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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낡은 전용기로 4800㎞ 날아 싱가포르 가나

지난 8일 중국 다롄 공항에서 이륙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전용기 참매 1호. [뉴시스]

지난 8일 중국 다롄 공항에서 이륙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전용기 참매 1호. [뉴시스]

평양과 싱가포르 간 거리는 약 4800㎞이다. 다음 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북·미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동할 거리다. 육로로 가려면 중국을 거쳐 베트남~태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로 가는 코스가 있다. 시간이 오래 걸릴뿐더러 여러 국가를 거쳐야 한다. 결국 항공편밖에 없다.
 

1982년 옛 소련서 도입한 기종
최대 9200㎞까지 날 수 있지만
장거리 비행 경력, 조종사 없어
중국서 전세기 임차할 가능성
한국 영공 통과 등 항로도 관심

김정은의 전용기는 참매 1호다. 1982년 북한의 항공사인 고려항공이 옛 소련으로부터 도입한 일류신(Il)-62M이다. 이 여객기는 1974년부터 생산돼 95년 단종됐다. 4개의 엔진을 달아 최대 항속 거리가 9200㎞다. 평양에서 미국 서부 해안이나 유럽까지도 가능하다. 거리만 보면 평양~싱가포르 간 운항은 무리가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옛 소련과 수교한 뒤 서울~모스크바 항공노선이 열렸을 때 당시 소련의 항공사인 아예로플로트는 Il-62를 이 노선에 투입했다”며 “북한은 참매 1호를 신경을 써서 관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은 지난 7~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 다롄(大連)까지 참매 1호를 타고 갔다. 동행한 일류신(Il)-76TD엔 금색 휘장을 두른 김정은의 전용차(벤츠 마이바흐)가 실렸다. 당시 김정은의 방중이 북·미 정상회담 예행연습으로 불렸다. 싱가포르에서의 회담을 염두에 둔 수송·경호 점검의 목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앞서 3월 중국 베이징 방문 때에는 열차를 이용했었다.
 
그렇더라도 “이번 김정은의 싱가포르 방문은 수송 측면에서 북한에는 완전히 다른 규모의 도전이 될 것”(월스트리트저널(WSJ))이란 전망이 나온다. 참매 1호가 낡은 기종인 데다 장거리 비행 경력이 없기 때문이다. 또 고려항공이 운영해온 노선이 중국의 베이징, 상하이, 선양(瀋陽),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등 비행 거리가 1000㎞를 넘지 않는 곳이란 점을 들어, 싱가포르까지 비행기를 조종할 수 있는 경험 있는 조종사를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일각에선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비행기를 대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홍콩 빈과일보는 9일 “IL-62M 기종은 소음 등 여러 측면에서 현대 비행기에 요구되는 사항을 충족시키지 못해 홍콩을 포함한 많은 공항에 착륙할 수 없다”며 북한이 전세기를 임차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김 위원장이 탄 비행기의 항로도 관측 대상이다. 우선 한국 영공을 통과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평양에서 이륙한 뒤 서해~중국~베트남으로 이어지는 항로를 이용하는 것보다 서울~군산~제주~대만 항로로 가는 게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고려항공이 미국과 한국의 독자 제재 대상이긴 하지만 양국으로부터 양해받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북한과 국제 항공 노선 신설에 대해 협의 중이다. 북한은 한국 쪽 비행정보구역(FIR)을 통과하는 항로를 ICAO에 요청했다. 이 경우 북한은 대북제재를 에둘러 피하면서 ‘정상국가’ 대접을 받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더불어 중국 내륙을 지나가는 항로도 거론된다. 대부분 바다 위를 지나는 한국 항로와 달리, 중국이나 베트남을 들러 급유할 수 있어서다.
 
이철재·이영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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