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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이 관객을 사로잡는 목소리 스타…‘레오나르도 디캐프리오’ 성우 강수진, ‘스칼렛 요한슨’ 소연 인터뷰

얼굴은 몰라도 목소리만 들으면 누군지 알 수 있다. 누군가는 애니메이션 ‘원피스’ 속의 ‘루피’와 ‘겨울왕국’의 ‘엘사’를 떠올린다. 중장년층에게는 ‘레오나르도 디캐프리오’와 ‘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로 더 유명하다. 국내 정상급 성우라 불리는 강수진(53)씨와 소연(45·본명:안소연)씨의 얘기다.
 
두 성우는 1988년과 1999년 KBS 공채로 시작했다. 각자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맡은 배역은 수백 개에 달한다. 어느 한 가지를 대표작이라고 말하기 무색할 정도다. 일부 팬들은 강수진 성우를 두고 영원히 늙지 않는 ‘소년의 목소리’라고 부른다. ‘원피스’와 ‘명탐정 코난’ 등 유독 주인공 역할이 많아서다. 반면 소연 성우는 게임 ‘스타크래프트’와 애니메이션 ‘터닝메카드’ 등 장르를 불문하며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광역대 성우’로 꼽힌다. 
 
최근 젊은 세대들에게 가장 익숙한 두 성우를 지난 14일 서울 상암동의 더빙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인터뷰에 앞서 직접 그동안 맡은 배역을 짧게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다. 강수진 성우는 ‘어느 것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들과 나눈 이야기는 출연작과 연기관에서 시작해 전담 성우, 성우 채용 문제 등으로 확장됐다
 
Q.가장 기억에 남는 배역은 무엇인가.
강수진(이하:강)= 성우들은 의미에 따라 기억나는 작품이 달라진다. 사실 데뷔작은 기억도 안 난다. 그중 KBS에서 70~90년대까지 방송한 '즐거운 우리 집'이라는 라디오 드라마가 있다. 내가 어렸을 때 등굣길에 듣던 작품이라 특별하다. 이후 수많은 애니메이션에서는 어린 주인공 역할을 맡게 해준 작품이기도 하다. 애니메이션 ‘알라딘’, ‘란마 1/2’, ‘이누야샤’, ‘원피스’도 내 이름을 알린 작품이라 애착이 간다. 특히 외화 더빙에서는 전담을 맡았던 ‘레오나르도 디캐프리오’의 목소리를 가장 마음에 두고 있다.
 
 올해로 데뷔 30년을 맞은 강수진 성우가 애니메이션 '원피스' 더빙 작업을 위해 녹음실에 들어섰다. 최규진 기자

올해로 데뷔 30년을 맞은 강수진 성우가 애니메이션 '원피스' 더빙 작업을 위해 녹음실에 들어섰다. 최규진 기자

소연(이하:소)= 게임에서는 ‘스타크래프트’의 ‘캐리건’이 기억에 남는다. 그런 인지도 있는 작품에서 파란만장한 여주인공 캐릭터를 연기한 게 영광이라 생각한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지금 하는 '원피스'의 ‘니코 로빈’은 15년 이상 함께 하는 작품이라 매우 특별하다. 1000만 관객을 넘었던 ‘겨울왕국’의 ‘엘사’도 기억에 남는다. 모든 성우들은 하나의 캐릭터로 인지도를 쌓는 꿈이있다. 특히 국산 창작 애니메이션인 ‘터닝메카드’는 내 목소리가 '원조'라는 점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후배들에게도 매우 뿌듯했던 기억이다.
 
올해로 데뷔 19년을 맞은 소연 성우는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엘사 역할로도 유명하다. 최규진 기자

올해로 데뷔 19년을 맞은 소연 성우는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엘사 역할로도 유명하다. 최규진 기자



Q. 이른바 ‘전담 성우’로도 유명한데 소감은?
강= 많은 분이 디캐프리오 전담 성우로 기억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드린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평가를 오래 담아 두지는 않는다. 어떤 배역에 대한 평가는 팬들의 영역에 남겨두기로 했다. 사실 성우들은 시리즈가 바뀌면서 출연진 교체가 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방송사나 배급사 간의 경쟁 구도나 제작비 문제 때문이다. 예를 들어, 최근 애니메이션 '루팡 3세' 같은 경우엔 10여년 만에 부활한 시리즈다. 초기 출연진을 그대로 캐스팅하면 몸값이 비싸서 못 한다. 연기자로썬 내 캐릭터를 잃어버리게 되니까 안타깝다. 본의 아니게 후배 연기자가 비교당하는 것도 문제다.
강수진 성우는 영화 '타이타닉', '길버트 그레이프', '로미오와 줄리엣'등을 통해 레오나르도 디캐프리오 전담 배우로 자리잡았다. [사진=중앙포토]

강수진 성우는 영화 '타이타닉', '길버트 그레이프', '로미오와 줄리엣'등을 통해 레오나르도 디캐프리오 전담 배우로 자리잡았다. [사진=중앙포토]

 
소= 어떤 일이건 바뀌었을 때 뒤에 맡는 사람이 부담스럽다. 실제로 나도 20여년 만에 '말괄량이 삐삐'를 재더빙할 때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다. 과거 시청자들은 이미 머릿속에 삐삐의 목소리가 있다. 어떻게 내가 연기를 하던지 새로울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어느 정도 과거의 느낌을 동시에 내려고 노력했다. 반대로 둘리같이 시청자의 인식이 강한 캐릭터 목소리가 바뀌었을 때는 항의가 일어나기도 한다. 새로운 후배 성우가 시청자들에게 어떤 인식을 만들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나도 ‘스칼렛 요한슨’ 역할을 전담하면서 ‘잘 어울린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에는 너무나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스칼렛 요한슨' 로 유명한 소연 성우는 최근 개봉한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에서도 전담 성우로 더빙에 참여했다. [사진=중앙포토]

'스칼렛 요한슨' 로 유명한 소연 성우는 최근 개봉한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에서도 전담 성우로 더빙에 참여했다. [사진=중앙포토]

  
Q. 지상파 더빙이 줄어드는 데에 아쉬움은?
 
소=사실 더빙이 줄어든 건 방송환경 변화에 따른 부분이 크다. 외화를 볼수 있는 채널 자체가 늘어났다. 영화 자체에 대한 접근성이 쉬워지다 보니 지상파 외화시청률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성우들의 이야기는 지상파 방송사에서 과거처럼 영화가 많아져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지상파 공영방송으로 거둬들인 수신료를 다양한 분야 접근권 보장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강=지상파 외화 더빙은 1/3 정도 줄지 않았을까 싶다. 지상파 방송 중에서 적어도 공영방송이라면 자막으로 볼지 원어로 볼지 선택권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시각 장애인이나 취약계층도 영화를 즐길수 있는 보편적 접근권 인정해야 할 책무가 있다. 공영방송 뿐 아니라 어린이 채널 공익성 프로그램 자막 작업 뿐 아니라 더빙을 제도화하면 어떨까 한다.
 
Q. 최근에는 유명 연예인이 더빙을 맡는 경우도 많다.
 
강= 성우가 아닌 누구든지 더빙 활동하는 것에 대해서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제대로 된 연기자적 소양을 갖춘 사람이길 바란다. 연기를 큰 나무라고 하면 성우는 하나의 가지일 뿐이다. 서로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 수 있는 거다. 그러나 트레이닝이 부족한 사람이 무분별하게 참여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시청자들이 더빙에 대한 안좋은 인식을 가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든다.
 
소=과거 극장용 수입 애니메이션에서 오디션을 통과한 적이 있다. 그런데 막상 녹음을 앞두고 해당 배역이 연예인으로 바뀌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제작사에서도 흥행을 위해 서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평가는 결국 시청자와 관객의 몫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수입 애니메이션 흥행 순위를 보면 연예인을 기용한 작품이 많지 않다. 바꿔 말하면 그냥 작품 자체에 자신이 있으면 연예인 쓸 필요도 없다는 거 아닐까.
 
지난해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이름은'의 경우 의 한국어 더빙판이 '연예인 마케팅' 논란에 휩싸이면서 전문 성우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사진=메가박스 플러스엠]

지난해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이름은'의 경우 의 한국어 더빙판이 '연예인 마케팅' 논란에 휩싸이면서 전문 성우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사진=메가박스 플러스엠]



Q. 성우를 꿈꾸는 지망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강=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게 너무 안타깝다. 지망생은 점점 더 많아지고 쌓이는데 시장의 변화가 빠르지 않다. 그래서 늘 원론적인 얘기밖에 못 한다. '꿈을 쉽게 잃지 말라'는 얘기다. 다만 냉정한 현실 인식하고 준비해야 한다. 어린 지망생에게 건네고 싶은 조언은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분야에만 머물면 안 된다는 얘기다. 성우 이전에 배우란 무엇인지 연기 세계를 탄탄히 만드는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소= 나도 7번의 도전 끝에 합격한 7전 8기의 대표 주자다. 그런데도 성우 공채는 워낙 문이 좁다 보니까 합격을 하는 사람들보다 떨어지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도 성우는 직업 만족도 조사를 하면 항상 상위권을 차지한다. 이 일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기 때문이다. 한두 번 실패한다고 해서 좌절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는다면 반드시 후배로 만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지난달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한 성우 아카데미의 실습 현장. 최규진 기자

지난달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한 성우 아카데미의 실습 현장. 최규진 기자

Q. 성우 팬들에게 보내고 싶은 메시지
소= 내가 연기하는 목소리만 모아 놓은 동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매우 감사드린다. 이제는 키덜트 문화가 생기면서 인식이 바뀐 거 같다. 예를 들어, ‘스타크래프트 1’만 해도 원래 더빙을 안 했는데 새로 더빙을 했다. 요즘 후배들은 팟캐스트나 팬 미팅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도 소통을 많이 하더라. 죄송스럽지만 나는 소통을 잘 못 하는 편이다. 제가 여러분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멋진 연기를 통해서 노력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 지금처럼 내 목소리를 알아봐 주시고, 계속 관심 가져주시면 그것만으로도 감사드린다.
 
강= 참 고마운 게 소위 ‘성덕’(성우 덕후)이라고 하지 않나. 한때 덕후임을 드러내 놓고 자랑스러워 할 수 없었던 어두운 시대가 있었다. 지금은 여러분이 계셨기 때문에 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성우 팬들은 수줍음이 많아서 덜 적극적이다. 이제는 더 자랑스럽게 널리 알려주셔도 될 것 같다(웃음). 어차피 세상은 마니아인 ‘덕후’가 이끌어 가는 거다. 나는 '빛의 덕후'라고 표현한다. 성덕들이 좋아하는 분야를 빛처럼 발산시켜 주시길 바란다.
 
최규진 기자 choi.k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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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