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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을 보도한다” 트럼프의 메가폰 된 美 기독교 방송사

미국 ‘국가기도의 날(National Day of Prayer)’이었던 지난 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기도회를 위해 백악관 로즈가든에 나타나자 백악관 출입기자들이 질문을 퍼부었다. 대부분이 포르노 배우가 연루된 ‘트럼프 성추문’ 관련 새 의혹에 대한 것이었다.
 
직원 70명뿐인 기독방송사, 트럼프의 백악관과 ‘밀월’ 
지난해 9월 기독교 복음주의자 등과 함께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맨 오른쪽). [블룸버그 캡처]

지난해 9월 기독교 복음주의자 등과 함께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맨 오른쪽). [블룸버그 캡처]

미 정가를 뒤흔든 스캔들을 파고드는 기자들과 이들을 피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줄다리기를 벌일 때, CBN의 백악관 출입기자인 데이비드 브로디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인터뷰 중이었다. 그는 이날 펜스 부통령에게 이런 걸 물었다. 
“낙태 반대 입장을 지키느라 지치지 않았나” “백악관에서 기도는 존속하고 있는가” 
인터뷰 뒤 펜스 부통령과 커피까지 마신 브로디 기자는 “신이 이 모든 것을 허락했다”고 말했다. 
브로디가 속한 방송사 CBN은 ‘기독방송네트워크(Christian Broadcasting Network)’의 약칭이다. 보수적인 기독교 복음주의자가 주요 시청자층인 종교 방송국이다. 
 
14일 뉴욕타임스(NYT)는 “주요 언론을 ‘가짜 뉴스’라고 공격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브로디 기자와 CBN과는 밀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열성 지지자인 복음주의자와의 직접 통로를 얻었다”고 전했다.  
NYT는 또 2016년 대선에서 투표한 백인 복음주의자의 80%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표를 줬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이들의 충성이 트럼프 정부의 성공에 절대적이기 때문에, CBN은 대통령에게 중요한 매체가 됐다”고 전했다. 


“성경적 세계관으로 뉴스 보도” 
신문에 따르면 1960년 설립된 CBN은 아주 작은 방송사다. 직원은 70명뿐이고 1년 예산도 1000만 달러(약 110억원)에 불과하다. 방송사 홈페이지 접속자는 월 150만명뿐이다. 시청률 조사기관인 닐슨은 CBN의 시청률을 조사하지도 않는다. 
 
'기독방송네트워크(CBN)' 로고

'기독방송네트워크(CBN)' 로고

종교를 내세운 방송사인 만큼 보도 방향도 일반 언론사와는 다르다. 브로디 기자는 NYT에 “CBN뉴스는 성경의 세계관으로 뉴스를 본다”며 “이스라엘과 낙태, 종교의 자유를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의 진실을 전하는 메가폰이 되는 것이 나의 소명”이라고도 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부터 백악관에 출입했음에도 존재감 있는 뉴스 매체로 여겨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난 대선 때부터 CBN의 위상은 CNN·ABC·CBS 등 대형 방송사와 다름없을 정도가 됐다. 
선거 기간 중 브로디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을 8번 인터뷰했고, 취임식(2017년 1월 20일) 일주일 뒤인 지난해 1월 27일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인터뷰했다. ABC가 대통령 트럼프의 첫 TV 인터뷰를 방송한 것이 1월 25일이었다. 
지난해 CBN과 트럼프 대통령의 인터뷰 횟수는 11회에 달한다. CNN·ABC·CBS 등 미국을 대표하는 뉴스 방송사보다 많은 수치다.  
 
CNN·ABC보다 트럼프 인터뷰 많이 해
또 백악관이 공보팀을 꾸리고 연 첫 기자회견에 CBN 기자가 초청됐고, 대통령과 주요 방송사 앵커가 함께 하는 오찬에도 브로디 기자가 참석했다. 
지난해 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선 CBN에 첫 질문권을 주기도 했다. 모두 처음 있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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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는 “CBN은 훌륭한 플랫폼”이라는 션 스파이서 전 백악관 대변인의 발언을 인용해, 백악관의 CBN 챙기기가 전략적으로 의도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파이서 전 대변인은 “CBN은 선거에 매우 적극적인 이들을 주요 시청자로 갖고 있으며, 워싱턴 주류 매체가 다루지 않는 것들을 주요 이슈로 다룬다”고 말했다.
지지층 결집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에 호의적인 CBN를 활용한다는 사실을 백악관이 인정한 셈이다.  
 
브로디 기자도 “우리의 시청자들은 러시아나 포르노 여배우에 대한 질문을 원하지 않는다”며 “나는 복음주의자들이 말하고 생각하는 것에 근거해 뉴스를 보도하고 분석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지지층 결집, 방송사 위상 강화 ‘윈윈’
NYT는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의 이같은 전략이 통할 것이라고 봤다. 비록 CBN이 작은 방송사지만 약 60년 동안 미 전역의 복음주의 가정에서 구축한 영적 자산이 상당하다고 평가하면서다.  
퓨리서치센터가 수행한 설문 결과에서도 “백인 복음주의자 중 주요 언론사를 신뢰하는 사람은 15%에 불과하지만, 가족이나 친구로부터 듣는 뉴스를 신뢰한다는 응답자는 그보다 2배에 가깝다”고 나타났다는 것이다. 
 
팩트체크 사이트인 ’factcheck.org’를 출범한 캐슬린 홀 펜실베니아대학 교수도 CBN에 대해 “주류 언론보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호의적인 정보를 시청·구독자에게 노출하고 의제를 통제하는 효과를 낳는다”고 분석했다. 
NYT는“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복음주의자 지지층을 연결하는 브로디 기자의 역할은 (오는 11월) 중간선거가 다가옴에 따라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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