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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영상에 월 5만원 … 2030 ‘디지털 생활비’는 필수

하선영의 IT월드 
직장인 고은주(29)씨는 음악·드라마·전자책(e북) 등 모바일·웹으로 즐기는 콘텐트에 한 달에 평균 5만원 이상을 지출한다. 출퇴근 길에 듣는 음악 감상(멜론), 주말에 드라마·영화 감상(넷플릭스), 휴대전화 사진과 e메일 백업용으로 쓰는 클라우드 서비스(구글)는 아예 정기 이용권을 끊어놨다. 실제 사용 여부와 상관없이 매달 결제된다. 고씨는 유료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과 전자책도 한 달에 평균 두세 번씩은 이용, 구매하는 편이다. 고씨는 “항목별로 보면 대부분 만원 안팎 정도의 비용이 들어서 부담 없다고 생각했는데 연간 지출하는 비용으로 환산해보니 해마다 디지털 콘텐트·서비스에 60만~70만원을 쓰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적지 않은 비용이 부담되는 건 사실이지만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것들이라서 무리해서 비용을 줄일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다.
 
최근 들어 모바일·웹으로 즐길 수 있는 디지털 기반의 각종 문화·생활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디지털 생활비’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생활비란 온라인으로 구매하거나 이용할 수 있는 각종 서비스·제품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이 같은 개념이 생겨난 것은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음악·드라마·게임 등 대중문화와 생활 밀착형 온라인 콘텐트를 “돈을 내고 써야 한다”는 인식이 커진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관련 시장이 빠르게 크고 있는 동시에 사람들에게 비용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내 음악서비스 이용자 1200만 명
 
음악 감상만 놓고 보더라도 멜론·벅스·지니뮤직과 같은 국내 업체들과 애플뮤직·스포티파이·타이달과 같은 해외 업체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국내 1위 디지털 음원 플랫폼인 멜론의 이용자 수는 600만 명이 넘는다. 지니뮤직과 카카오뮤직 등 경쟁사 이용자 수까지 합치면 1200만 명이 넘는다. 스마트폰 데이터 요금이 갈수록 저렴해지고 음악 유행 속도가 빨라지면서 다운로드보다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서비스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만큼 정기 결제권을 끊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기업 스포티파이는 한국에 정식으로 서비스에 출시하지도 않았지만,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음악 재생목록을 사용자들끼리 공유할 수 있는 데다 보유하고 있는 음원 수도 월등히 많다는 것이 장점이다. 국내 서비스보다 사용자(전 세계 7500만 명)가 훨씬 더 많은 만큼 사용자들의 취향에 꼭 맞는 음악을 추천해준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드라마·영화 감상 서비스 같은 경우도 국내외 업체들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이 중에서도 2016년 한국에 공식적으로 출시한 넷플릭스와 유튜브 레드의 약진이 돋보인다. 유튜브 레드는 한 달에 7900원(부가세 별도)을 내면 광고 없이 영상을 보거나, 내려받아 오프라인 상태에서 시청할 수 있는 유료 서비스다. 영상에서 나오는 음악만 재생할 수도 있어서 음원 플랫폼 사업자들을 위협하는 최대 경쟁자로 분류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중복으로 여러 회사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대학원생 한상용씨는 “같은 영상 서비스라고 하더라도 유튜브 레드에서 볼 수 있는 영상과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영상은 종류가 다르다”며 “무료 체험 기간 동안 이것저것 써보다 2개를 모두 구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는 동네에서 찾아보기 힘든 비디오·만화책 대여 가게와 음반 가게, 서점은 스마트폰과 TV가 대체하고 있다. 버튼만 한 번 누르고 비용을 내면 다양한 콘텐트를 실시간으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편리한 이용 방식 때문에 디지털에 친숙한 젊은 세대들은 중장년층보다 상대적으로 디지털 생활비를 쓰는 데 관대한 편이다. 대부분은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 결제가 가능하고 정기 결제 같은 경우에는 신용카드 번호만 입력해두면 자동으로 이뤄진다.
 
 
공부는 물론 운동·다이어트도 앱으로
 
디지털 생활비를 많이 쓰게 된 데는 지식재산권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뀐 것도 한몫한다. 2000년대 초반 회원 수가 2000만 명이 넘었던 P2P(개인 간 거래) 사이트 소리바다는 MP3 음악 파일을 누구나 쉽게 불법으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곳이었다. 드라마·영화를 공짜로 받는 사이트도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러나 불법 다운로드가 현저하게 줄어들고 관련 유료 서비스들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정당하게 돈을 내고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예전에는 돈을 내면 CD·종이책처럼 손에 잡히는 상품을 구매자가 가질 수 있었지만, 이제는 내 아이디 계정에 구매 기록이 남는 것이 전부다.
 
소비자가 즐길 수 있는 서비스·제품도 다양해지고 있다. 음악·드라마 감상 외에도 클라우드·모바일 앱 등에 정기적으로 비용을 결제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모바일 앱을 통한 영어 학습, 건강 관리 서비스도 인기다. ‘다눔’과 ‘눔코치’는 운동과 다이어트에 관심 많은 2030세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앱이다. 앱을 통해 원격으로 다이어트에 대해 조언과 식단 관리도 해준다. ‘쿠잉’과 ‘수퍼팬’은 스마트폰에서 동영상 등을 감상하며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휴대폰 요금 중 단말기 가격을 제외한 나머지 통신비도 디지털 생활비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음성통화·문자메시지 이용 가격을 제외한 나머지 비용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통한 데이터 사용 요금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업체들이 이용자들의 소비 패턴을 고려해 요금제를 더욱 다양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지난달 미국에서는 음원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가 영상 스트리밍 업체 훌루와 손을 잡고 음악·영상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했다.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는 “디지털 구독을 권장하는 서비스들이 쏟아지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구글·애플과 같은 IT 거물들을 이기고 싶다면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비용을 줄이는 전략을 짜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선영 산업부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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