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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칸영화제] '공작' "박근혜 정권 블랙리스트 피하려고…"

11일(현지시간) 제71회 칸영화제를 찾은 '공작' 윤종빈 감독과 주연배우 주지훈, 황정민, 이성민이 취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CJ E&M]

11일(현지시간) 제71회 칸영화제를 찾은 '공작' 윤종빈 감독과 주연배우 주지훈, 황정민, 이성민이 취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CJ E&M]

“레드카펫에서 되게 신났다. 칸영화제가 유서 깊은 축제여서인지 영화를 아주 깊게 존중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감격적이고 쑥스럽기도 했다.” 
올해 미드나잇 스크리닝 초청작 ‘공작’으로 제70회 칸영화제를 첫 방문한 배우 주지훈(36)의 말. 공식 행사로만 채워진 3박4일의 쏜살같은 일정이었다. 그러나 12일(현지시간) 한국 취재진 앞에 나선 ‘공작’의 네 남자는 피로감조차 즐기는 눈치였다.  
전날 공식 상영 후 눈시울을 붉혔던 배우 이성민(50)은 “어제 영화를 처음 보곤 엔딩에서 울컥했다”면서 “레드카펫 이런 것도 불편하고 너무 멀어서 어떻게 오나 했는데 잘 왔다 싶었다”고 돌이켰다.  
연출을 맡은 윤종빈(39) 감독은 장편 데뷔작 ‘용서받지 못한 자’로 처음 칸영화제에 초청됐던 12년 전을 떠올렸다. “공교롭게도 그때 제가 비행기를 처음 타곤 폐소 공포증이 있는 걸 처음 알았는데 이번에도 아니나 다를까 공황이 왔다. 11일 새벽 도착하자마자 새벽 4시에 상영관 기술리허설까지 했다. 공식 상영 땐 컨디션이 굉장히 안 좋았는데, 기립박수에 기분 좋게 놀랐다.” 칸영화제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이 상영 후 “다음번엔 경쟁부문”이라 말한 것엔 “의례적인 얘긴 줄 알았는데 빈말 않는 분이라더라. 근데 다음번 돼봐야 아는 거죠”라며 웃었다.  
영화 '공작' 미드나잇 스크리닝 레드카펫에서 감독과 배우가 마중나온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일간스포츠]

영화 '공작' 미드나잇 스크리닝 레드카펫에서 감독과 배우가 마중나온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일간스포츠]

‘공작’은 1990년대 대북 사업가로 위장해 북한 핵 개발을 파헤쳤던 대북 공작원 ‘흑금성’ 박석영(황정민 분)의 실화를 10년간 뒤엉킨 남북한 정세 속에 풀어낸 첩보극. 지난달 세계 이목이 집중된 남북정상회담과 영화 공개 시점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갈린 외신도 “시의적절한 첩보물”이란 데 이견이 없었다. 남북 정상이 단둘이 다리를 건너며 대화하던 모습은 극중 흑금성이 북한 고위간부 리명운(이성민 분)과 빚어낸 장면과 거의 같다. 윤종빈 감독과 배우들은 인터뷰 내내 “신기했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영화는 실제 흑금성으로 불렸던 안기부 출신 박채서씨의 수기가 토대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던 당시 사건을 접한 윤종빈 감독이 그에게 직접 수기를 써달라고 부탁했다. “수기의 묘사가 굉장히 자세해서 사실 확인이 불가능한 것들을 덜어내는 위주로 각색했다. 극중 거의 모든 캐릭터에 실존인물이 있다고 보면 된다. 결국 하고자 한 건 스파이의 정체성 얘기였다. 적이라 믿었던 사람이 동지였고 아군이 적인 걸 알게 되는. ”
지난해 북핵 문제가 위태로울 때 제작에 돌입한 터. 윤종빈 감독은 “박근혜 정권 때였고 영화계 블랙리스트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면서 “처음 제목은 ‘흑금성’이었는데 이게 알려지면 왠지 안 좋은 게 들어올 것 같아 일단 가제로 정한 제목이 ‘공작’이다. 쓰다보니 괜찮아서 정식 제목이 됐다”고 했다.  
영화 '공작' 한 장면. [사진 CJ E&M]

영화 '공작' 한 장면. [사진 CJ E&M]

영화는 총탄이 빗발치는 액션보단 서로 속고 속이는 이들의 말에 감춰진 모종의 의도가 날카롭게 긴장을 고조하는 심리 스릴러를 꾀했다. 이성민은 “극단적인 밀도와 긴장감을 유지하며 대화한다는 게 상상 초월하게 힘들었다”면서 “숨 한 번 쉬기도 힘들었다. NG를 정말 많이 냈고 배우로서 정체성까지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흑금성을 의심하는 북한 고관 정무택 역을 맡은 주지훈은 “담이 올 정도였다”고 했다. 황정민(48)은 촬영 전 만난 박채서씨의 ‘눈’을 내내 생각했다. “만나서 어떤 말은 못 들었는데, 대단히 기운이 셌다. 눈을 읽을 수가 없더라. 수십 년간 해온 직업으로 가진 에너지가 있었다. 제가 그런 눈이 필요했다.”
작품이 갖는 의미에 대해 주지훈은 “돌아가신 친할아버지가 이산가족이셔서 어릴 적부터 막연히 그 슬픔을 피부로 느꼈다”면서 “이념 때문에 갈라져 있던 이들이 각자의 신념을 위해 만나 결국 사람 대 사람으로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가 제겐 크게 다가왔다”고 했다. 황정민은 “진정한 사람과 사람의 관계엔 이데올로기 같은 게 필요 없다는 걸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공식 일정을 마친 ‘공작’ 팀은 13일 한국으로 출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는 올여름께 국내 개봉한다.  
칸영화제 첫 공개
한편, 이날 오전 프레스 상영 이후 나온 외신 리뷰는 다소 갈렸다. 가장 호평한 미국 영화 매체 ‘스크린’은 “이 영화에 오가는 말들은 총알보다 더 아프게 박힌다”면서 “단단한 지성으로 빚어낸 뛰어난 첩보물”이라 칭찬했다. 반면 영국 대중문화 매체 ‘업커밍’은 별 다섯 개 만점에 두 개에 그쳤다. 이 매체는 영화가 “과장됐지만 지루하고 설명적이지만 의미는 불분명하다”면서 “김정일 등장 신 등은 재미를 주지만 진부하고 관습적인 장면들이 영화의 모든 장점을 상쇄한다”고 꼬집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다섯 개 만점에 세 개라는 무난한 별점을 매겼다.  
미국 매체 ‘할리우드리포터’는 “첩보물보단 잘 만든 정치 폭로극”이라고 전반적으로 호평했지만 복잡한 시대 배경이 소개되는 초반부는 “해외 관객에겐 누가 누구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몰라 혼란스럽다”고 했다.  
중반으로 접어드는 칸영화제에서 한국영화론 경쟁부문 진출작 ‘버닝’이 16일 공식 상영을 앞두고 있다. 제71회 칸영화제는 19일까지 개최된다.  
‘공작’ 김정일 역할, 이효리 역할 캐스팅 비화

영화엔 캐스팅에 우여곡절을 겪은 캐릭터가 둘 있다. 첫째론 주요 장면에서 깜짝 등장하는 가수 이효리다. 윤종빈 감독은 “처음엔 단순한 카메오인 줄 알고 출연하겠다고 했다가 본인 역할인 걸 듣곤 부담스러워 하더라”면서 “이효리 닮은 사람을 캐스팅할 순 없어 ‘살려 달라’ 부탁하는 편지를 썼다”고 했다. 두 번째는 북한 최고지도자였던 김정일이다. 외신에서도 흥미롭게 주목할 만큼, 할리우드 특수분장팀에 의뢰해 감쪽같이 실제 외모를 재현했다. 역할을 맡은 배우는 기주봉. 윤종빈 감독은 “할리우드팀에 세 명의 배우 후보 사진을 보내고 실제 김정일과 가장 똑같이 분장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냐고 했더니 기주봉 선배님을 말하더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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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프랑스)=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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