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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 온 논란의 그림들…조영남 "내 개성 담긴 내 작품"

16일 가수 조영남씨의 '그림 대작 사기 혐의' 항소심 재판 검증을 기다리고 있는 그림들. 조씨는 이날 총 15점의 그림을 가지고 왔다. 문현경 기자

16일 가수 조영남씨의 '그림 대작 사기 혐의' 항소심 재판 검증을 기다리고 있는 그림들. 조씨는 이날 총 15점의 그림을 가지고 왔다. 문현경 기자

 
"이 그림은 기소 이후에 흰색으로 덧칠한 겁니다.(우재훈 검사)"
"조영남 피고인은 모든 작품을 계속해서 고치고 손을 댑니다. 하루에 한두 번씩 그런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구본진 변호사)"
"저 그림은 그럼 미완성 작품인 건가요, 아니면 저대로 완성작인 건가요?(이수영 판사)"
"제 기준에서는 갤러리에서 사람이 가지고 나갈 때, 내보내도 되는 거면 완성입니다. 집에 있으면 완성된 거라고 볼 수 없죠. 더 고칠 수가 있으니까요.(가수 조영남씨)"
 
16일 오후 3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21호 법정에서는 그림을 놓고 설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변호사 두 사람이 두 팔로 그림을 들고 증인석에 서서 해당 그림에 대한 논쟁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음 번호가 붙은 그림을 가져와 들었다. 그림 대작 사기 혐의로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된 가수 조영남씨의 항소심 재판에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부장 이수영)는 이날 문제가 된 그림들에 대한 검증기일을 열었다.
 
 16일 가수 조영남씨 항소심 재판 검증기일에 나온 그림들. 문현경 기자

16일 가수 조영남씨 항소심 재판 검증기일에 나온 그림들. 문현경 기자

 
조씨는 무명화가 송모씨·아마추어 화가 오모씨가 밑그림을 그려오면 자신이 추가 작업을 해 그림을 마무리했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있다. 문제는 그 추가작업의 성격이다. 조씨는 추가작업을 통해 송씨나 오씨의 그림이 아닌 화가 조영남의 개성이 담긴 새로운 작품으로 재탄생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검찰은 추가작업이라는 건 단순히 그림을 팔기 위한 단순한 덧칠에 불과하다고 본다.
 
재판부는 그림들을 보며 "어떻게 달라진 것이고 왜 달라지게 만들었는지" "이 그림을 통해 대중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기 위해 만든 것인지"등을 물었다. 조씨의 변호인 구본진 변호사는 "직선으로 돼 있는 걸 둥그렇게 만들었고, 뒤에 있는 새가 튀어나오도록 만들었다. 배경에 붉은색을 많이 넣었고, 하얀색 말이 그려져 있는 것에도 앞머리에 붉은색을 많이 넣었다"고 설명했다. 조씨는 "화투는 장기나 바둑과 달리 좀 불량한 놀이기구로 여겨진다. 아주 안 좋게 인식이 돼 있는데 그러면 안 된다는 의미로 화투를 주제로 정했다"고 말했다.
 
 16일 조영남씨의 항소심 재판 법정에 나온 그림. 화투를 꽃에 비유한 제목 '극동에서 온 꽃'과 조씨의 이름 '조영남' '2012년' 등이 적혀 있다. 문현경 기자

16일 조영남씨의 항소심 재판 법정에 나온 그림. 화투를 꽃에 비유한 제목 '극동에서 온 꽃'과 조씨의 이름 '조영남' '2012년' 등이 적혀 있다. 문현경 기자

 
조씨는 재판에서 적극적으로 말했다. 그는 "한국 화가들은 미학적으로 유치하다는 이유로 회화에 제목이나 연도 등을 달지 않는데, 저렇게 제목과 연도를 달고 사인을 하는 건 저 하나밖에 없는 걸로 안다"면서 "이 제목이 '화투'인데, 화투는 한국인들이 제일 좋아하는 오락 도구인데도 괄시당해 왔다. 저는 애당초 팝 가수다 보니 자연스럽게 팝 아트를 하게 됐고 부끄럼 없이 캔버스 위에다 제목을 얹었다"고 말했다. 
 
검찰도 그림마다 맞섰다. 법정에 나온 우재훈 검사는 "대작 화가들이 밑그림 정도만 해서 조씨에게 넘기면 조씨가 거기에 변형을 가했기 때문에 조씨의 개성이 담긴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켰다고 주장하지만, 추가 작업이란 건 몇 가지 선을 추가하거나 다른 색깔 물감을 칠해 지우고, 그림이 오랫동안 보존되도록 하는 투명 코팅제를 칠하는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추가 작업을 통해 조씨의 개성이 담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냈다고 보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검증을 마친 그림을 되가져가기 위해 포장하고 있는 모습. 가로로 된 그림을 세로로 들고 있는 모습이다. 문현경 기자

검증을 마친 그림을 되가져가기 위해 포장하고 있는 모습. 가로로 된 그림을 세로로 들고 있는 모습이다. 문현경 기자

이날 실제 그림을 직접 판사 앞에 데려다 함께 살펴보는 시간을 갖게 된 건 조씨 측이 요청해서다. 우 검사는 "(검증기일을 통해) 대작화가들이 그린 그림과 비교해 조씨도 그 정도 그림 그릴 수 있기 때문에 수준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려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재판장인 이수영 부장판사는 "저희가 조씨의 회화 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검증하는 건 아니다"며 "그림이 조영남씨로부터 나온 컨셉에서 그려진 것인지, 보조작가들이 그린 그림이라도 그 위에 조씨가 자신이 개성이 드러나도록 그린 것이 맞는지를 보기 위한 것이다"고 말했다.
 
 
조씨는 '화투' 연작 등 대작 혐의로 2017년 10월 1심에서 유죄를 인정받았다. 사진은 2011년 자신의 화실에서 작업중인 조씨. [중앙포토]

조씨는 '화투' 연작 등 대작 혐의로 2017년 10월 1심에서 유죄를 인정받았다. 사진은 2011년 자신의 화실에서 작업중인 조씨. [중앙포토]

조씨는 지난해 10월 1심에서 사기 혐의를 유죄로 인정받아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송씨는 조씨의 조수가 아니라 독립적으로 참여한 작가"라면서 "송씨 등이 작업을 주로 한 사실을 알리지 않고 판매한 건 구매자들을 속인 것"이라고 봤다. 조씨의 항소심 재판은 7월 13일에 한 차례 더 열린 뒤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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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