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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들은 왜 대한항공 탔나···4건 다 식판 위에 출몰

대한항공 비행기 안에서 바퀴벌레가 잇따라 출몰하고 있다. 대한항공 측은 바퀴벌레 출몰 건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최근 보름 동안 기자에게 바퀴벌레 피해 사실을 제보한 독자만도 4명이다.  
 
제보에 따르면 탑승객 오 모 씨는 지난달 19일 오전 10시 30분 인천공항을 출발해 일본 오카야마 현으로 가는 KE747 비행기 안에서 바퀴벌레를 발견했다. 오 씨는 식사 도중 식판 주위를 기어 다니는 엄지손가락 크기의 바퀴벌레를 보고 기겁했으나 좁은 비행기 안이라 식판을 치울 수도, 자리에서 일어날 수도 없었다고 했다.  
 
또 다른 고객 신 모 씨는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바퀴벌레 때문에 피해를 보았다. 지난달 20일 몰디브 말레에서 인천공항으로 들어오는 KE474편을 탄 신 씨는 식사 도중 식판 위를 돌아다니는 바퀴벌레를 발견했다. 신 씨가 놀라서 세수하고 온 뒤에도 바퀴벌레는 신 씨 자리 주위를 휘젓고 다녔고, 신 씨 옆자리 탑승객이 바퀴벌레를 잡았다.  
 
탑승객 이 모 씨는 식사 도중 음식 안에 있던 바퀴벌레를 보고 깜짝 놀란 경우다. 지난 2월 6일 인천발 런던 행 KE907편에 탑승한 이 씨는 음식 사이에 있던 바퀴벌레를 보자마자 승무원 호출 벨을 눌렀고 승무원은 식판을 통째로 들고 사라졌다. 이 씨는 재차 승무원을 호출해 바퀴벌레 사진을 찍어야 하니 식판을 가져달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승무원은 음식을 곧바로 폐기했기 때문에 식판을 가져올 수 없다고 답했다.  
 
김 모 씨는 지난 2월 17일 태국 방콕에서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들어오던 대한항공 KE654편에서 바퀴벌레를 발견했다. 바퀴벌레는 아침 식사를 하려던 김 씨 부부의 식판을 기어 다녔다. 김 씨의 부인은 식사 때 나눠준 휴지로 바퀴벌레를 잡은 다음 급히 승무원을 불렀다. 승무원은 바퀴벌레를 잡은 휴지를 가지고 사라졌고, 책임 승무원인 사무장이 김 씨 부부를 찾아와 사과했다.  
 
이런 잇따른 기내 바퀴벌레 출몰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평소 기내 방역을 철저히 하고 있어 기내 위생 문제 때문에 바퀴벌레가 나올 가능성은 적다고 설명한다. 인천공항 검역소가 권고하는 방역 주기는 비행기당 한 달에 한 번이지만 대한항공은 한 달에 두 번 방역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손님의 짐이나 옷에 바퀴벌레가 묻어 들어온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라는 게 대한항공 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4건 모두 식사시간에 식판에서 바퀴벌레가 발견된 데에 대해서는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다만 음식 안에서 발견된 경우에 대해서는 식재료에 섞여 있는 벌레를 조리 과정에서 걸러내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대한항공은 검역법도 위반했다. 지난 2016년 메르스 사태 이후 강화돼 2016년 8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새 검역법에 따르면 비행기 안에서 해충을 잡았을 경우 항공사는 인천공항 검역소에 관련 사실을 신고해야 한다. 비행기 착륙 30분 전에 제출하게 돼 있는 ‘항공기 보건상태 신고서’의 3번째 항목에 ”비행 중 해충 구제를 했을 경우 상세히 기록하시오“라고 나와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이 법이 시행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해충 관련 신고를 하지 않았다. 대한항공 측은 ”해충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명확하지 않아 신고하지 않았다“고 해명하지만, 항공 업계에서는 비행 스케줄을 맞추기 위해 대한항공 측에서 일부러 신고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신고할 경우 비행기를 멈추고 그 자리에서 방역한 후 방역 결과를 검역소가 확인한 이후에야 다음 비행을 할 수 있다. 통상 비행기는 간단히 청소한 후 다음 목적지로 운항하는 데 검역 절차를 따르게 되면 비행 스케줄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김진숙 인천공항 검역소 검역2과장은 "법이 시행된 지 1년 반이 지났는데 대한항공 측에서 관련 신고 사실을 몰랐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대한항공 관계자들을 만나 법 위반 사실에 대해 소명하라고 요청했고, 대한항공 전 비행기에 대한 소독 내용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바퀴벌레 피해승객에게 장식용 모형 항공기를 보상으로 주겠다는 내용의 대한항공 답변문.

바퀴벌레 피해승객에게 장식용 모형 항공기를 보상으로 주겠다는 내용의 대한항공 답변문.

바퀴벌레 피해 탑승객들은 대한항공의 고객 응대 방식에 문제가 크다고 입을 모았다. 음식에서 바퀴벌레를 발견한 이 모 씨는 “바퀴벌레 관련 기사가 난 이후 대한항공 측에서 갑자기 연락이 와 상품권 20만원 어치를 줄 테니 더는 문제 제기를 않겠다는 서약을 하라고 해 거절했다”며 “대한항공 측에서 증거를 없애듯 자기들 맘대로 벌레를 치운 후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다가 관련 보도가 나오자 태도를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신혼여행지에서 돌아오다가 바퀴벌레 피해를 본 신 모 씨는 “무성의한 고객 응대에 화가 많이 났지만, 대한항공 측에 아무런 피해보상도 요구하지 않았다”며 “피해 보상을 바라고 불만을 제기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싫어서 보상 얘기를 꺼내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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