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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시계’의 김종학, 그를 다시 보다

책 속으로
불꽃당신 김종학

불꽃당신 김종학

불꽃당신 김종학
오명환 지음, 답게

한국 드라마의 흐름 바꾼 주역
타계 5년 맞아 34개 작품 정리
4·3사건, 광주항쟁 처음 다뤄
“연출가란 예술 반, 노가다 반”

 
그가 없었다면 오늘의 TV 드라마는 없었을 것이다. ‘드라마 한류’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를 기억하는, 또는 제대로 아는 것은 중요하다. 그 개인을 넘어 한국 드라마 역사에 대한 기억이기 때문이다. 90년대 대표작 ‘여명의 눈동자’(1991)와 ‘모래시계’(1995) 등을 통해 한국 TV 드라마의 새 장을 연 김종학(1951~2013) 프로듀서 얘기다.
 
그의 작품세계를 총정리한 책이 나왔다. 오명환 전 용인송담대 교수(전 여수MBC 대표이사)의 『불꽃당신 김종학』이다. 독보적인 영상미학으로 한국 드라마의 품질을 혁신한 그가 비극적인 최후 때문에 거장이라기보다 “부채와 송사에 시달린 불행한 사업자쯤으로 기억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저자가 밝힌 집필 동기다. 오래된 메모와 자료들, 유족의 기억까지 꼼꼼히 챙겼다. 본인의 암 투병을 뒤로하고 1년 반 동안 꼬박 책에 매달렸다.
 
한국 TV 드라마는 김종학 전과 후로 나뉜다는 평을 듣는다. ‘독종’이 그의 별명이었다. [사진 답게]

한국 TV 드라마는 김종학 전과 후로 나뉜다는 평을 듣는다. ‘독종’이 그의 별명이었다. [사진 답게]

책은 1979년 MBC 입사 이후 33년간 34개 작품에 대한 정리와 비평을 담았다. 국내에 단일 드라마 작품론이나 작가론은 있어도, 특정 연출자의 작품세계 전체를 조망하는 책은 처음이다. 그만큼 TV 드라마 쪽의 연구와 비평이 부진했단 얘기다. 물론 김종학에 대한 입체적·총체적 이해에는 한계도 보인다. 보다 다양하고 깊이 있는 TV 드라마 연구를 촉구하는 책으로서 가치를 지닌다.
 
1995년 폭발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모래시계’의 포스터. [중앙포토]

1995년 폭발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모래시계’의 포스터. [중앙포토]

저자에게 김종학은 “드라마 저널리스트, 리얼리스트”였다. 당시로써는 금기를 깨고, 역사에 휘말려 굴곡진 삶을 살아가는 비극적인 한국인을 TV 드라마의 전형적 캐릭터로 창출했다. ‘여명의 눈동자’에선 4·3사건을, ‘모래시계’에서는 TV최초로 광주항쟁을 다뤘다. 지금에야 당연한 ‘영화적인 영상’도 그에 의해 가능했다. 그의 전성기는 한국 드라마에 전혀 새로운 제작 시스템이 도입되는 시기였고, 훗날 ‘한류’로 이어진 드라마의 산업적 가능성도 그를 통해 보여졌다.
 
1995년 폭발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모래시계’의 촬영현장. [중앙포토]

1995년 폭발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모래시계’의 촬영현장. [중앙포토]

책은 인간 김종학에게도 집중한다. ‘연기자와 친하려 하지 않는다, 새 얼굴을 찾아 백지에 그림을 그린다, 연기자의 형편이 어려우면 어떻게든 돕는다, 야외촬영엔 음주를 금한다…’. 연기 연출에 대한 그의 원칙이다. 그는 “연출자 기질은 예술감각 50%, 노가다 기질 50%”라고 믿었으며, 플롯보다 캐릭터에 집중하는 ‘선 캐릭터, 후 포맷’ 스타일을 구축했다. 난세의 영웅형, 태생적 저항형 등을 즐겨 그렸고, 여성도 청순가련형이 아닌, 운명에 복종하지 않는 개척형의 여인들을 주로 등장시켰다. ‘여명의 눈동자’의 채시라 대신 김미숙을 생각했었다든지, 컴퓨터그래픽(CG)기술이 낙후해 모르모트가 득실대는 마루타 옥사를 만들기 위해 흰쥐 300마리에 석탄가루와 먹물로 염색했다는 얘기, ‘모래시계’ 고현정이 맡은 혜린은 작가 송지나의 친구가 모델이었다는 등 뒷얘기들도 쏠쏠하다.
 
저자는 “창조는 리스크 테이킹의 산물”이라며 “김종학은 줄곧 담대한 목표를 세워놓고 위험을 무릅썼던, 굶주린 리스크 테이커였다. 그의 모험심은 눈앞에 안주하려는 이들에게 강한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썼다. 민용기 전 MBC 제작이사는 추천의 글에서 “‘모래시계’는 TV 50년 사상 최고의 드라마”라며 “아직도 ‘모래시계’를 뛰어넘은 드라마는 없다. 김종학 자신도 그 벽을 넘지 못했다”고 평했다.
 
양성희 논설위원 shy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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