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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9개월 지나도 누구책임인지 모른다니"… K-9사고 유가족의 눈물

지난해 8월 K-9 자주포 사고로 순직한 고 위동민 병장의 안장식. 고인이 숨지면서 K-9 자주포 사고 사망자는 이태균(26) 상사, 정수연(22) 상병을 포함, 3명으로 늘었다. [중앙포토]

지난해 8월 K-9 자주포 사고로 순직한 고 위동민 병장의 안장식. 고인이 숨지면서 K-9 자주포 사고 사망자는 이태균(26) 상사, 정수연(22) 상병을 포함, 3명으로 늘었다. [중앙포토]

"K-9 자주포 사고 뒤 9개월이 지났는데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아요. 내가 수연이를 입대하라고 등 떠밀었어요. 아들을 군대에 보낸 게 잘못입니까."
 
지난해 8월 18일 강원도 철원에서 발생한 K-9 자주포 사고로 아들 정수연 상병을 잃은 정모(52)씨가 격정을 토로했다. 어버이날 다음 날인 9일 사고로 아들을 잃은 정씨를 그가 운영하는 서울 금천구 봉제공장에서 만났다. 당시 포사격 훈련 도중 K-9 자주포에서 화재가 발생해 이태균 중사, 위동민 병장, 정수연 상병이 숨지고 4명이 크게 다쳤다. 
 
12월 발표 이후 지지부진, 업체는 "이견 있다" 말만 반복   
지난해 8월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포사격 훈련 중 사고로 순직한 이태균 상사와 정수연 상병의 영결식이 거행된 가운데 이 상사의 유가족들이 분향, 묵념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8월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포사격 훈련 중 사고로 순직한 이태균 상사와 정수연 상병의 영결식이 거행된 가운데 이 상사의 유가족들이 분향, 묵념하고 있다. [중앙포토]

군 당국은 사고 원인 규명을 약속했지만, 지난 12월 결과 발표 이후 이렇다 할 조치가 없어 사고 유족들은 군 당국과 제조업체를 오가며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정씨는 사고 직후 찾아온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에게 휴대폰 속 아들 사진을 내보이며 "꽃다운 아들을 군에 보냈는데 왜 이런 모습으로 돌려주나"면서도 "내 아들 죽음 헛되지 않게 해달라"고 말해 주변을 울렸다.
 
사고 직후 민·관·군 전문가와 한국재료연구소 등 8개 전문기관, 군ㆍ경 수사기관 등이 모여 합동조사위원회를 꾸렸다. 4개월가량 조사를 거쳐 지난해 12월 26일 일부 부품 오작동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수가 격발 스위치를 누르지 않았는데도 자동으로 격발됐고 △폐쇄기는 완전히 닫히지 않았으며 △불꽃이 폐쇄기 아래로 흘러내려 장약에 불이 붙은 게 원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K-9 자주포 개발 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ADD)와 제조사 측은 사고 원인 조사과정에서 자신들의 참여가 배제됐다며 조사결과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K-9 자주포 진상규명 청와대 청원.

K-9 자주포 진상규명 청와대 청원.

이런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망자인 위동민 병장의 아버지는 지난 5월 1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K9 자주포 폭발사고 진실을 규명해주세요'라는 청원글을 올렸다. 유족들은 이 글에서 "군 조사결과 장비결함이라고 합니다. 허나 장비제조사는 납득 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 누구의 책임입니까"라며 진실 규명을 청원했다. 청원은 16일 기준 6만9100명을 넘어섰다.
 
정씨는 "12월 발표 이후 진전이 없다. 용서를 구하고 책임지겠다는 사람 없이 몇 개월째 지지부진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유족들이 청와대 청원을 올린 것에 대해 "진상 규명해달라 그렇게 수십 번 물어도 정확한 답이 없다. 사고 발생 후 9개월 동안 유가족들이 직접 자료 요청하러 뛰고 있다. 생계는 생계대로 책임져야 하는데 진전이 없어 청와대 청원까지 하게 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나라 지키다 떠난 아들…사고 원인 밝히고 책임져야"
정씨가 일하는 서울 금천구의 봉제공장. 여성국 기자

정씨가 일하는 서울 금천구의 봉제공장. 여성국 기자

어버이날 부대로부터 안부 전화를 받고 정씨는 아들을 떠올렸다고 했다. 소아마비인 정씨 부부를 위해 아르바이트로 180만원을 벌면 절반은 늘 엄마에게 용돈을 주던 아들이었다. 그는 "8월 4일 휴가를 나왔다가 복귀하는 아들에게 '아빠한테 인사도 안 하고 가냐'고 혼을 냈는데 그게 마지막 통화였다. 후회되고 너무 보고 싶다"고 했다. 이어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고 얼굴을 보는 것.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는 것이 행복이다"며 "일상의 행복을 K-9 사고가 송두리째 가져갔다"고 말했다. 
 
군과 제조업체가 서로 책임을 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내가 일하는 봉제 공장에서 불량을 하나하나 따진다. 생명과 직결된 군사 장비 결함을 파악 못 하고 아무도 책임 못 진다는 게 말이 되냐"고 꼬집었다. 정씨는 "애지중지 키워 군에 보낸 아들 나라 지키다 그렇게 갔다. 자기 인생 제대로 시작도 못 한 아들을 이대로 보내고 싶지 않다"며 "원인을 밝히고 누군가 책임을 지는 것이 앞으로 있을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군 당국은 "지난 12월 일부 부품의 비정상적 작동으로 결론지었다. 군 차원에서 추가로 할 수 있는 건 없다. 생산업체에 대한 조사는 경찰 수사 통해 밝혀져야 할 부분"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진상규명이 안 이뤄졌다고 생각하셨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제조업체인 한화방산 측은 "12월의 군 조사 결과 발표에 대해 '이견이 있다'고 입장을 표했다"며 "그때와 달라진 상황이 없어 입장 변화는 없다"고 전했다. 
 
여성국·김지아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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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