슨은 영국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다이슨’을 모방해 만든 중국산 가전을 뜻하는 신조어다. 디베아의 ‘F6’과 EUP의 ‘VH806’ 등과 같은 중국산 무선청소기가 대표적이다. 다이슨 제품과 유사한 디자인으로 무선청소기의 기본적인 성능을 구현했다. 그런데도 가격은 10만원대로 다이슨의 10~20%에 불과하다.
 
온라인쇼핑사이트 G마켓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3일까지 차이슨 청소기의 판매량은 전달(4월 1~13일)보다 136%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무려 2792%나 급증했다. 차이슨 헤어드라이어도 이 기간 판매량이 전달의 두 배로 증가했다.
 
오혜진 G마켓 매니저는 “지난해 말부터 주부들 사이에 가성비가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꾸준히 판매가 증가하고 있었다”며 “최근 차이슨 제품의 성능을 일반 제품과 비교한 결과 성능 차이가 크지 않다는 방송이 나간 이후 관심이 더 커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대륙의 실수 원조 격인 샤오미는 라인업을 더 확대했다. 초기부터 선보여온 보조배터리, 디지털 체중계에서부터 로봇청소기·공기청정기·살균가습기·빔프로젝터·전동킥보드 등 제품군이 화려해졌다. 이 밖에도 2만~3만원대에 살 수 있는 가오몬의 드로잉 태블릿, 2만~5만원대 가격으로 고음질을 즐길 수 있는 사운드매직의 헤드폰·이어폰 등도 가성비가 괜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부들 “가성비 좋다” 입소문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들 중국 IT제품의 구매는 주로 국내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해외 직구(온라인 직접 구매)나 구매 대행 등을 통해 이뤄진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제품에 대한 해외 직구 건수는 408만8000건, 금액은 2억7249만 달러로 2015년에 비해 각각 226%·160%나 늘었다. 특히 지난해 중국 직구 제품 가운데 전자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2%로 1위를 차지했다. 건수는 88만 건으로 2015년(5만2000건)의 약 17배로 급증했다.
 
최근에는 중국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쇼핑몰 ‘알리익스프레스’와 ‘타오바오’를 직접 찾는 경우도 늘고 있다. 각종 전자기기에 관심이 많은 김모(41)씨는 수시로 알리익스프레스를 뒤진다. 지난해 큰아들을 위한 생일선물로 드론을 구매한 이후 날개 없는 선풍기, 액션캠 등을 여기서 샀다.
 
김씨는 “배송이 늦고 품질은 고가 브랜드보다 떨어지는 게 사실이지만 프리미엄 제품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저렴한 가격이 매력적”이라며 “고장 나면 하나 더 사면 된다는 생각에 구매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쇼핑몰인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어 번역 서비스를 지원한다. 타오바오는 중국 내수용 쇼핑몰로 중국어만 지원해 접근성이 떨어지지만 상품 가격은 더 저렴하다. 해외 직구족 사이에선 이들 사이트가 한번 들어가면 너무나 싼 가격에 매료돼 빠져나갈 수 없다며 ‘개미지옥’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소비자의 주머니 사정이 별반 나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기술의 상향 평준화로 유명 브랜드의 차별성이 사라진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과시적 소비 경향을 뜻하는 베블런 효과는 줄어들고, 동적 소비는 줄어들고 가성비를 꼼꼼히 따지는 실속형 소비가 자리 잡게 됐다는 것이다.
 
 
“잔 고장 많지만 또 사면 된다”
 
전한석 세계경영연구원(IGM) 이사는 “과거엔 중국 제품이 ‘짝퉁’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거부감이 컸으나 이제는 브랜드보다 합리적 가격과 성능을 따지는 소비자가 늘면서 재평가를 받고 있다”며 “디지털 시대 상품 교역에서 국경이 사라지면서 중국 제품의 ‘디지털 영토’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IT기업들도 이들 중국 제품에 대한 소비자 트렌드를 눈여겨보고 있다. 이들이 확실한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국내 IT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아직은 한계가 분명하다는 분석이 많다. 전체적 품질이나 AS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AS 불편, 디자인 조잡” 혹평도
 
주요 IT 커뮤니티에서는 중국 제품의 가성비에 대한 찬사와 함께 ‘몇 번 사용하니 고장 났다’ ‘배터리가 오래 못 가는 등 내구성이 떨어진다’ ‘소음이 너무 커 사용이 꺼려진다’ ‘디자인이 조잡하고 마감도 엉성하다’ 등의 혹평이 난무한다. 샤오미 AS센터가 올 초 고객 통보 없이 운영을 중단하는 등 AS에 대한 불안감도 크다. 일각에서는 노골적으로 다른 기업의 디자인을 베끼는 제품을 수입하는 것에 대한 거부 반응도 크다. 해외에서도 이런 차이슨에 대해 ‘복제품’(Clone)이라는 노골적인 비난이 나온다.
 
국내 한 IT 대기업 임원은 “최근 주목받는 중국 IT 제품들은 프리미엄 기능과 높은 수준의 사후 관리에 익숙한 한국 소비자들의 눈높이와는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차이슨을 필두로 한 중국 IT 제품이 점차 세계 시장을 잠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중국보다 같은 품질의 물건·서비스를 더 싸게 만들 수 있는 나라는 지구에 없다. 이미 스마트폰·TV·전기차·드론 등의 분야에서는 기술 수준이 세계 최고에 근접하고 있다.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한국이 비교우위를 보이는 분야에서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IT와의 글로벌 경쟁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며 “중국은 인공지능·자율자동차·사물인터넷·로봇 같은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에서 이미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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