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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있는 존엄사 기계' 기사를 보고

기자
김성희 사진 김성희
[더,오래] 김성희의 어쩌다 꼰대(45)
나이가 드니 자연스레 인생의 끝인 '죽음'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많아진다. [사진 freepik]

나이가 드니 자연스레 인생의 끝인 '죽음'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많아진다. [사진 freepik]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물론 아주 가끔. 딱히 비관적인 성격도 아니고 아픈 데가 있는 것도 아니니 평소엔 죽음을 의식할 일이 없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럴 게다. 고교 시절 “우리는 하루하루 죽음을 향해 가고 있다”며 자못 철학적인 이야기를 한 생각 깊은 친구도 있었지만 이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한데 나이가 드니 자연스레 인생의 끝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는다. 젊었을 적에 밤새워 말술을 마다치 않던 친구들이 하나둘 당뇨니 고지혈이니 하는 적신호를 받아드는 걸 볼 때 그렇다. 혈액암이니 뭐니 해서 암에 걸린 지인 소식이 들려올 때도 그렇다. 언제, 어떻게 떠나는 게 생을 깔끔하게 마감하는 것일까 하는 궁리가 절로 생기는 것이다.
 
일전에 부친상을 당한 친구를 만났다. 90이 넘어 돌아가셨으니 호상이라 할 만했건만 그 친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마지막 몇 년간 요양병원에 계실 때 당신이 가장 괴로워했던 건 병환에서 오는 통증이 아니었다고 했다. 워낙 청렴결백하고 자존심이 강했던 분이 정신은 말짱한데 생리작용을 조절하지 못해 자식이나 간병인에게 대소변을 치우게 하는 지경에 이른 것을 못내 못 견뎌 하셨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최근 한 후배는 기막힌 이야기를 들려줬다. 100세가 넘은 친척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부친이 지방으로 문상을 다녀왔다고 했다. 그런데 70대인 형님이 직접 차를 운전해 구순이 넘은 부친을 모셨단다. 이야기를 듣던 60대 안팎의 이들이 내뱉은 가벼운 탄식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는 듯했다. ‘남의 일이 아닌 듯하다’든가 ‘아휴, 그렇게까지…’ 등등.
 
사실 죽고 사는 것은 의지로 결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오래 살고 싶다고 마냥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거니와 생목숨을 끊는 것 역시 사람으로서 못할 일이니 말이다. 그러니 단군 이래 처음 맞는다는 ‘100세 시대’는 이런저런 숙제를 던지는 한편 다양한 풍경을 빚는다.
 
존엄한 죽음을 맞을 권리
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있는 '존엄사 기계'를 개발한 이유. [사진 허핑턴포스트코리아(https://www.huffingtonpost.kr) 기사 캡처]

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있는 '존엄사 기계'를 개발한 이유. [사진 허핑턴포스트코리아(https://www.huffingtonpost.kr) 기사 캡처]

 
이렇게 제법 심란한 가운데 눈길 끄는 글을 만났다. ‘존엄사 기계’에 관한 한 인터넷 언론의 한국판 기사였다. ‘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있는 존엄사 기계를 발명한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쓴 이는 필립 니츠케라는 호주 출신의 의사였다. 그가 네덜란드 출신 공학자와 손잡고 개발한 ‘더 사르코’나, 안에 들어간 사람이 저산소증으로 죽게 하는 원리나 효능 설명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대신 “50세 이상의 성인이라면 존엄한 죽음을 맞을 권리가 있다”며 “존엄한 죽음을 맞게 될 거라는 사실을 미리 안다면 사는 동안에도 존엄성을 지킬 수 있다”는 그의 주장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그의 말대로 자기 죽음을 미리 계획하는 게 우울한 일인가, ‘출구전략’이 있다는 것만으로 위안을 얻을 수 있을까 등등.
 
그러다가 문득 스스로 얼굴이 붉어졌다. 어버이날이라고 퇴근길에 들른 아들을 보내고 요따위 생각을 하는 것은 엄살인가, 사치인가 아니면 오지랖이 넓어서인가 싶어서였다.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 jaeja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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