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한참 바쁠 때 아이가 게임기 연결 방법을 묻는다면?

기자
손민원 사진 손민원
[더,오래]손민원의 성·인권 이야기(9)
긍정적인 훈육은 아아의 기질과 발달단계를 파악하고, 따스함과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한 정보를 제공해 아동 스스로가 자신의 가치와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훈육 방식이다. [중앙포토]

긍정적인 훈육은 아아의 기질과 발달단계를 파악하고, 따스함과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한 정보를 제공해 아동 스스로가 자신의 가치와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훈육 방식이다. [중앙포토]

 
"아이를 때리지 말고 훈육하라고요? 그럼 아이가 해달라는 대로 모든 것을 다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럼 아이는 분명 버릇없는 아이가 될 거예요."
"나는 내 자녀를 정말 사랑해요.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렇지만 부모도, 선생도 사람이에요. 어떻게 아이에게 늘 같은 마음으로 존중하는 태도로 대한다는 말입니까?"
 
지난 칼럼을 보고 많은 사람이 존중의 방식으로 하는 아동 훈육에 반론을 제기했다. 그 의견에 대해 제시하고 싶은 훈육의 한 방법이 세이브더칠드런에서 개발한 ‘긍정적 훈육’이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아동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전 세계 약 120개 국가에서 활동하는 국제 구호개발 NGO이다.
 
세이브더칠드런의 ‘긍정적 훈육’이란 
긍정적인 훈육은 아이의 기질과 발달단계를 파악하고, 따스함과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한 정보를 제공해 아동 스스로가 자신의 가치와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훈육 방식이다.
 
부모는 항상 출근을 준비해야 하고 아이는 학교에 가야 하는 보통 가정의 아침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아침 식사를 하고, 아이가 어떤 옷을 입을지를 찾고, 머리를 빗기고, 양말을 찾아주고, 물병을 챙기고, 가방을 싸고….
 
이렇듯 부모가 직면하는 소소한 문제 사이에서 양육자는 아동이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줄 수 없다.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밤새도록 끊임없이 게임을 하도록 내버려 둘 수도 없고, 계속 콜라를 줄 수도 없다.
 
훈육에는 분명 어느 시점에서는 거절이 필요하다. 그 개입 과정에서 양육자는 자녀를 비난하기도 하고, 고함도 지르고, 폭력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지치고 감정이 상하기도 하며 때로는 잠든 아이의 머리맡에서 ‘나는 부모의 자격이 없나’ 자책하면서 눈물짓기도 한다.
 
긍정적 훈육은 ‘내가 사랑하는 아이가 성인으로 성장했을 때 어떤 성숙한 시민으로 이 세상을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해 보는 것으로 부터 시작된다. [일러스트 Freepik]

긍정적 훈육은 ‘내가 사랑하는 아이가 성인으로 성장했을 때 어떤 성숙한 시민으로 이 세상을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해 보는 것으로 부터 시작된다. [일러스트 Freepik]

 
매일같이 눈앞의 위기에 대한 집중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한 가지 관점이 있다. ‘내가 사랑하는 아이가 성인으로 성장했을 때 어떤 성숙한 시민으로 이 세상을 살아갈 것인가’를 긴 안목으로 눈 감고 상상해 보는 것이다.
 
‘내 아이가 폭력을 쓰지 않고 모든 것을 존중할 줄 아는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어요.’ 그렇다면 아이는 어디에서 존중하는 법을 몸에 익히고,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것인가? 당연히 부모님, 선생님의 문제 해결 방식을 보면서 성장할 것이다.
 
최근 어느 대기업 총수의 ‘금수저’ 자녀들을 보면서 ‘누가 더 갑질을 잘하나?’ 대회라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물컵 던지기 사건’ ‘땅콩 회항 사건’ ‘70대 할머니에게 폭언·폭행을 했다가 경찰에 입건된 사건’ 등을 언급하면서 언론은 이들 형제의 문제 행동과 함께 이들 부모의 한 수 위 권력형 횡포에 주목해 보도했다.
 
부모와 자녀는 함께 몇십 년간의 긴 여행을 한다. 부모는 그 여행에서 어디로 가야할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나는 우리 아이와 함께하는 인생의 여행길에서 존중을 목표로 할 거야’ ‘나는 긍정적인 아이라는 목표를 향해 갈 거야’ 등 목표가 정해졌다면 아이와 항해에서 때론 풍파에 흔들리는 일이 있을지라도 존중하는 태도, 긍정적인 품성의 반짝이는 등댓불을 향해 여행할 수 있다.
 
문제가 되는 모 대기업 총수의 가정에선 부모와 자녀 간에 긴 목표, 자녀에 대한 큰 그림이 존재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청량리역 엘리베이터 앞에서 한 대뿐인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많은 사람이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같은 공간에 서 있던 한 남성의 전화 내용을 우연히 들을 수 있었다. 
 
청량리역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난 남성의 전화 통화를 통해 이 아빠가 아이에게 어떤 방식으로 사랑을 주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사진 freejpg]

청량리역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난 남성의 전화 통화를 통해 이 아빠가 아이에게 어떤 방식으로 사랑을 주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사진 freejpg]

 
40대로 보이는 남성은 집에 있는 아들과 통화 중이었다. 전화 속의 아들은 아빠에게 TV와 게임기를 연결해 친구와 게임 하고 싶은데 어떻게 연결할지 모르겠으니 도와달라고 하는 상황으로 짐작됐다. 간절한 아들의 목소리가 옆에 서 있던 내 귀에까지 들렸다.
 
그 아빠는 전화기를 통해 자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야, 너 진짜 친구랑 게임 하고 싶구나. 그런데 아빠가 지금 설명해 주기가 조금 힘든 상황인데 이따 저녁에 집에 가서 해주면 안 될까?” 하고 물었다. 아들은 지금 꼭 연결하고 싶다고 아빠에게 다시 부탁했다. 
 
“그래? 그럼 아빠가 알려주는 대로 잘 따라 해 봐. TV 리모컨의 왼쪽 위 끝을 보면 빨간색 버튼이 보이지. 아마 ‘외부입력’이라고 쓰여 있을 거야. 그걸 눌러 봐.” 이렇게 시작된 설명은 2분 넘게 계속됐다. 그리고 드디어 아이는 게임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자녀를 비난하지 않고 부모 요구 전달 
“아빠 감사합니다”라는 환호성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모든 사람에게 들릴 만큼 크게 울렸다. 그런데 통화는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아빠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야. 오늘은 아빠가 회사 밖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여서 너에게 자세히 설명할 수 있었는데 아빠가 바쁘게 일할 때는 네가 부탁해도 지금처럼 설명할 수 없어. 아빠 일에도 많이 방해되고. 이제부턴 게임 하고 싶어도 아빠가 회사 끝나고 가서 너를 도와줄 수 있는 시간에 부탁해 주면 고맙겠어. 그럴 수 있지?”라고 아이에게 말했다.
 
엿들은 이 짧은 대화를 통해 이 아빠가 아이에게 어떤 방식으로 사랑을 주고 있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우선 아이가 얼마나 게임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아이의 눈높이에서 마음을 읽어 주고 공감해줬다. 그리고 아이에게 필요한 정보를 하나하나 제공해 주었다. 그다음 아이에게 행동의 변화를 만들게 하는 지침도 주었다. 
 
긍정적 훈육의 방법은 자녀를 비난하거나 윽박지르며 모욕을 주지 않고 부모의 요구를 전달하는 것이다. [사진 freepik]

긍정적 훈육의 방법은 자녀를 비난하거나 윽박지르며 모욕을 주지 않고 부모의 요구를 전달하는 것이다. [사진 freepik]

 
사랑하는 자녀에게 비난하거나 윽박지르며 모욕을 주는 방식이 아니면서 부모의 요구를 전달했다. 아빠의 훈육은 긍정적 훈육의 방법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옆에 서 있는 이 아빠의 모습을 존경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 전화 속의 아이는 미래에 타인을 존중할 줄 아는 또 다른 멋진 아빠로 성장할 것이다. 내가 목격한, 흔히 있을 수 있는 작은 일상의 문제에서 아빠와 자녀 사이에는 무엇이 만들어졌을까?
 
부모와 자식 사이의 사랑의 통장
나와 자녀, 부부 사이, 나와 친구 사이에는 통장이 있다. 모든 사람 관계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의 통장, 애착의 통장, 신뢰의 통장이 있다. ‘어떤 경우든 나의 부모님은 나를 사랑한다’는 무한의 믿음이다. 이 통장이 마음속에 있을 때 아이들은 ‘부자’가 된다. 학교에서, 사회에서 간혹 힘든 일이 있어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여기서 나온다. 통장에 잔액이 많이 있으므로 마음이 든든한 부자가 된다.
 
부모도, 선생도 아동에게 때론 작은 실수를 할 수 있다. 자녀에게 무리한 요구를 할 수도 있고 ‘엄친아’와 비교해 마음에 상처를 줄 수도 있다. 그런데 자녀와 부모 사이에 든든한 사랑의 통장이 있을 때 부모가 실수하더라도 자녀는 부모의 지침에 따른다. 왜냐하면 부모가 자신을 믿고 있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부모로서 이 믿음의 통장에 저축하는 일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내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외계인 같은 아이를 보면서도 비난에 앞서 통장에 저축하는 일부터 해나가야 한다. 이런 저축은 많으면 많을수록 더 좋다. ‘사랑의 통장’이니까.
 
손민원 성·인권 강사 qlover@naver.com
 
관련기사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