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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퍼의 ‘밥주걱’ 웨지로 케빈 나, 273억원 벌었다

[성호준의 주말 골프인사이드] 드라이버 꼴찌의 최종병기
미국 PGA 투어에서 활약하던 브래드 팩슨(57)이라는 선수가 있다. 드라이버 거리 150위, 그린적중률 150위 정도의 선수였는데 퍼트가 1등이라 사는 게 나쁘지 않았다. PGA 투어에서 8승을 하고 20년 넘게 롱런을 했다. PGA 투어 광고 모델로도 나왔다.

드라이버 188위, 아이언 172위
투어 최고수준 쇼트게임으로 만회

웨지·퍼트로 라운드당 1.02타 이익
메이저 우승자 듀발보다 많이 벌어
작년부터 거리 늘리려 스윙 교정

 
비슷한 선수가 있다. 재미교포인 케빈 나(35·한국 이름 나상욱)다. 팩슨처럼 롱게임은 그리 좋지 않다. 올 시즌 드라이브샷 평균 거리 285야드로 188위다. 거리가 짧은 선수는 정확도가 매우 뛰어나야 버틸 수 있는데 그것도 아니다. 63.6%로 55위다. 아이언샷 정확도를 뜻하는 그린 적중률은 62%로 172위다.
 
그런데 홀에 가까이 가면 확 달라진다. 그린 주위에서 얻은 이득은 라운드 평균 0.69타로 2위다. 퍼트로도 0.33타를 벌었다. 종합하면, 케빈 나는 라운드 평균 티샷으로 0.57타(194위)를 손해 봤고 웨지와 퍼트로 1.02타 이익을 봤다. 올해만이 아니라 매년 그렇다.
 
 
샌드·로브웨지 1년에 몇 개씩 닳아
 
케빈 나의 칩샷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교하다. PGA 투어 그린 주위 샷 부문에서 2011년과 2015년 1위였고 올해는 2위다. [AP=연합뉴스]

케빈 나의 칩샷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교하다. PGA 투어 그린 주위 샷 부문에서 2011년과 2015년 1위였고 올해는 2위다. [AP=연합뉴스]

극단적인 해가 2011년이었다. 그는 티샷에서 얻은 이득에서 186명 중 184등이었다. 그린 주위 쇼트게임에서는 1위였다. 최근 10개 시즌 동안 그는 그린 주위 쇼트게임 부문 1위 두 번, 2위 한 번, 4위 한 번을 했다. 2015년엔 벙커샷 1위였다. 웨지를 들면 케빈 나는 최고의 선수가 된다.
 
미국 PGA 투어에서는 이른바 스코어링 클럽인 퍼터와 웨지를 두고 ‘생계를 책임지는 클럽’이라고 한다. 한국에서 태어나 8세 때 미국으로 간 케빈 나는 “밥주걱”이라고 했다. 케빈 나는 이 밥주걱(특히 웨지)으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PGA 투어에서 상금으로 번 돈은 2533만 달러(약 273억원)다. 통산 우승이 딱 한 번뿐인 것을 고려하면 놀랍다. 데이비드 듀발, 파드릭 해링턴, 그레이엄 맥도웰, 샬 슈워첼 등 메이저 우승자보다 많이 벌었다.
 
케빈 나의 형인 나상현 해설위원은 “동생이 처음 골프를 배울 때는 다양한 구질의 샷을 치는 것이 중요했다. 이후 투어 흐름이 장타 쪽으로 변했으나 스타일을 바꾸기가 쉽지 않았다. 반면 거리가 부족해 쇼트게임의 강자가 됐다”고 말했다.
 
케빈 나는 타고난 손의 터치감도 탁월했고 환경도 좋아 어려서부터 그린 주위에서 놀 수 있었다. 나 위원은 “틀에 박힌 매커니즘이 아니라 아이들끼리 재미있게 놀면서, 다양한 상황에서 통하는 자신만의 감을 익혔다. 샌드웨지와 로브웨지는 그루브가 닳아 1년에 몇 개씩 바꿀 정도로 쇼트게임을 좋아했다”고 말했다.
 
케빈 나

케빈 나

2004년 PGA 투어에 입성해서는 노장 선수에게 찾아가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선수들끼리는 영업비밀을 잘 가르쳐 주지 않는다. 그러나 케빈 나는 당시 흔치 않은 20대 초반 루키여서 귀여움을 받았다. 케니 페리, 마크 오메라, 더피 월도프, 프래드 펑크 같은 은퇴를 앞둔 선수들이 아들뻘이라 생각했다.
 
케빈 나는 주로 60도 웨지를 쓴다. 그린의 여유 공간, 경사는 물론 바람 방향, 잔디 종류, 결 등을 고려해 탄도를 조절한다. 백스핀뿐 아니라 사이드 스핀도 마음대로 먹인다. 왼쪽이 낮은 지형인데 핀이 우측 구석에 꽂혀 있다면 더 오른쪽에 떨어뜨려 굴러 내려오게 할 수는 없다. 이럴 때 왼쪽으로 흐르지 않도록 오른쪽 스핀을 걸어 공을 홀 근처에 세운다.
 
PGA 투어에서는 필 미켈슨이 가장 화려한 웨지 플레이어로 알려져 있다. 매트 쿠차, 짐 퓨릭, 잭 존슨 등도 쇼트게임의 귀재라고 한다. 그러나 그들의 경우 카메라가 계속 쫓아다니면서 멋진 장면만을 편집해서 보여 준다. 실속은 케빈 나도 만만치 않다. 나상현 위원은 “미켈슨이 손 감각은 천부적이다. 그러나 스윙 매커니즘이 좋은 것은 아니어서 실수도 한다. 통계에서도 드러나지만 케빈 나는 쇼트게임 톱5 안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자기 동생 칭찬한다는 비판을 받을까 봐 좀 줄여 말한 듯도 하다. 통계로 보면 케빈 나가 거의 최고다. 젊은 선수들이 가끔 그를 찾아와 “제발 부탁이니 30분만 쇼트게임을 가르쳐 달라”고 한다. 케빈 나는 그러면 “당신은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칭찬해 주면서 안 가르쳐 준다. 그들은 긴 드라이버를 갖고 있지 않은가.
 
 
얇고 길게? 40세 되면 은퇴할 생각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투어 15년 차인 케빈 나의 성적은 우승 숫자를 제외하면 훌륭하다. 364 경기에 나서 246경기 컷을 통과했다. 25위 이내에 121번, 톱 10에는 62번 들었다. 통산 톱10 확률 17%는 A급 선수의 수치다. 케빈 나는 2위를 9번 했고 3위를 8번 했다. 나상현 위원은 “포기하지 않고 턱걸이로라도 컷을 통과한 뒤 3, 4라운드에 있는 힘을 다해 한 타 한 타 줄여 얻은 결과”라고 말했다.
 
케빈 나의 철학이 ‘얇고 길게’ 만은 아니다. 40세가 되면 은퇴하고 싶어 한다. 17세부터 프로 생활을 했으니 할 만큼 했고 아이가 자랄 때 옆에 있고 싶다는 것이다. 요즘 젊은 선수들이 너무 멀리 치는 것도 이유가 될 것이다. 50세가 되면 시니어 투어에 다시 나서고 싶다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거리 고민도 많다. 나 위원은 “이 정도로는 상위권에는 올라도 우승은 어렵다 싶어 지난해부터 거리를 늘리기 위한 스윙 교정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리가 늘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러나 285야드의 드라이버로 273억원을 번 것을 보면 지금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작은 독종’ 런얀, 점프 등 100가지 웨지 샷으로 1930년대 평정
‘작은 독(Little Poison)’이란 별명을 가진 폴 런얀(미국·1908~2002)은 1930년대 쇼트게임으로 투어를 평정했다. 그의 키는 172cm, 몸무게는 57kg이었다. 동료들보다 평균 30야드 정도 뒤진 230야드의 드라이버를 웨지로 극복해 메이저 2승 포함 29승을 했다.
 
1938년 PGA 챔피언십이 하이라이트다. 매치플레이로 치러진 당시 대회 결승 상대는 샘 스니드였다. 엄청난 장타로 투어 최다승(82승) 기록을 남긴 스니드의 압승이 예상됐다. 그러나 8홀 차로 런얀이 이겼다. 런얀은 웨지로 100가지가 넘는 샷을 구사한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케빈 나처럼 웨지로 훅스핀과 컷스핀을 자유자재로 걸면서 그린을 당구대처럼 사용했다. 그의 묘기 중 하나는 공 넘겨 치기다. 당시 그린에서 자신의 공으로 홀 앞을 막는 스타이미 제도가 있었는데 런얀에게는 소용이 없었다. 스니드의 가로막기 전략은 실패했다. 스니드는 “티샷이 100야드가 차이가 날 때도 있었는데 소용이 없었다. 런얀은 골프가 아니라 마술을 했다”고 푸념했다.
 
런얀은 “체중은 왼쪽에 두고, 공은 오른쪽 발 앞에 놓고 퍼트처럼 스윙하면 다운블로로 공을 칠 수 있어 일반인도 칩샷을 정교하게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성호준 기자·골프팀장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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