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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친절 몸에 밴 '휴봇' 고객 마음 훔치다

 “고객님을 만나 뵙게 돼 반갑습니다. 괜찮으시면 제가 쇼핑을 도와드릴까요?” 상냥한 음성, 부드러운 손동작, 고객과의 눈맞춤 …. 언뜻 보기엔 친절한 점원(사람)의 이야기 같지만 알고 보면 휴머노이드 로봇(인간의 신체와 유사한 모습을 갖춘 로봇)이다. 최근 들어 로봇이 백화점·마트의 어엿한 ‘점원’으로 취업해 하루 24시간 내내 지친 기색 없이 고객을 맞이한다. 또 브랜드를 알리는 ‘에너자이저’ 홍보대사로서의 역량도 탁월하다. 이른바 ‘로봇 점원’ 시대다.
 

점원이 된 로봇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에 구비 된 ‘페퍼’는 고개와 팔을 사람처 럼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에 구비 된 ‘페퍼’는 고개와 팔을 사람처 럼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지난 8일 서울 소공동의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평소와 다름없이 국내외 쇼핑객으로 붐비는 이곳에서 고객을 모시는 새 점원은 다름 아닌 인공지능 기반의 휴머노이드 로봇인 ‘페퍼’(사진1)다. 키 1m2㎝에 사람과 비슷한 모양의 페퍼는 감정 인식이 가능한 세계 최초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로봇 전문기업 소프트뱅크로보틱스가 개발했다. 페퍼는 손가락 관절 마디마디를 접고 펼 때, 고개를 돌리거나 팔을 움직일 때 사람과의 차이를 느끼기 힘들 정도로 자연스럽다.
 
 페퍼는 외국어에도 능통하다. 한국어는 물론 영어·중국어·일본어까지 4개 국어를 섭렵했다. “배고파” “심심해”처럼 비교적 간단한 말에 먹을 곳과 놀 곳을 추천하는 건 페퍼에게 식은 죽 먹기다. “물건 반품할 때 사은품은 어떻게 해?” “상품권 유효기간은 언제까지야?” “유모차 대여하려면 어디로 가야 돼?” “반려동물을 데리고 입장할 수 있어?” 등 비교적 어려운 발음의 질문 30여 가지도 척척 알아듣고 답해준다.
 
 이처럼 로봇이 쇼핑 도우미로 활약한다. 이마트도 9일 페퍼를 서울 성수점에 시범 도입했다. 이곳에서 페퍼는 이달 30일까지 행사 상품을 안내하거나 자주 묻는 질문에 답변한다. 고객이 수입 맥주를 화면에 갖다 대면 상품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도 알려준다.
 
 
과자박물관의 인기 도우미
 
로봇은 고객뿐 아니라 아이의 마음도 훔쳤다. 롯데제과는 지난달 16일 서울 양평동 사옥 로비에 국내 최초의 인공지능 맞춤형 캐릭터 로봇인 ‘쵸니봇’(사진2)과 안내 로봇 ‘스윗봇’(페퍼)을 선보였다. 롯데제과 과자박물관인 ‘스위트 팩토리’에 견학 온 아이들에게 과자를 나눠 줄 때 쵸니봇이 ‘짠~’하고 등장한다. 롯데제과 제품인 ‘스크류바’ ‘롯데껌’ ‘칸쵸’의 CM송에 맞춰 쵸니봇이 춤추면 아이들도 따라 한다. 쵸니봇은 국내에선 보기 드문 맞춤형 로봇이다.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칸초의 캐릭터 ‘쵸니’를 로봇으로 섬세하게 구현한 것. 제작에만 5개월이 걸렸다.
 
 “어서 와. 나는 스윗봇이라고 해.” 쵸니봇의 친구 스윗봇이 건네는 인사다. 키 작고 앙증맞은 쵸니봇이 아이에게 인기 있다면 키 큰 스윗봇은 롯데제과를 처음 방문한 어른이 즐겨 찾는다. 스윗봇은 롯데제과 사옥 내 이곳저곳을 친절히 설명한다. 사용자가 원하면 1층의 편의점, 스위트 팩토리 등을 이동하며 방문객에게 길을 직접 안내한다. 롯데제과의 대표 장수 브랜드인 ‘가나’ ‘빼빼로’ ‘꼬깔콘’ ‘월드콘’의 연도별 디자인과 옛날 광고도 보여줘 제품의 소소한 역사를 알 수 있다. 롯데제과 AI-TF팀 김유라 책임은 “하루에 이곳을 다녀가는 어린이 150~200명이 쵸니봇·스윗봇 주변을 빼곡히 에워쌀 정도”라고 말했다.
 
 매장에서 고객을 응대하며 결제까지 거뜬히 해내는 로봇도 등장했다. 한국암웨이가 지난달 5일 경기도 분당 암웨이브랜드센터에 설치한 고객 응대 로봇 ‘드리미’(사진3)다. 이곳에서 고객 응대, 매장 소개, 간편 결제 등 ‘열일’하는 드리미는 한국암웨이가 추진하는 디지털 강화 전략의 첫 모델이다. ‘드리미’는 기본 메뉴 외에도 고객이 자주하는 질문에 술술 답한다. ‘댄스 퍼포먼스’ ‘엄마랑 아이랑 채소놀이’ ‘어린이 건강 놀이터’ 등 엔터테인먼트 기능도 탑재했다.
 
 
웬만한 질문엔 답변 술술
 
때로는 로봇이 사람의 마음을 달래준다. 가천대 길병원이 지난해 9월 국내 의료계 최초로 도입한 페퍼는 본관과 인공지능 암센터에서 환자 및 보호자의 친구가 돼준다. 페퍼가 재미있는 포즈로 환자와 사진을 찍어주고 환자의 표정·얼굴을 분석해 나이를 추정하는 기능이 인기다. 이 병원에선 향후 무균실처럼 일반인이 접근하기 힘든 병실에 환자의 말동무로 페퍼를 배치할 예정이다. 내년엔 길병원 건강검진센터에 채팅형 로봇 ‘챗봇’을 설치하는 것이 목표다. 이 병원의 김영보 신경외과 교수는 “의학 콘텐트는 방대하지만 건강검진을 할 때 궁금해하는 콘텐트는 10개 내외로 압축된다”며 “챗봇 프로그램이 완성되면 수검자가 대기실에서 건강검진을 기다리는 동안 챗봇과 간단한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가령 수검자가 “어떤 검진을 받게 되나요?”라고 물으면 챗봇이 “안저 촬영을 받게 됩니다”며 응대하고 다시 수검자가 “안저 촬영 왜 받나요?”라고 물으면 그 이유를 답해주는 방식이다.
 
 로봇은 은행 업무도 척척 해낸다. 우리은행이 한화금융센터 등 3개소에 비치한 페퍼는 창구·이벤트 안내, 상품 추천 같은 일을 한다. 은행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긴 고객이나 어린 자녀에게 인기 있다. 책을 고를 때도 로봇이 선택 범위를 좁혀준다. 교보문고 합정점은 서점 업계 최초로 페퍼를 선보였다. 서비스 이용 안내, 앱 소개, 도서 추천(연령대별, 베스트셀러, 신간 추천), 얼굴 인식 기능을 탑재했다.
 
 페퍼로 대표되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거나 반대로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하는 기술을 접목해 “안녕” “너 누구니?” 등의 말을 걸면 그에 맞게 대답한다. 하지만 개선할 점도 있다. 사용 도중 에러가 나 작동이 멈추기도 하고, 주변이 시끄러울 때 사람의 목소리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 또 전원을 끄고 켤 땐 2~3분 기다려야 작동한다. 특히 페퍼의 경우 부서지거나 고장 나면 일본이나 중국으로 보내야만 한다. 따라서 국내에서 수리할 수 있는 등 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클라우드에 데이터를 차곡차곡 쌓고 스스로 학습하며 대화 범위를 확장시킨다. 마치 경험 많은 사람이 노련하듯 로봇이 사용자와 대화를 많이 할수록 질문에 더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다. 고객을 맞이하는 로봇 점원이 똑똑해지고 있다.
 
글=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김동하, 롯데제과·한국암웨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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