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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核 1000배 '핏' 생산…트럼프는 핵 전력증강 나선다

핵폭탄이 터진 뒤 검붉은 버섯구름이 솟아오르는 모습. [중앙포토]

핵폭탄이 터진 뒤 검붉은 버섯구름이 솟아오르는 모습. [중앙포토]

내달 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AP=연합뉴스]

내달 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냉전 이후로 노후한 핵 무기의 현대화 작업에 나서는 등 본격적인 핵 전력 증강에 나서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앞서 지난 10일 미 국방부와 에너지부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 사바나 리버 원자력연구단지에서 차세대 핵무기의 핵심 부품 개발 계획을 공개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북·미정상회담의 ‘시점(6월12일)’과 ‘장소(싱가포르)’를 예고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자인 오바마 행정부 시절 합의된 이란 핵 협정(JCPOC)를 파기 선언하고, 이젠 북한의 비핵화를 압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작 트럼프 대통령 자신은 핵 무기 증강에 몰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NYT에 따르면 노후화한 핵무기를 새로운 핵무기 수백 기로 전환하는 작업은 사바나 리버 핵 시설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이 작업에서 ‘핏(pit)’이라고 불리는 핵심 부품이 생산될 것으로 알려졌다. 핵탄두 내부에 장착되는 핏은 자몽 크기에 불과하지만 그 폭발력은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무려 1000배에 달한다고 한다.
 
히로시마·나가사키에 떨어져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핵폭탄. [사진제공=위키피디아]

히로시마·나가사키에 떨어져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핵폭탄. [사진제공=위키피디아]

 
 특히 미국 정부는 사바나 리버 핵 단지에서 50개,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에서 30개씩 매년 80개의 핏을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동시에 미 의회에서도 핵무기 증강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NYT에 따르면 지난주 미 하원 군사위원회 산하 전략군소위원회는 잠수함 발사 저강도 핵무기를 개발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저강도 핵무기는 폭발 위력을 낮춤으로써 타격 범위와 인명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실전형 핵무기’를 뜻한다. 마이크 로저스 소위원장(공화당)은 “이번 결정은 러시아의 새로운 군비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974년 미 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의 내부 모습. 이곳에서 미국의 최초 핵 무기들이 개발됐다. [뉴욕타임스 캡처]

지난 1974년 미 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의 내부 모습. 이곳에서 미국의 최초 핵 무기들이 개발됐다. [뉴욕타임스 캡처]

 
 그러나 NYT는 “미국이 타국에 핵 전력 포기를 요구하는 동시에 자국의 핵 전력을 강화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며 “일례로 기존 핵확산금지조약(NPT)는 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의 핵 보유를 인정하고 있지만 다른 국가의 핵무기 개발는 금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NYT는 “트럼프의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한때 ‘미국이 자국의 핵 전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타국에 핵 전력 포기를 요구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추후 그의 보좌관들은 오바마 역시 핵 전력을 기대만큼 축소시키지 못했다고 털어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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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정부의 핵 무기 증강 움직임과 관련해 미국 사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NYT는 “앞서 지난 2006년 미 연방 핵 위원회는 ‘미국이 보유한 플루토늄 핏이 예상했던 것보다 기능이 우수하다며 앞으로 최소 100년(a century) 이상은 쓸 수 있다’고 결론내렸다”고 전했다. 핏의 수명이 충분히 남았으니, 굳이 추가적으로 생산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핵 모니터링 민간 기관인 로스앨러모스 스터디 그룹의 그렉 멜로 국장 역시 “이미 재활용(re-use)이 가능한 핏 재고량이 수천 개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그렉 멜로 로스앨러모스 스터디 그룹 국장이 지난 2월 발간한 보고서 내용. 이에 따르면 다이앤 파인스타인 민주당 상원 의원은 "핵 무기 수명이 최대 200년에 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빨간 네모 안)

그렉 멜로 로스앨러모스 스터디 그룹 국장이 지난 2월 발간한 보고서 내용. 이에 따르면 다이앤 파인스타인 민주당 상원 의원은 "핵 무기 수명이 최대 200년에 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빨간 네모 안)

 
 이와 별도로 중앙일보가 확인한 멜로 국장의 ‘미국의 핏 생산: 배경과 이슈’ 보고서(2월)에 따르면 미 에너지부 산하 핵 안보국 로젠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이 보유한, 인위적으로 조작된(artificially-aged) 핏 샘플본의 수명은 무려 150년에 달한다고 한다. 이 보고서에서 멜로 국장은 “에너지부 산하 LLNL 역시 ‘기존 핏 재고량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핏 생산이 필요치 않고 계획될 필요도 없다’는 뜻을 소위에 전한 바 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에서도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최근 미 상원의 ‘핵 태세 검토 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 인준 처리에 반대를 표명한 바 있는 아담 스미스 미 상원 군사위원회 민주당 측 대표는 “미국이 신뢰할 만한 억지력을 가져야 하는 건 사실이지만 NPR이 제시한 내용(핵 무기 계획)은 억지력 차원에서 한참 벗어났다. 우린 새로운 핵 전쟁에 빠져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NYT는 “이처럼 미국을 비롯한 핵 강대국들이 핵 전력 증강 경쟁을 벌이면 핵 전쟁의 위기도 커지는 동시에 다른 국가의 핵 폐기를 설득하기 위한 명분도 부족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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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