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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의 시시각각] ‘평양 맥도날드’보다 ‘북한 비핵화’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지난달 18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의 도널드 트럼프-아베 신조 미·일 정상회담장.
 
먼저 아베가 트럼프에게 말을 꺼냈다. “도널드! 무슨 일이 있어도 북한에는 CVID를 관철해야 해.” “응? 신조, 근데 CVID가 뭐지?”
 
트럼프의 이 답변에 아베는 아연실색했다고 한다. 아무렇지 않게 트럼프에게 설명해 주긴 했지만…. 회담장을 나오며 아베는 배석한 일본 관료에게 이렇게 털어놓았다고 한다. “저 사람, 진짜 (CVID가) 무슨 말인지 모르는 거 아냐?”
 
같은 날 회담에선 이런 말도 오갔다. “신조, 일본의 대미 무역흑자 너무 심한 거 아닌가. 제대로 좀 해. 방위비 분담금 문제도 다시 들여다봐야겠어.”(트럼프), “아니, 그건(방위비 분담금) 이미 적정하다고 평가가 내려진 건데….”(아베), “신조, 난 당신 개인도 좋고 일본이란 나라도 좋아해. 하지만 내가 최고로 좋아하는 국가 지도자가 누군지 아나. 바로 시진핑이야.”(트럼프)
 
트럼프의 ‘베프(가장 친한 친구)’를 자처했던 아베는 이 말에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트럼프는 회담장을 나서자 언제 그랬냐는 듯 아베의 손을 잡고 흔들며 활짝 웃었다.
 
당시 회담에 배석했던 관계자가 전하는 이 장면은 ‘싱가포르 트럼프-김정은 회담’의 예고편이기도 하다.
 
먼저, 트럼프는 전문적인 용어 구사, 세세한 것에 구애받지 않는 ‘거친 담판’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을 거칠게 몰아세울 것이다. 주제도 널뛰기할 것이다. 우리에겐 좋은 것일 수도, 나쁜 것일 수도 있다.
 
또 하나의 시사점은 중국. 트럼프는 ‘최고로 좋아하는’ 시진핑과 모종의 약속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평양에서 귀국하면서 불쑥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란 말을 굳이 꺼낸 것이나, 트럼프가 다음날 각료회의에서 “시 주석에게 감사한다”고 한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미국 내에서 주한미군 감축, 철수 이야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이유와 무관할 수 없다.
 
주말에 걸쳐 폼페이오 장관, 존 볼턴 NSC 보좌관이 경쟁적으로 ‘북한판 마셜플랜’, ‘북한 핵 테네시 반출’을 말했다. 이에 우리 언론은 “비핵화 방안이 구체화했다. 이제 북한이 서구 자본의 각축장이 될 것”이라며 마음껏 들떴다. 하지만 정작 미 언론은 팩트 전달 수준이다. 핵심 인사들의 시각도 차갑다. 북한의 반응 떠보기, 즉 신경전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쉽게 되는 일도, 거기까지 가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트럼프-김정은 회담의 성공 가능성을 점친다면? 내 대답은 “일단 100%”다. 이미 그런 방향으로 짜여 있다. 모두가 회담 후 환호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다. 트럼프의 합의는 엉성할지 모르나, 미국의 방점은 어디까지나 ‘비핵화’다. ‘제재 해제’가 아니다. 확실한 비핵화를 자신들 눈으로 확인하지 않는 한 제재를 풀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일단 북한에 강경한 미 의회가 그걸 해 줄 리가 없다. 여차하면 적당한 시점에 판을 깰 수도 있다. 그러니 때 이르게 ‘맥도날드 진출’ 운운하는 언론도, 국민도 없다. 제재 해제가 없는 한 투자도 없기 때문이다.
 
대조적으로 우리의 방점은 이미 ‘제재 해제 후’로 가 있는 느낌이다. 북한의 ‘비핵화’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트럼프가 중국을 대신할 저가 생산기지로 북한을 낙점했다거나, 금방이라도 북한의 광물자원 하나 보고 전 세계 기업이 달려들 것처럼 말들을 한다. 뭔가 들떠 있다. 그럴 때가 아니다. 25년간 못 이룬 비핵화다. 지금은 평양의 맥도날드를 논할 때가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를 논할 때다.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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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