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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에 가리고 김정은ㆍ트럼프에 덮인, 별무관심 지방선거

13일은 지방자치의 근간인 6ㆍ13 지방선거가 꼭 한 달 남은 날이었다. 그러나 시민들의 일상에서 선거는 아무런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다. 한창 갑론을박을 벌일 정치권에서도 선거 열기가 뜨뜻미지근하긴 마찬가지다.
 
여야 지도부는 이날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현역 의원 네 명의 의원직 사퇴를 위한 본회의 개최 문제로 힘겨루기를 벌일 뿐, 선거 관련해 별다른 얘기를 주고 받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의 새 원내 사령탑이 된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첫 기자간담회에서 “내일(14일) 본회의에서 네 명의 사퇴서를 처리할 것”이란 말 외에 지방선거 관련 언급은 하지 않았다.
 
사실 이번 선거는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기댄 민주당과 ‘드루킹 특검’에 올인 하다시피 한 제1야당 자유한국당이 대결하는 구도로 치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1년 남짓이어서 선거가 중간평가 성격을 갖기도 애매하다. 2010년 지방선거를 달구었던 ‘3무(무상급식-의료-보육) 1반(반값 등록금)’ 등 대형 정책 이슈도 찾아보기 어렵다. 선거일을 한 달 앞뒀지만 각 당의 정책공약집도 안 나왔다.
 
여기에 북한을 둘러싼 미증유의 외교안보 환경이 선거 관심끌기에 찬물을 퍼부었다. 4ㆍ27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최근 북ㆍ미 정상회담의 날짜도 선거 바로 전날인 6월 12일로 확정됐다. 북ㆍ미 회담과 지방선거라는 대형 이벤트가 엇비슷한 날짜를 향해 평행선으로 달리는 모양새인데, 파괴력과 화제성 모두 지방선거가 밀린다.
 
자유한국당 남경필(왼쪽) 경기지사 후보와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지방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적은 가운데, 두 후보는 민주당 소속의 유력 경쟁자들인 이재명 경기지사 후보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개별 공격으로 이슈화를 꾀하고 있다. 뉴스1

자유한국당 남경필(왼쪽) 경기지사 후보와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지방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적은 가운데, 두 후보는 민주당 소속의 유력 경쟁자들인 이재명 경기지사 후보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개별 공격으로 이슈화를 꾀하고 있다. 뉴스1

이렇게 되니 몸이 달아오른 이들은 야당 후보들이다. ‘당 대(對) 당’의 구도가 작동이 안 되고 이른바 고공전 효과가 먹히지 않으면서 후보 개개인의 각개 격파로 방향을 트는 모양새다. 한국당의 남경필 경기지사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이재명 경기지사 후보가 친형과 형수에게 한 욕설이 담긴 음성 파일을 언급하며 ”그 파일 내용은 인간성 말살, 여성에 대한 폭력, 권력 갑질의 전형으로 민주당은 후보를 당장 교체하라“고 주장했다.
 
서울 사정도 닮은꼴이다. ‘차기’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민주당 박원순,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가 직접 나섰지만 별다른 이슈가 못 되고 있다. 안 후보는 이날 서울시 권역별 개발 계획을 발표하면서 ”박원순 시장은 창업의 본질을 모른다. 박원순의 페인트칠과 환경미화가 아니라 안철수의 4차 산업과 창업을 통해 서울이 살아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권자들이) 북핵 폐기 관련에 관심이 쏠려있지만, 서울을 살릴 비전을 꾸준히 내놓고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6ㆍ13 지방선거의 민주당 후보들인 이재명 경기지사 후보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연합뉴스]

6ㆍ13 지방선거의 민주당 후보들인 이재명 경기지사 후보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연합뉴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여당 후보들은 사실상 무대응 전략을 펼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아예 민주당 박영선ㆍ우상호 의원과 치렀던 당내 경선을 위해 꾸렸던 선거 캠프를 해체한 상태다. 14일 예비후보로 등록할 예정인데, 시장 권한 정지 전 마지막 일정도 정치적 행보를 배제하고 민생 안전 점검을 위한 서울의료원 방문으로 정했다.
 
이재명 후보 측도 남 후보가 언급한 파일에 대해 별다른 대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2012년 처음 알려진 이 녹취 파일은 선거 때마다 이 후보를 공격하는 수단이 돼왔다. 대법원은 당사자 동의 없이 해당 파일을 녹취했다며 2016년 5월 공개금지 가처분 판결을 내렸다.
 
과거 같았으면 난국 타개책으로 후보 단일화 논의가 일었을 법하다. 그러나 이번엔 ‘보수 적자’ 경쟁을 벌이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다툼이 격화돼 야권 연대는 일찌감치 물 건너간 상태다. 한국당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는 안철수 후보를 겨냥해 ”단일화하려면 안철수와 박원순이 해야 맞다. 7년 전 박원순 시장을 만든 산파가 벤처 신화 안철수“라고 못 박았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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