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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승자 되려면 지식뿐 아니라 감성도 담아야”

인공지능 스타트업 '아크릴' 박외진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청담동 아크릴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인공지능 스타트업 '아크릴' 박외진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청담동 아크릴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 고객이 쇼핑몰의 챗봇(메신저에서 일상 언어로 대화할 수 있는 채팅로봇 프로그램)에 “데이트할 때 신으려고 3일 전에 주문한 신발을 아직도 받지 못했는데 언제 배송될까요”라고 묻는다. 인공지능(AI)이 “네, 고객님. 2일 안에 배송 완료 예정입니다”라고 답한다.
 
하지만 인간의 감성을 이해하는 ‘공감형’ 인공지능은 이렇게 대답한다.
 
“새 신발을 신고 나갈 기대감이 크셨을 텐데 죄송합니다. 담당 택배 기사가 하루 결근을 해 일정이 지연됐습니다. 주말에 신고 외출하실 수 있게 2일 안에 배송 완료하겠습니다.”
 
두 번째 대답을 들은 고객은 언짢은 마음이 풀려 다시 해당 쇼핑몰을 이용할지 모른다. 인간의 감성에 특화된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인 ‘아크릴’의 박외진 대표(46·사진)가 주목한 것은 이 부분이다.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크릴 본사에서 만난 박 대표는 “현재 인공지능은 단순한 지식 전달의 역할만 하지만, 공감형 인공지능은 질문자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그에 맞춘 대답을 한다”며 “앞으로 인공지능 시장에서 승자는 얼마나 인간에 공감하느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1년 설립된 아크릴은 감성 인식 분야에서 기술력으로 보유하고 있는 업체다. 2013년 감성인식엔진(AIE)을 개발했고, 2016년 공감형 인공지능인 ‘조나단’을 출시했다. 관련 특허출원만 11건이다. 2012년 중소기업청 디지털 경영혁신 대상 최우수상을 받은 후 산업통상자원부·미래창조과학부·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등과 기술협약을 맺었다.
 
LG전자도 최근 아크릴의 지분 10%를 10억원에 취득하고, 조나단을 로봇에 적용할 계획이다. LG전자는 미래 먹거리로 로봇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카이스트(KAIST)에서 전산학 학·석·박사 학위를 받은 박 대표는 창업 전까지 연구개발(R&D)만 했다. 함께 창업에 나선 4명의 동료도 모두 카이스트 출신의 연구원이다. 정보 추출·검색 등을 연구하던 박 대표는 ‘감성 컴퓨팅’에 흥미를 느꼈다. 감성 컴퓨팅은 인간의 감성을 인지·해석할 수 있는 시스템·장치 설계에 관련된 인공지능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분야다. 미국에선 1990년대부터 연구가 시작됐다. 박 대표는 “우리가 창업했던 2011년까지도 국내는 감성 컴퓨팅 불모지였다”며 “창업자들이 다 연구만 했던 사람들이라 개발한 기술을 어떻게 응용할 수 있는지 알리는 것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조나단은 인간의 감성을 34가지로 분류해서 파악한다. 인터뷰 도중 조나단에게 “춥고, 배고프고, 졸린 데 돈이 없다”는 문장을 주니 “짜증 나고, 싫고, 지루한 감정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성별은 여성(59%)이고, 연령대는 30대(80%)라는 정확한 결과를 내놨다. 박 대표는 “인간의 감정은 표정·목소리·몸짓 등 생리적 신호를 통해서 표출되는데 텍스트에도 이런 정보가 담겨 있다”며 “이 정보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가 4차산업시대 중요한 차별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형 인공지능의 적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글이나 댓글을 분석해서 특정 주제에 대한 여론을 분석할 수 있고, 특정 광고를 본 사람의 반응을 측정해서 마케팅 정보로 활용할 수 있다. 현재 조나단은 기업의 부실 징후를 예측하는 시스템 구축, 금융업체 콜센터 상담 내용 분석 등에 적용됐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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