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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우려스러운 ‘외로운 늑대형’ 정치테러

정치인들이 공격당하고 있다. 단식농성으로 몸이 허약해 있던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5일 김모(31)씨에게 턱을 강타당한 데 이어 어제 제주도에서도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 제주참여환경연대 등이 주최한 토론회 도중 주민 김모(50)씨가 단상에 난입해 원희룡 제주지사 예비후보에게 계란을 투척한 뒤, 계속해서 원 후보 쪽으로 돌진해 안면을 가격했다. 그는 토론회 관계자들에게 제압당하자 준비해 간 칼로 자신의 팔목을 그었다. 돌발적인 폭력 사태로 토론회장은 피로 얼룩졌고, 행사는 중단됐다. 칼까지 소지하고 들어간 김씨가 정치인을 상대로 유혈 난동을 부린 아찔한 사건이었다.
 
원 후보는 사건 직후 ‘2차 댓글 테러’까지 감수해야 했다. 그의 피습 기사에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조롱하는 댓글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김성태 원내대표 폭행 직후에도 2차 댓글 테러가 난무했다. 피해자인 그를 ‘혼수성태’라고 조롱하고 가해자는 ‘의인(義人)화’하는 댓글로 도배를 하다시피 했다.
 
이날 토론회는 지역 최대 현안인 제주 제2공항 건설 문제에 관한 후보자들의 정견을 듣는 자리였다. 2015년 국토교통부는 포화 상태인 제주국제공항의 수요를 분담할 목적으로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에 제2공항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환경파괴 논란에다 오를 대로 올라버린 제주 땅값 때문에 토지 수용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이 적지 않았다. 원 후보는 제주 제2공항에 찬성하는 쪽이다. 원 후보를 폭행한 이는 제2 신공항에 반대하며 42일간 단식한 적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민감하고 중요한 현안이라 해도 폭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투표 말고 정치적 반대자를 심판할 수 있는 길은 존재하지 않고, 존재해서도 안 된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그런 점에서 이번 유혈 난동은 단순 폭력이 아니라 정치테러라 불러도 무방하다. 정치적 반대자를 겨냥한 폭력으로 공포를 일으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 했기 때문이다. 판문점 선언 비준 등을 요구하며 김성태 원내대표를 가격한 사건도 본질은 같다. 최근 발생한 두 건이 모두 ‘외로운 늑대형’ 테러의 조짐을 보이고 있어 걱정스럽다. 조직적 배후 없이 개인적 반감을 토대로 혼자 계획하고 단독적으로 실행하는 이런 유의 공격은 감행 시점이나 방식에 대한 정보 수집이 쉽지 않아 더 위험하다는 게 정설이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정책 공약 등이 지역마다 전면에 불거져 나올 수밖에 없는 데다 우리 사회는 정치적·이념적으로 ‘네 편 아니면 내 편’이라는 분열상이 극심한 상황이다. ‘외로운 늑대’ 테러범들이 서식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인 셈이다. 선거철 제3, 제4의 폭력 사태가 민주주의를 위협하지 않도록 철저히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려면 선거 사령탑인 각 정당의 대표들부터 자신의 언행이 분열적 갈등에 기름을 붓는 것은 아닌지 한번 더 생각해 보고 말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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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