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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도 석방 확신 못했다, 金 만난 뒤 웃으며 행운의 사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미국으로 송환된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 목사(가운데)와 김학송(우)씨를 마중했다. 오른쪽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미국으로 송환된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 목사(가운데)와 김학송(우)씨를 마중했다. 오른쪽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EPA=연합뉴스]

북한 억류 미국인 3인을 구출하기 위해 방북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동행한 기자들이 "폼페이오 장관조차 억류자 송환 보장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북한으로 떠났다. 기자들도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숨 막히는 시간을 보냈다"며 평양 방문의 후일담을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 캐럴 모렐로 기자는 10일 '국무장관과 함께했던 북한 출장'이라는 제목으로 방북 뒷얘기를 소개했다. 모렐로와 AP통신 소속 매슈 리, 단 2명의 기자가 동행의 행운을 얻었다.
 
"새 여권 받아두고 언제든 출발할 수 있게 준비하세요"
지난 4일 오후. 국무부로부터 갑작스러운 연락이 왔다. 평소와 달리 일정에 대한 설명 없이 '일회용 여행 금지국 방문허가 도장이 찍힌 새로운 여권을 받아두라'는 내용만 전달됐다. 짐을 꾸려놓고 언제가 됐든 연락이 오면 곧바로 출발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두라는 것이었다. 모렐로 기자는 "난데없이 찾아온, 불확실성과 비밀로 가득 찬 초대였다"고 말했다. 그 누구한테도 말하지 말라는 '함구령'도 함께였다.
 
"우리가 생각하는 거기 가는 거 맞지?"
두 기자는 조용히 사무실 문을 닫고 국무부 직원에게 "우리가 짐작하는 그곳에 가는 게 맞느냐"고 물었다. 이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로부터 3일 뒤 이들은 출발 4시간 전 공지를 받고 앤드루스 공군 기지로 향했다. 백악관과 국가안보회의(NSC), 그리고 국무부 직원들이 하나둘씩 비행기에 탔다. '북미정상회담 준비'가 이번 출장의 주요 미션이라는 설명만 있었지만, 의사와 정신과 의사, 현장에서 곧바로 새 여권 발행 권한이 있는 영사 국장 등이 동행한 것을 보고 북측의 억류자 석방 '선물' 을 짐작했다고 한다.
 
"다만 폼페이오도 '북한 억류자 석방'을 보장하진 못했다"
모렐로는 폼페이오 장관도 평양에 도착하기 전에는 이에 대한 보장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폼페이오와 참모들도 평양에서 몇 시에 누굴 만나게 될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었다. 기자들이 억류자 석방 문제를 질문했지만 속 시원한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평양 공항은 무시무시한 적막에 휩싸여 있었다" 
폼페이오 장관 일행을 태운 비행기는 한국시간 9일 오전 8시에 평양 공항에 도착했다. 모렐로는 평양 공항에는 무시무시한 적막이 감돌았으며, 레드 카펫이 깔린 위로 3명의 북한 관리가 나와 영접했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메르세데스 리무진에, 일행은 메르세데스 버스에, 기자 2명은 쉐보레 밴을 각각 이용했으며, 밴 안에는 파란색 시트와 '미국 길'(American Road)이라고 적힌 판이 놓인 화려한 대시보드로 꾸며져 있었다고 한다. 북한이 세심하게 방문을 준비했다는 느낌을 주는 대목이다. 
 
"대리석으로 바닥과 벽이 꾸며진 호화로운 고려호텔" 
차량은 한적한 4차선 도로를 따라 15마일(약 24km) 정도 평양 시내 쪽으로 달렸으며, 이내 화려한 대리석 바닥과 벽으로 꾸며진 고려호텔에 도착했다. 폼페이오 장관과 그 일행들은 38층에 있는 방으로 안내받았으며, 기자 2명은 이로부터 10시간을 호텔 로비에서 대기했다. 간간이 국무부 관리가 내려와 진행 상황을 업데이트했다. 모렐로 기자는 휴대폰과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없고 호텔을 떠날 수 없어, 호텔 내 식료품점·공예품점, 선물 가게를 돌아다녔다. 선물 가게에는 '자유의 여신상 박살 내자'는 반미 선전 문구가 적힌 엽서와 여러 언어로 번역된 김정은 위원장의 저서들이 비치돼 있었다고 한다.
 
"일부 보좌진은 화려한 만찬 먹으며 죄책감 느껴"
이후 폼페이오 장관을 환영하는 오찬이 열려 기자들도 참석할 수 있었다. 미국 내에서 북한은 '가난하고 인권이 탄압받는 나라'로 알려져 있는 데 반해, 철갑상어, 오리, 랍스터, 스테이크, 잣죽, 옥수수 수프, 바나나 아이스크림 등이 차려졌다. 모렐로는 "미국이 그토록 주민들을 착취하는 나라라고 맹비난해왔던 북한에서 너무 많은 음식이 차려지자 폼페이오 장관의 일부 보좌진들은 먹으면서 죄책감을 느꼈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김정은 만난 폼페이오, 미소 띤 채 낭보 귀띔" 
오찬 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서실장은 김 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과 오후 4시에 만날 것이라고 전달했다. 기자들은 로비에서 희소식을 기다렸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과 약 90분간 만났다. 폼페이오 장관은 기자들의 질문에 미소를 띤 채 '행운의 사인'인 손가락을 꼬는 제스처로 낭보를 귀띔했다고 모렐로는 전했다. 
 
"북한 정부 관계자, '매우 어려운 결정' 전달"
약 15분 후 북한 관계자 2명이 폼페이오 장관에 "(석방이)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소식을 전했다. 이 관계자들은 오후 7시, 북한에 억류됐던 김동철·김상덕·김학송 3인이 풀려날 것이라고 전달했다. 대기하고 있던 의사와 영사업무 국장이 억류자들을 맞으러 서둘러 나갔으며, 기자들도 '바로 밴에 다시 타라'는 지침을 듣고 공항으로 이동했다.
 
"억류자 3인에게 말 걸지 말고 가까이에서 쳐다보지 말아달라"
먼저 비행기에 올랐던 기자들은 오후 8시 25분쯤 어둠 사이로 멈춘 차에서 억류자들이 나와 비행기에 올라타는 실루엣을 봤다고 전했다. 모렐로는 "억류 미국인들에게 말을 걸지 말고 가까운 거리에서 쳐다보지 말라는 '가이드라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말아 달라는 폼페이오 장관의 지침이 있었다고 한다. 3명의 억류자는 비행기 중간에, 기자는 비행기 뒷부분에 탔으며 두 공간은 커튼으로 격리돼 있었다.
 
"석방된 지 1시간 만에 비행기 이륙"
억류자들이 석방된 지 1시간이 채 안 된 오후 8시 40분 비행기는 이륙했다. 일본 요코타 기지에서 억류자들이 다른 소형비행기로 옮겨졌고, 폼페이오 장관과 수행단을 태운 비행기는 20분 먼저 미국 메릴랜드 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 마이크 펜스 부통령 내외가 이들을 맞았다. 

 
"수수께끼 같은 정권을 다루는 미국의 외교 지켜봤다"
모렐로 기자는 "우리는 평양에 머물면서 호텔 로비를 거의 떠나지 못하면서 제대로 본 건 전혀 없었다"면서도 "이 수수께끼 같은 정권을 다루는 미국의 외교, 그리고 국무부를 다시 되살리려는 신임 장관(폼페이오)의 노력을 일별하는 경험이었다"고 소회했다.

 
워싱턴포스트의 캐럴 모렐로 기자. [워싱턴포스트 캡처]

워싱턴포스트의 캐럴 모렐로 기자. [워싱턴포스트 캡처]

 
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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