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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이 편해졌다고요?…어린이집 차량 기사, 학원 상담 실장까지 챙기는 부모들

삽화=김회룡 기자 aseokim@joongang.co.kr

삽화=김회룡 기자 aseokim@joongang.co.kr

3살짜리 딸을 올해 초부터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주부 박모(38·서울 면목동)씨는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담임을 맡은 보육 교사에게 편지와 5만원 상당의 명품 화장품을 선물로 건넸다. 차량 운행기사와 조리사를 위해서는 ‘감사하다’는 카드와 함께 롤케이크를 준비했다. 세 명의 선물을 준비하다 보니 비용이 부담됐지만, 아이의 생활과 안전, 먹을거리를 담당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니 한 명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박씨는 “다른 엄마들도 선물을 준비하는 분위기인데, 우리 아이만 안 하고 넘어가면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됐다. 어린이집에서 먼저 ‘선물을 보내지 말라’는 공문을 보내지 않는 이상 매년 챙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둔 워킹맘 김희주(44·서울 대치동)씨는 올해 교사 선물 대신 학원 강사 선물을 준비하느라 바빴다. 자녀는 현재 논술과 수학·영어 등 세 곳의 학원에 다니고 있다. 김씨는 “원장과 아이를 가르치는 강사는 기본으로 챙기고, 학원에 따라 상담실장 선물까지 준비했다”며 “다 챙기다 보니 30만원을 훌쩍 넘어갔지만, 아이가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었다”고 했다. 이어 “김영란법 시행 이후 학교 교사에게 선물을 못 하는 만큼 학원 선생님들에게 집중하는 부모가 늘어난 것 같다”고 덧붙였다.
14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꽃상가 한 쪽에 스승의 날을 맞아 판매할 카네이션이 쌓여있다. [뉴스1]

14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꽃상가 한 쪽에 스승의 날을 맞아 판매할 카네이션이 쌓여있다. [뉴스1]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김영란법) 시행 후 두 번째로 맞는 스승이 날이지만, 선물 준비 때문에 분주한 부모들이 여전히 많다. 어린이집 보육교사와 학원 강사에게 건넬 선물 마련을 위해서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유치원과 초·중·고 교사에게는 학생이 카네이션을 주는 것도 금지됐다. 하지만 어린이집 보육교사와 학원 강사는 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 카네이션은 물론, 선물도 가능하다.
 
2016년 9월부터 시행된 김영란법은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 유아교육법 등에 따른 교원을 대상으로 한다. 쉽게 말해 유치원 교사, 초·중·고 담임교사, 교과목 교사 등이 전부 법 적용 대상자다. 학생·학부모가 이들에게 캔 커피나 꽃을 건네는 것도 법에 어긋난다. 교사들이 학생에 대한 지도와 평가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부정청탁’으로 볼 소지가 있어서다. 스승의 날 카네이션은 학생 대표 등이 공개적으로 전달하는 것만 가능하다. 이에 대부분 유치원과 초·중·고에서는 가정통신문을 발송해 “스승의 날 선물을 받지 않는다”고 공지하고 있다.
2016년 9월부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학생들이 교사에게 캔 커피를 주는 것도 금지됐다. [중앙포토]

2016년 9월부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학생들이 교사에게 캔 커피를 주는 것도 금지됐다. [중앙포토]

하지만 어린이집은 유아교육법이 아닌 영유아보호법을 적용받아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교육기관인 유치원과 달리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에서 관리하는 보육기관으로 분류돼서다. 다만 어린이집 중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누리과정을 운영하거나 공공기관의 직장어린이집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원장은 법 적용을 받는다. 어린이집 보육교사를 김영란법에 포함시킬지 여부를 두고 정부는 태스크포스(TF)까지 구성해 논의했지만 2016년 말 “법인·단체의 대표는 청탁금지법을 적용하되, 그 구성원은 제외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설로 운영되는 학원 역시 원장·강사 모두 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김영란법의 도입 취지는 좋지만, 일관성이 없다. 아예 다 허용하던가 전면 금지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수진(45·서울 가락동)씨는 “첫째는 유치원, 둘째는 어린이집에 다니는데 매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보육교사만 챙기자니 첫째가 신경 쓰이고, 둘 다 아무것도 안 하자니 둘째가 어린이집에서 차별을 당할까 봐 걱정된다. 아예 다 못하게 해야 속 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초4 딸을 둔 김모(44·서울 개포동)씨는 “학교 선생님한테는 캔 커피도 못 주는데, 학원 강사한테만 선물을 주는 것도 마음이 불편하다. 주변 엄마들도 교사한테 소정의 선물을 줄 수 있는 게 아니면 학원 강사에게 선물 주는 것도 금지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한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어린이집에도 김영란법을 적용하자”는 주장이 올라왔다. 이 청원의 작성자는 “같은 누리과정을 운영하는 유치원의 교사와 원장은 모두 법 적용 대상인데, 어린이집은 원장을 제외하고 적용되지 않아 불평등하다. 면담과 명절, 스승의 날 등에 선물을 챙겨야 하는 부모 입장에서는 차별로 여겨진다. 모든 어린이집에도 김영란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청원은 15일 현재 160명의 동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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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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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