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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7개 이상 사용자, 2개 쓰는 사람보다 3배 더 우울

20대 후반 직장인 A씨는 최근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원래도 소심한 성격이었지만 일상생활엔 큰 문제가 없었다. 우울증에 이르게 된 건 직장 동료들과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등을 업무용으로 사용하면서다. 언제부턴가 본인이 글을 올리면 답이 빨리 올라오지 않으면 초조감이 들었다. ‘나를 싫어하나’란 생각에 우울해지기도 했다. 그때부터 시도 때도 없이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 서비스) 계정을 확인하는 일이 늘었다. 그러다보니 업무에 집중하기도 힘들었다. 결정적인 사건은 실수로 자신의 여행 사진을 업무용 단체 대화방에 올리면서다. 동료들은 자신의 사진을 보고도 별다른 답글을 올리지 않았다. ‘직장생활을 잘못하고 있나’란 의구심은 확신이 됐다. 그 이후 A씨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자신의 다른 SNS 계정에 글이나 사진을 올릴 때에도 이를 올릴지 말지를 두고 하루 종일 고민할 때가 많아졌다. 결국 그는 현재 병원에서 전문적인 상담을 받으며 치료 중이다.
 

글·사진 답글 늦으면 불안·초조감
부러움·소외감에 개인정보 유출
외상 후 스트레스 같은 수준 고통

끊을수 없다면 ‘눈팅’이라도 줄여야
직접 소통 늘리면 마음 안정 회복
SNS 통한 사회참여는 갈등 심화

SNS로 인한 우울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과거 SNS 우울증은 주로 타인이 올린 여행 사진 등을 보며 겪는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한 경우가 많았다. 최근엔 자신이 올린 게시물에 다른 이들이 기대 만큼의 반응을 보이지 않을 때 우울감을 느끼는 이가 많다고 한다. 이해우 서울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은 “소위 ‘SNS 우울증’이란 건 어느 날 갑자기 확 생기는 게 아니라 개개인이 평소에 갖고 있는 취약성에 SNS로 인한 자극이 합쳐져 발현되는 것”이라며 “SNS를 통해 대면관계 못잖게 감정이 전달되는 만큼 그로 인한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SNS를 통한 신종 ‘왕따(Bullying)’를 경험하는 이도 많다고 한다. 영국 왕립공중보건학회(RSPH)에 따르면 청소년 10명 중 7명은 SNS로 인한 괴롭힘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한다.
 
원치 않는 개인정보 노출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이도 적잖다. 직장인 김철수(45·가명)씨는 최근 자전거 동호회 활동 중 별로 교류가 없던 다른 회원으로부터 자신이 밝힌 바 없는 자신의 근황을 듣게 됐다. ‘어디에 다녀왔는지’, ‘어느 직장을 다니는지’는 기본. 거기에 자신의 직장상사와 안다며 잘 말해주겠다는 불필요한 ‘덕담’까지 들었다. 며칠 뒤 김씨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친구관계를 맺은 적 없는 이들에게까지 자신의 이야기가 전달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그는 우울감과 불안감으로 고통받고 있다. 지인들이 페이스북을 보고 건네는 ‘좋은데 다녀왔네’라는 인사말도 예전처럼 편하지 않다. 페이스북 활동을 중단하고 싶지만, 그간 맺은 ‘페친’과의 관계가 끊어질까 싶어 걱정이다. 이해우 정신건강의학과장은 “SNS를 통해 개인정보 누출을 겪은 이들 중 일부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경험한 이들과 비슷한 수준의 고통을 호소하기도 한다”며 “이럴 땐 가급적 SNS 활동을 줄이는 일이 우선돼야 하지만 오랜 기간 SNS를 즐겨온 분들은 이미 그쪽으로 몰입돼 있어 ‘어텐션 쉬프팅(Attention shifting·주의 전환)’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페이스북도 SNS 역기능 인정
 
이처럼 우울증 등 SNS와 관련한 역기능이 크다는 점은 SNS계의 맡형인 페이스북 측도 인정하는 바다. 페이스북 측은 지난해 말 “지나친 페이스북 사용은 사용자들의 정신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고 고백한 바 있다. SNS 우울증 고위험군은 아무래도 이를 자주 사용하는 이들(heavy user)이다. 미국 피츠버그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중 우울증 고위험군에 속한 이의 58.7%가 하루 평균 한 시간 이상 SNS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우울증 저위험군 중 42.1%만이 일 평균 1시간 이상 SNS를 사용했다. 주당 SNS 이용 횟수에서도 차이가 났다. 연구결과 우울증 고위험군의 ‘주당 30회 이상 SNS 방문 비율’은 54.2%에 달한 반면, 저위험군의 ‘주당 30회 이상 방문 비율’은 39.5%로 14.7%포인트가 적었다. 사용하는 SNS의 가짓수가 많을 수록 우울증에 더 취약했다. 연구팀은 7~11가지의 SNS 플랫폼을 사용하는 이들은 2가지 이하의 플랫폼을 사용하는 집단보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에 노출될 위험이 세 배 가량 더 높다고 봤다.
 
유사한 연구결과는 국내에도 있다. ‘SNS 이용이 개인의 정서적 상태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김동욱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SNS 이용은 우울감이나 외로움 같은 개인의 부정적 정서 상태를 유의미하게 증가시켰다. 김 교수는 “SNS사용이 강한 연계를 약한 연계로 대체하고 가까운 사람과의 대면 접촉도 줄임으로서 ‘다함께 홀로(Alone Together)’나 ‘군중 속 고독’같은 현상을 심화시키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진짜 소통이 우울감 줄여
 
근본적인 해결책은 역시 SNS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여기엔 해외나 국내 연구 모두 일치된다. 문제는 SNS를 끊기가 그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영국 왕립공중보건학회(RSPH)는 SNS를 두고 “담배나 술보다 중독성이 강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SNS 활동을 이어가면서 우울감 등을 줄이는 방법은 SNS 상의 정보를 수동적으로 소비하기보다 SNS 상에서 사람들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이다.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도 올해 초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보다 의미있는 관계를 맺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실제 전체 페이스북 사용자 중 9% 만이 타인과 실질적인 의사소통 활동에 참여한다는 연구도 있다. 김동욱 교수 연구팀의 결론도 이와 유사하다. 연구팀은 SNS 활동을 크게 ▶네트워킹(지인·새로운 사람과 소통) ▶사회참여(댓글작성과 정책제안 등) ▶경제활동(취업·승진관련 마케팅과 정보검색 등)으로 나누고 SNS를 네트워킹이나 경제활동에 주로 활용할 수록 부정적 감정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연령대 별로 그 영향은 조금 다르다. 10대는 네트워킹과 경제활동을, 20대는 네트워킹을, 40대는 경제활동을 많이 할수록 SNS로 인한 부정적 정서 상태를 개선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SNS를 통한 사회참여는 전 연령대에 걸쳐 부정적 감정을 악화시켰다. 정치적 견해 차이 등으로 인해 갈등이 심화되는 등 부작용이 큰 탓으로 풀이된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도움말=이해우 서울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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