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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현옥의 금융산책]'세일 원유'를 잠에서 깨운 마법…70달러 돌파한 국제 유가

숨죽였던 셰일 원유가 깨어났다. 잠을 깨운 마법은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한 국제 유가다. 14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유(WTI)는 배럴당 70.96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세일 원유는 셰일층(유기물을 포함한 암석)에 갇혀 있다. 수압파쇄법(fracking) 등 신기술이 등장하며 채굴 비용이 낮아졌지만 중동 등 주요 산유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경쟁력이 떨어진다. 일반적으로 셰일업계의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5~60달러 수준으로 여겨진다.
 
기름값이 배럴당 50달러 언저리를 맴돌던 지난 2년간 미국 셰일업계는 맥을 못 췄다. 2016년 말 미국의 일평균 셰일 원유 생산량은 600만 배럴 수준까지 급감했다. 회복의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것은 유가가 배럴당 60달러에 근접한 지난해 말부터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70달러의 문턱을 넘어서며 셰일 원유의 진격이 시작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번 달 미국의 일평균 셰일 원유 생산량은 802만 배럴을 기록했다. 전달보다 4만8590 배럴이 늘어났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미국 셰일 원유 생산의 메카인 텍사스주 퍼미안 광구만 따져도 증가세는 확연하다. 2016년 초반 일평균 20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던 이곳의 산유량은 최근 300만 배럴로 늘었다. 쿠웨이트의 산유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달 단기 전망보고서에서 올해 미국의 석유생산이 전년 대비 12.8%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셰일 붐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셰일 붐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인 시추구는 급증하고 있다. 미국 원유정보업체인 베이커 휴즈에 따르면 12일 현재 미국의 시추구는 844개에 이른다. 2015년 3월 이후 최대치다.
 
퍼미안 광구의 경우 2016년 133개에 불과하던 시추구가 지난 11일 현재 463개로 늘어났다. 베이커 휴즈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미국에서 70개 이상의 시추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셰일 생산 지역도 확산하고 있다. 오클라호마와 콜로라도, 와이오밍, 노스다코다주 등으로 ‘북진’하는 것이다. WSJ은 “국제 유가 상승으로 셰일 광구가 텍사스의 경계를 넘어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셰일 업계의 호황이 지속할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생산 급증으로 셰일 업계가 소화 불량에 걸린 듯한 모습이 나타나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셰일 원유 생산이 큰 폭으로 늘어나며 퍼미안 광구의 파이프라인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생산한 원유를 트럭 등을 통해 실어 나르게 되면서 경제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긴 것이다.
 
셰일업계는 생산 수요 급증에 따른 노동력과 재료·장비 부족에도 시달리고 있다. 현장 노동자와 파쇄 작업에 필요한 대용량의 물과 모래 등 재료를 조달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시추 관련 조사기업인 프라이머리 비전에 따르면 셰일 원유 생산에 필요한 장비의 87%가 이미 사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FT는 “유가 상승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중동 산유국의 빈자리를 대체할 수 있을 것 같았던 미국 셰일 업계가 공급과 유통 설비 부족이란 복병을 만나게 됐다”고 보도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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