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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비트 '유령거래' 의심하는 검찰…사기죄 성립할까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압수수색
검찰이 지난 10~11일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를 압수수색하며 적용한 혐의인 ‘유령 장부거래’를 거래소 측의 사기행위로 볼 수 있을까. 검찰은 업비트가 실제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지 않음에도 장부상으로만 거래가 이뤄진 것처럼 투자자를 속였다고 의심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 장대정)는 이틀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업비트 본사에 수사관 10여명을 보태 전산 시스템 기록과 회계 장부 등을 확보했다.
 
업비트의 장부거래 의혹은 지난해 말부터 제기됐다. 업비트에서 거래되는 암호화폐 중 전자지갑을 지원하지 않는 코인의 숫자가 많아서 생긴 일이었다. 현재 업비트에서 거래되는 130여개의 암호화폐 중 40여개는 전자지갑을 지원하지 않는다. 전자지갑이 없을 경우 다른 거래소로 암호화폐를 옮기거나 입·출금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업비트가 내부 장부에만 허위로 거래사실을 기재하는 장부거래를 하기 위해 일부러 전자지갑을 지원하지 않는단 의혹이 제기됐다. 
 
"원장 확인 결과 장부거래는 없다" 
업비트는 검찰의 강제수사에 대해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라는 입장이다. 업비트는 지난해 10월 문을 연 이후 단 한 차례도 실제 보유하고 있지 않은 암호화폐를 매매한 적이 없고, 고객들의 암호화폐 구입대금을 빼돌린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특히 지난해 12월엔 암호화폐 거래를 일시적으로 중단시킨 뒤 거래소 내부 원장에 기재된 코인과 실제 거래된 코인 사이에 차액이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까지 거쳤다고 한다.
 
암호화폐 전문가들 사이에선 해외 거래소와 제휴를 맺어 시스템을 연동하는 업비트의 매매 시스템에 대한 이해 부족이 장부 거래 의혹으로 번졌다고 보고 있다. 현재 업비트는 미국 암호화폐 거래사이트인 비트렉스와 독점 제휴를 맺고 있다. 원화로 거래되는 암호화폐는 업비트에서 직접 관리하고,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고객들이 보유하고 있는 가상화페를 통해 다른 가상화폐를 구입하는 경우엔 업비트의 책임 하에 비트렉스를 통해 거래가 이뤄지는 구조다.  
 
한 암호화폐 거래소 대표는 “원화마켓을 제외한 다른 3개의 마켓에서 이뤄지는 거래와 관련 업비트는 비트렉스를 통해 고객들이 거래할 수 있도록 ‘중개’ 하는 역할에 그친다. 합법적인 장부상 거래인데 검찰에서는 왜 실제 보유하고 있지도 않은 암호화폐를 판매하냐고 오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부거래' 사기죄로 처벌 가능한가 
만일 업비트가 원화로 거래되는 암호화폐까지도 장부상 유령거래를 한 정황이 발견돼도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실제 보유하고 있지 않은 암호화폐를 거래소 고객들에게 매수·매도했다 해도 현재로선 아무런 피해자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업비트의 장부거래와 관련 검찰이 사기죄의 핵심 구성요건 중 하나인 ‘손해의 발생’을 입증할 수 없다는 의미다.
 
구태언 테크앤로 변호사는 “장부거래가 발생했다고 해도 나중에 고객이 언제든 암호화폐를 현금화할 수 있도록 보장해준다면 고객 입장에선 아무런 피해가 없는 것이고 사기죄의 성립 여부에도 의문이 있다”며 “거래소가 시세를 조종하기 위해 장부거래를 했다 해도 이 거래를 통해 거래차익을 본 고객이 있고 손실을 본 고객이 있기 때문에 그 자체로 손해를 끼쳤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장부거래 통한 취득한 수수료는 범죄수익일까 
암호화폐의 성격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현행법을 적용해 처벌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일단 금융위원회에선 지난해 “암호화폐는 통화도, 화폐도, 금융통화상품도 아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금융위 해석대로라면 암호화폐는 금융통화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자본시장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정부에서 암호화폐를 제도권 밖으로 밀어낸 상태에서 제도권 내의 법을 적용해 처벌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은 업비트가 장부거래를 통해 취득한 수수료도 범죄수익으로 보고 있다. 지난 1월 유진투자증권 정호윤 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업비트의 일평균 수수료 수익은 35억5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업비트의 일 평균 거래대금 7조원에 원화마켓 수수료율(0.139%)를 적용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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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장부거래의 위법성 자체에 대한 법적 해석이 나와야 수수료를 범죄수익으로 볼 수 있을지도 결정된다는 입장이다. 블록체인협회 관계자는 “장부거래 자체에 대해서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는데, 장부거래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수수료 수익을 범죄수익으로 보는 것은 지나치게 수사 편의적인 발상”이라며 “정부에선 그간 암호화폐를 인정하지 않으려 제도권 밖으로 계속 밀어내기만 했는데, 이제 와서 제도권 내의 현행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처벌하려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비트가 미국 거래소인 비트렉스와 서버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국내 자금 유출과 관련한 대비책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금 세탁이나 재산 국외도피 등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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