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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인공지능은 얼마나 사람에 공감하는지로 성패 갈릴 것”

한 고객이 쇼핑몰의 챗봇(메신저에서 일상 언어로 대화할 수 있는 채팅로봇 프로그램)에 묻는다.  
“데이트할 때 신으려고 3일 전에 주문한 신발을 아직도 받지 못했어. 언제 배송되는 거야.”  
인공지능(AI)이 빠르게 빅데이터를 분석해서 대답한다.  
“네, 고객님. 2일 안에 배송 완료 예정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감성을 이해하는 '공감형' 인공지능은 이렇게 대답한다.
“새 신발을 신고 나갈 기대감이 크셨을 텐데 죄송합니다, 고객님. 담당 택배 기사가 몸살이 나서 하루 결근을 해 일정이 지연됐습니다. 주말에 신고 외출하실 수 있게 2일 안에 배송 완료하겠습니다.”
 
같은 내용이지만 다른 방식의 대답에 대한 고객의 반응은 어떨까. 아마 첫 번째 대답을 들은 고객은 좋지 않은 기억만 남긴 채 해당 쇼핑몰을 다시 이용하지 않을지 모른다. 두 번째 대답을 들은 고객은 배송 지연 이유를 이해하고, 언짢은 마음이 풀려 다시 쇼핑에 나설 수 있다.  
 
이처럼 인간의 감성에 특화된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인 ‘아크릴’의 박외진 대표(46)가 주목한 것은 이 부분이다. 1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아크릴 본사에서 만난 박 대표는 “감성에는 인간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다”며 “감성을 정보로 활용하면 인공지능과 인간이 더 자연스럽고 풍부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아크릴 지분 10% 10억에 사들여
 
2011년 설립된 아크릴은 감성 인식 분야에서 기술력으로 보유하고 있는 업체다. 2013년 감성인식엔진(AIE)을 개발했고, 2016년 공감형 인공지능인 ‘조나단’을 출시했다. 조나단과 관련된 특허출원만 11건이다. 2012년 중소기업청 디지털 경영혁신 대상 최우수상을 받은 후 산업통상자원부‧미래창조과학부‧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등 정부 각 부처와 기술협약을 맺었다. 
공감형 인공지능 스타트업 '아크릴' 박외진 대표.

공감형 인공지능 스타트업 '아크릴' 박외진 대표.

박 대표는 “현재 인공지능은 단순한 지식 전달의 역할만 하지만 공감형 인공지능은 질문자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그에 맞춘 대답을 한다”며 “앞으로 인공지능 시장에서 승자는 얼마나 인간에 공감하느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도 이 부분을 주목했다. 최근 아크릴의 지분 10%를 10억원에 취득하고, 조나단을 로봇에 적용할 계획이다. LG전자는 미래 먹거리로 로봇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안내 로봇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 인천국제공항에서 방문객을 대상으로 각 게이트의 위치를 알려주거나 편의시설 위치를 안내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박 대표는 “공감형 인공지능이 적용된 로봇은 방향 외에 ‘가족 여행 가시나 봐요, 즐거운 여행 되세요’ 같은 말을 할 수 있다”며 “다른 로봇과 확실한 차별화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이스트(KAIST)에서 전산학 학‧석‧박사 학위를 받은 박 대표는 창업 전까지 연구개발(R&D)만 했다. 함께 창업에 나선 4명의 동료도 모두 카이스트 출신의 연구원들이다. 정보 추출‧검색 등을 연구하던 박 대표는 ‘감성 컴퓨팅’에 흥미를 느꼈다. 감성 컴퓨팅은 인간의 감성을 인지‧해석‧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장치 설계에 관련된 인공지능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분야다. 
 
인간의 감성을 과학적으로 분석해서 제품 개발이나 설계에 반영하는 것이 감성공학이라면 인간의 감성을 이해하는 기기(시스템)가 인간과 어떻게 의사소통을 할 것인지 연구하는 분야가 감성 컴퓨팅이다. 미국에선 1990년대부터 연구가 시작됐다. 
 
박 대표는 “선진국에는 이미 감성 컴퓨팅이 발달했는데 우리가 창업했던 2011년까지도 국내는 불모지였다”며 “창업자가 모두 연구만 했던 사람들이라 개발한 기술을 어떻게 응용할 수 있는지 알리는 것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공감형 인공지능 스타트업 '아크릴' 박외진 대표.

공감형 인공지능 스타트업 '아크릴' 박외진 대표.

조나단은 인간의 감성을 34가지로 분류해서 파악한다. 인터뷰 도중 조나단에게 ‘춥고, 배고프고, 졸린 데 돈이 없다’는 문장을 제공하니 ‘짜증 나고, 싫고, 지루한 감정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성별은 여성(59%)이고, 연령대는 30대(80%)라는 정확한 결과를 내놨다. 
 
박 대표는 “인간의 감정은 표정‧목소리‧몸짓 등 생리적 신호를 통해서 표출되는데 텍스트에도 이런 정보가 담겨 있다”며 “이 정보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가 4차 산업 시대 모든 산업에 있어 중요한 차별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문장만 들어도 기분·성별·나이 파악
 
공감형 인공지능의 적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예컨대 대선 후보가 연설하면서 어떤 말을 할 때 가장 열정적이었고, 어떤 말을 할 때 자신감이 없었는지를 파악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재된 글이나 댓글을 분석해서 특정 주제에 대한 여론을 분석할 수 있고, 특정 광고를 본 사람의 반응을 측정해서 마케팅 정보로 활용할 수 있다.  
 
현재 조나단은 기업의 부실 징후를 예측하는 시스템 구축, 금융업체 콜센터 상담 내용 분석 등에 적용됐다. 
박 대표는 “콜센터에 전화한 고객의 의도나 의미를 파악해서 정보화하고 있다”며 “사투리나 비문, 통신체 등을 인지하는 능력도 스마트 가전 등에 적용 단계”라고 말했다.  
 
국내 스타트업 투자 구조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아직 가능성보다 당장 드러나는 숫자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정부에게 관심을 가진 분야라 지원을 많이 받은 편이지만, 국내 창업 환경이 스타트업이 자생하기 어려운 구조인 것이 사실"이라며 "자생적인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는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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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