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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 50년]⑪신화와 전설을 넘어 현재진행형 거장으로

2013년 4월 19집 '헬로' 발매 기념 쇼케이스. 박정현 등 후배 뮤지션이 함께 참석했다. [사진 일간스포츠]

2013년 4월 19집 '헬로' 발매 기념 쇼케이스. 박정현 등 후배 뮤지션이 함께 참석했다. [사진 일간스포츠]

‘국민가수’ ‘국민오빠’ 같은 수식어는 아무에게나 붙일 수 없는 표현이다. 최소한 전 국민이 그가 누군지 알고, 대개는 그를 좋아해야 비로소 가능한 호칭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런 수식어를 갖기도 힘들지만 한 번 쓰게 되면 그 무게 또한 만만치 않은 왕관이기도 하다. 

[조용필 노래 베스트 11]
2013년 19집 타이틀곡 '헬로'
흥겨운 사운드에 세대 관계없이
한마음으로 '바운스'하게 만들어

 
조용필에게 여전히 그 수식어가 합당한 큰 이유 중 하나는 그가 꾸준히 신곡을 내는 가수라서다. 1970년대 젊은이가 콧소리를 섞어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흥얼거리고, 1980년대 젊은이가 장엄하게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울부짖었다면, 2010년대 젊은이 역시 신명 나게 어깨춤을 추며 ‘바운스’를 따라부른다. 청춘을 함께 보낸 곡조는 달라도 청춘의 한켠에서 그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는 건 실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12일 서울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시작되는 50주년 콘서트 ‘땡스 투 유(Thanks To You)’를 앞두고 지난 2008년 중앙일보에 연재된 ‘조용필 40년 울고 웃던 40년’ 시리즈를 디지털로 재구성했다. 당시 가수ㆍ평론가ㆍ소설가ㆍ시인ㆍ방송인 10명이 참여해 ‘조용필 노래 베스트’를 선정해 썼던 글이다. 마지막회로 지난 10년의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새로운 글을 추가한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가 2013년 발매된 19집 ‘헬로’에 대해 쓴 기고문이다.
 
조용필 베스트 11이 궁금하다면
트렌드를 읽고, 받아들이고, 만든다는 것 
2013년 5월 31일 서울 체조경기장에서 시작한 19집 발매 기념 콘서트. [사진 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

2013년 5월 31일 서울 체조경기장에서 시작한 19집 발매 기념 콘서트. [사진 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

2013년 4월 음반 매장에 갔다가 깜짝 놀란 기억이 있다. 조용필의 19집 ‘헬로(Hello)’가 발매됐단 소식에 중장년 팬들이 음반 매장 앞에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2003년 18집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나 1998년 17집 ‘앰비션(Ambition)’이 출반됐을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분명 그때는 이만한 호응이 없었던 것 같은데 10년만에 나온 새 음반에 대한 반응은 이상하리만치 뜨거웠다.
 
19집에 대한 열광은 이미 조용필을 알고 있던 중장년 세대나 그의 오랜 팬들에 그치지 않았다. 수록곡 ‘바운스(Bounce)’는<bounce> 온·오프라인 음악 차트 1위를 휩쓸면서 조용필의 저력을 과시했다. 더 이상 음반이 팔리지 않는 시대임에도 음반은 무려 25만장이나 팔렸고, 당시 조용필의 전국 투어에는 12만 관객이 몰렸다. 음악평론가들 역시 이 음반을 호평하며 그해 베스트 음반 가운데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조용필이 10년 만에 발매한 새 음반에서 어쿠스틱한 사운드의 '바운스' 에 이어 브릿팝 스타일의 '헬로'를 선보이자 대중은 깜짝 놀랐다. 당시 핫한 트렌드를 고루 소화했기 때문이다. [사진 일간스포츠]

조용필이 10년 만에 발매한 새 음반에서 어쿠스틱한 사운드의 '바운스' 에 이어 브릿팝 스타일의 '헬로'를 선보이자 대중은 깜짝 놀랐다. 당시 핫한 트렌드를 고루 소화했기 때문이다. [사진 일간스포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조용필의 곡은 ‘꿈’과 ‘그 겨울의 찻집’이다. 음반 중에는 7집과 10집, 11집을 특히 좋아한다. 조용필의 음악은 호소력 있는 보컬과 멜로디가 큰 매력인데, 연주와 사운드에 공들인 흔적이 역력해 예전 곡들을 다시 들으며 놀라는 경우도 많다. 그에 비하면 19집 ‘헬로’는 분명 웰메이드 음반이지만 조용필의 대표작에 준하는 감동을 맛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바운스’<bounce>에서 ‘그리운 것은’까지 10곡의 노래를 듣다 보면 이 뮤지션이 못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서툰 바람’ 같은 곡의 현란한 사운드 메이킹에 맞서, 고루한 느낌을 주지 않으면서 찡한 울림을 만들어내는 보컬을 들으면 ‘역시 조용필’이라는 탄식을 터트릴 수밖에 없다. 날렵하면서 깊이 있고, 은근하면서 강력하기는 어려운데 조용필은 여전히 전성기 때처럼 모든 것을 다해내고 있었다.
 
사실 조용필은 한국 대중음악계의 거장이고, 항상 완벽주의를 추구해 언제 어디에서도 흠잡기 어려운 뮤지션이다. 그럼에도 전성기가 지나간 뮤지션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려웠는데 19집의 히트는 조용필을 신화로만 여길 수 없게 만들었다. 한국 대중음악계에는 조용필 외에도 적지 않은 거장과 신화가 존재한다. 그런데 조용필처럼 거장이자 신화인 뮤지션이 행사나 공연 때 말고 신곡과 새 음반을 발표할 때 이처럼 열광적인 반응을 얻는 경우는 드물다. 한 시대를 뒤흔들었던 뮤지션들은 새 음반을 잘 발표하지 않는다. 새 음반을 발표하더라도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거장과 신화라고 떠받들면서도 그들의 현재를 보지 않고, 과거의 히트곡에만 열광하기 때문이다.
 
2013년 발매된 조용필 19집 '헬로' 앨범 재킷. 2003년 18집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중앙포토]

2013년 발매된 조용필 19집 '헬로' 앨범 재킷. 2003년 18집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중앙포토]

‘헬로’가 큰 화제와 인기를 모은 결과는 그래서 더 이채롭다. 이런 결과가 19집에 수록된 곡들이 이전의 음반보다 훨씬 완성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조용필의 어떤 음반도 대충 만들어진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이전에 조용필의 히트곡은 1997년에 발표한 16집 ‘이터널리(Eternally)’에서 멈춰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헬로’의 히트는 거의 16년만의 성공이었다. 그래서 이 음반의 성공은 1990년대 이후 성인가요로 방향을 튼 조용필이 지금 당대의 팝과 조우한 결과라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이 음반에는 MGR(박용찬)과 박병준이 프로듀서로 참여했고, 작사가 김이나가 노랫말을 쓰기도 했으며, 래퍼 버벌진트가 랩을 구사하는 등 당대의 트렌드와 호흡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헬로’<bounce>와 ‘바운스’<hello>는 조용필이 오랫동안 들려주었던 성인가요나 히트곡에서 느낄 수 있는 무게나 뽕끼를 전혀 발견할 수 없는 세련되고 발랄한 곡으로 태어났다. 1980년대 조용필은 트렌디한 음악 어법을 가장 먼저 받아들이고 집요하게 연구해 자기화하는 뮤지션이었다. ‘단발머리’나 ‘나는 너 좋아’를 비롯한 다수의 히트곡들이 바로 그 증거이다. 그래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당대의 트렌드와는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반면 19집은 조용필이 얼마든지 현재의 스타일을 잘 소화할 수 있는 뮤지션이라는 명백한 사실을 새삼스럽게 확인시켰다. 그의 저력과 음악적 치열함을 감안하면 지극히 당연한 결과였으나, 당연한 사실도 눈앞에서 보여주기 전에는 믿지 않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bounce><hello>

2014년 제28회 골든디스크 음반 부문에서 본상을 수상한 조용필. 1986년 1회 골든디스크에서 '허공'으로 대상을 수상한 그는 "다시 본상을 수상하게 돼서 감회가 깊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사진 JTBC]

2014년 제28회 골든디스크 음반 부문에서 본상을 수상한 조용필. 1986년 1회 골든디스크에서 '허공'으로 대상을 수상한 그는 "다시 본상을 수상하게 돼서 감회가 깊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사진 JTBC]

‘헬로’가 조용필의 기존 히트곡에 비해 더 파격적인 시도를 감행했거나, 더 깊은 울림을 준다고 하긴 어렵다. 조용필이 2013년에도 발랄한 음악을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면서 당대에 맞춰 가려 할 때 비로소 반응이 왔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조용필이 이 같은 시도를 하는 것이 의미 없지 않으나 조용필의 음악적 본령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19집 음반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거장조차 자신이 하던 음악, 나이 들어가며 들려줄 수 있는 음악을 해서는 반응을 얻기 어렵고, 당대의 음악과 조응할 때만 비로소 호응을 얻는 현실에서 되짚어보아야 할 부분은 없을까. 
조용필, 그때 내 마음은…
‘헬로’는 외국 작곡가가 쓴 곡이다. 내가 곡을 쓰기 싫은 것도 아니고, 국내 작곡가에게 곡을 의뢰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다만 “내 곡 한 번 써봐 달라”는 부탁만 해도 다들 너무 두려워하고 힘들어했다. 한 달 두 달 돼도 곡이 안 온다. 간혹 와도 너무 어렵거나 심각한 곡이었다. 그래서 조용필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맡겨보자 했던 것이다. 
 
데모가 너무 좋아서 여섯 곡이나 넣게 됐다. 물론 오는 곡마다 좋았던 것은 아니고 400~500곡 중 골랐다. 안 좋아도, 좋아도 며칠씩 들어보고 골랐다. 19집에서 내가 쓴 건 송호근 서울대 교수가 작사한 ‘너의 귀로에서’ 한 곡뿐이다. 너무 한 테두리 안에 계속 있는 것 같아 나를 탈피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의식적으로 템포가 빠른 곡을 고른 것은 아니다. 다만 공연을 계속하다 보니 ‘위대한 탄생’ 밴드와 함께 연주할 수 있는 곡이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었다. 다들 “곡이 너무 좋다”해도 “오버 하지 말라”고 했다. 너무 큰 기대를 갖게 되면 실망할 수도 있지 않은가. 믹싱과 마스터링을 엎고 다시 하느라 시간이 예정보다 더 걸렸다. 나온다고 말은 했는데 뭐가 없으니까 ‘바운스’ 티저부터 급하게 내보냈다. 다행히 두 곡 다 반응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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